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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열국지 2 - 제왕의 도
이수광 지음 / 대산출판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초반이 매우 지루하던 1권을 넘어서자 드디어 재미가 쏠쏠해지기 시작했다. 2권은 손에 놓기 어려울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전국시대 최고의 스타중 한사람인 관중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관중이 집필한 '관자'는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의 필독서로서 국내에도 번역본이 출간되어 있고, 동양고전 추천목록에 빠지지 않는 명저이다.
제나라의 제환공은 관중이라는 걸출한 인물을 얻어서 춘추전국시대 최초의 패자가 될 수 있었다. 삼국지의 스타 제갈량이 본받고자 한 인물로 유명한 관중은 우여곡절끝에 제환공을 섬기게 되었다. 관중이 제나라에서 큰 인물이 될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역량도 있겠지만 친구 포숙아의 공이 크다 하겠다.
"나를 낳아준것은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주는 이는바로 포숙아였다"고 말할정도로 포숙아는 그의 재능을 높이샀다. 장자였던 규를 섬기던 관중과 소백을 섬기던 포숙아는 제양공 사후에 서로 자신의 주군을 군위에 오르게 하기 위해 다툰다. 백발백중의 활솜씨로도 유명했던 관중이 소백을 활로 쏴버리지만, 그럴것을 예상했던 포숙아는 소백에게 갑옷을 입히고 관중이 쏜 화살에 죽은 시늉을 하게 한다. 소백이 죽은줄로만 알던 관중과 규가 안심한 사이 소백, 즉 제환공은 노장공을 압박해 자신의 형인 공자규를 죽이고 군위에 오른다. 규를 따르던 소백은 자살을 하지만 관중은 목숨을 부지하는데, 포숙아는 관중을 제환공에게 천거한다. 제환공이 패자가 된것은 팔할이상이 관중의 공이지만,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인물을 스승의 예우로 대하며 재상에 임명하고 전권을 맡긴 제환공도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2권의 대부분은 제환공과 관중의 이야로 구성되어있다. 제환공은 주황실의 떨어진 권위를 전략적으로 다시 세우고 신하를 자처한다. 그리고 관중의 말을 쫓아 덕으로서 다른 나라들이 굴복하게 만드는 전략을 사용한다. 제환공은 호승심이 많은 인물이라 노나라를 합병하고 초나라와 결판을 내고 싶어했지만 그렇게 되면 신의를 잃어 패자의 위치를 유지하지 못하리라고 예상한 관중의 판단이 그를 막는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자. 제환공이 영웅이고 관중이 그렇게 대단한 양반이라면 진시황이나 유방처럼 그냥 천하를 평정하면 되지 않느냐 하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그 당시 시대상황으로는 그것이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본다. 진시황이 통일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선대에서 이미 진(秦)의 영토를 크게 확장시켜 놓았고, 춘추시대의 수많던 나라가 전국칠웅으로 좁혀져 있었기 때문이 가능했다. 진시황도 전국시대가 아닌 춘추시대였다면 통일하기가 불가능 했을 것이다. 유방이 통일을 한것도 경쟁자가 하나뿐이었으며 부하의 말을 듣지 않는 어리석은 군주였다는 이점이 있다. 조조가 통일을 하지 못한것도 촉과 오라는 단단한 나라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조조나 제환공이 진시황시대나 유방의 시대에 있었더라면 통일의 위업을 달성했을 가능성이 크다. 자질도 중요하지만 시대도 잘 타고나야 하는 거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더라도 한번쯤 들어보았을 고사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열국지의 재미중 하나다. 앞일에 대해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것을 기우라고 하는데 그것은 기나라 사람의 근심이라는 뜻이다. 천지가 무너지면 어떻게 하나? 라는 쓰잘떼기 없는 걱정을 하면서 식음을 전폐한 기나라의 한사람이 그의 친구의 설명(지금보면 당연한)에 의해서 그 근심을 멈춘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역시 1권에 이어 짱개들의 구라는 계속된다. 춘추시대 최고의 역사로 알려진 남궁장만이 송민공 앞에서 재주를 부리는데 화극을 공중에 띠우고 4, 5장을 뛰어올랐다고 씌여져 있다. 1장은 3.03m 이다. 4장이면 9미터가량 되는 것이다. 1척이 30cm인데 그당시에는 19,9cm였던것 처럼 지금의 치수와 조금 차이가 있었다고 쳐도 말도 안되는 구라가 아닐 수 없다.
제환공의 시대도 저물어 가고 두번째 패자의 등극을 예고하며 2권은 막을 내린다. 제환공 못지 않게 유명한, 19년동안 떠돌이 생활을 한것으로 잘 알려진 중이 진문공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