소설 열국지 3 - 표랑하던 영웅이 돌아오다
이수광 지음 / 대산출판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3권에서는 진(晉)나라와, 진(秦), 초(楚) 세 강대국의 활약이 돋보인다. 3권에 등장하는 진나라가 세곳이나 등장하여, 친하지 않은 한자를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후에 전국을 통일하는 진시황의 진(秦), 두번째 패자가 되는 진문공의 진(晉), 약소국가 진(陳)이 있다.







  오랑캐라 불리우며 인정받지 못하는 초(楚)나라는 군사력이 막강한 나라다. 

오랑캐소리가 나오니 말인데, 그렇게 오랑캐 타령을 하더니 이제와서 전혀 상관없는 티벳까지 중국으로 편입시키고, 고구려까지 지네 역사라고 우기고 있는데 다름 아닌 지들의 역사서들이 그걸 부정하고 있다. 명품 무협소설로 유명한 김용도 동북아 공정에 참여하면서도 소설에서 반청복명(청나라를 물리치고 명나라를 다시 세우자)을 외치고 있지 않은가. 중국을 통일했던 청나라조차도 오랑캐로 취급하더니 고구려가 지네 역사라니 왠 개 풀뜯어먹는 소리인가. 중국을 사대했던 조선이 명나라를 열심히 섬겨 청나라를 열받게 했던것만 봐도 청나라조차 중국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짱개들은, 지금와서 지들의 이득을 위해 지들 스스로 했던 말을 번복하는 코메디를 하고 있는 거다. 명분이란 지켜야할 도리지만 권력자들이 이용하는 핑계에 불과하다.




   예를 들자면 조조가 허수아비 황제 헌제를 계속 데리고 있었던 것도, 명분뿐인 주황실을 제환공과 진문공이 내세웠던것도 그놈의 명분때문이다. 명분을 내세우면 상대방이 일단 할말이 없고, 백성들이 따르게 된다. 그렇게 명분을 내세우지만 나중에 경쟁자가 없어지면 지가 당연한듯이 황제가 된다. 한나라를 세운 유방이 그에 해당한다. 조조도 유비도 황실에 충성하는 척 했지만, 경쟁자가 없었더라면 지가 황제가 되지 통일해놓고 예전의 황제를 세우진 않는다. 명분은 경쟁자를 경계하고 민심을 잡기 위해 이용하는 도구일 뿐이다. 유방도 항우가 죽인 의제의 복수를 명분으로 삼아놓고 지가 황제에 올랐다. 명분대로라면 의제의 자손들을 황제로 추대해야 하는 거다. 




  삼국지에 대한 책을 쓴 한 저자는 저서에서, 조조가 헌제를 몰아내지 않고 끝까지 옹립했던 것을 조조가 사실 한나라에 충성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다. 조조가 제위에 오르지 않은 이유는 유비와 손권이 아직 평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민심이 떠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헌제를 옹립하지 않은것이다. 조조가 통일을 했었더라면 과연 헌제를 계속 황제로 나두었을까? 조조가 바보도 아니고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조비가 후에 황제를 칭하지만 그것은 유비나 손권이 칭황하게 되는 결과를 불러왔고, 결국 엉뚱한 사마씨가 통일을 하게 된다. 조조가 그런 조비를 봤더라면 답답해 했을일이다. 

  






  

  다시 열국지로 돌아가자. 

 천하의 기재 관중도 나이가 들어 죽음이 찾아온다. 그가 죽기전 제환공에게 수조, 역아, 당무, 개방을 추방할것을 부탁하지만, 그들을 다시 소환한 제환공은 그들로 인해 패자답지 않은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니, 죽은후에도 관중의 예측은 적중한다. 제환공의 아들들은 군위를 다투며 서로 죽이다가 결국 세자 소가 즉위하게 되는데, 효자라고 해서 제효공이라 부른다. 그는 아버지 제환공의 무덤을 매우 크게 만들며 궁녀들과 궁인들 수백명을 생매장시킨 잔인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제 두번째 패자 중이 진문공이 등장한다. 진헌공의 애첩 여희는 세자 신생을 죽이고 자신이 낳은 못난 아들을 군위에 앉히려고 해서 피바람을 불러온다. 총명하고 백성들과 가신들이 따르며 싸움까지 잘하는 세자 신생을 죽이고 둘째 중이와 이오마저 죽이려고 하지만 오히려 자신의 두 아들이 가신들에 의해 살해당하는 결과를 불러온다. 가신들은 중이를 군위에 앉히려 하나 중이는 군주를 시해한 가신들을 앞세워 군위에 오른다면 꺼름칙하며 백성들의 지지도 얻지 못할거라고 생각해 거부한다. 그래서 이오가 군위에 앉아 폭정을 펼치게 된다. 

이 부분은 이해못할 대목이다. 중이는 19년동안 자신을 따르는 가신들을 데리고 이나라 저나라를 떠돌며 고생하다가 조카를 죽이고 60이 다되서야 군위에 오른다. 시켜줄때 했으면 되었을 것을 뭐하러 사서 고생을 하는지. 꺼림칙하다면 왜 조카를 죽이고 조카의 아내까지 지 마누라로 삼고 군위에 오른 것일까? 둘다 꺼름칙한것은 마찬가진데. 아마 소설적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 왜곡된 것이리라 생각된다. 




  또 한편으론 그의 자질이 그다지 뛰어나지 못했던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한다. 당시엔 군위에 오르기 겁이났던 것은 아닌지. 그를 따르는 가신들이 뛰어났기 때문에 그는 패자가 될수 있었을 것이다. 첫번째 패자 제환공이 살아생전 중이가 망명해오자 제강을 그에게 시집보낸다. 중이는 제강에 빠져 지내며 평생을 그냥 그럭저럭 보내기로 한다. 그러나 제강은 보통여인이 아니었다. 오히려 가신들과 짜고 술취한 중이를 수레에 실어 떠나보낸다. 스스로 야망따위는 없다고 말하며 편하게 안주하려는 중이를 그렇게 떠나게 하지 않았다면 중이는 두번째 패자는 커녕 수많은 공자들 처럼 그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되지 못했을 것이다. 진문공은 제강때문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라는, 여자들이 들으면 기겁을 하고도 남을 속담은 춘추시대에서 유래되었다. 폭군 주왕의 첩 달기가 설쳤기 때문에 나라가 망한것을 빗대어 한 말인데 그것은 달기의 죄이지 여자들의 죄가 아니다. 오히려 여자들로 인해 남자가 크게 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위에 말한 제강이 그렇고, 제환공의 부인 장위희가 그렇다. 그외에도 여성들이 활약을 한 경우가 상당한데, 열녀전이란 책에 그것들이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이 에피소드를 보니 유비가 생각난다. 손권의 누이동생에게 시집간후 오나라의 호화스러운 생활에 빠져 촉으로 돌아갈 생각도 하지 않고, 평생 자신을 따라온 조자룡조차 귀찮아 한다. 조조가 쳐들어온다는 거짓보고를 받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손부인을 데리고 촉나라로 도망을 가게 되는 것이다. 중이나 유비나 유방이나 그 인덕과 사람을 끄는 매력은 상당하지만 그뿐이다. 다만 훌륭한 부하를 두었고 그들의 말을 잘 들어주었으며 운이 좋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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