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 밀러 펭귄클래식 27
헨리 제임스 지음, 최인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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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달전에 충동구매로 펭귄클래식 1~50권 세트를 질렀다. 전부터 세계문학전집을 갖고 싶었는데 비싼 가격과 보관장소 때문에 구입하지 못했는데, 모 싸이트에서 특가로 나온김에 무이자 할부로 지른것.  고전 문학이라곤 거의 읽어본 적이 없어서, 이십년도 더 전 초등학교때 읽은 톰소여의 모험외엔 49권이 읽어보지 않은 책이라 중복걱정없이 마음편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놈들은 할부가 끝날때까지 거의 장식용으로 생활해야 했다. 밀린 읽을거리가 많다는 핑계로 피츠제럴드의 단편 몇편외엔 방치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드디어 처음 읽게된 장편이 데이지 밀러다. 1권부터 순서대로 읽으면 좋았겠지만 대망의 1권은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딱봐도 골치가 아파보였기에 두께가 비교적 얇고 스토리가 단순해 보이는 놈으로 먼저 골른것이다. 펭귄씨리즈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가격도 있었지만 유토피아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자유론, 논어등의 철학고전들이 틈틈이 들어있었기 때문인데, 마찬가지 이유로 1권을 피하게 된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다.

 




 

 

 

  저자인 헨리 제임스는 심리학관련 서적들을 읽다보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유명한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의 동생이다. 그는 소설의 주인공 윈터본처럼 미국 출신이지만 당대의 유명인사 투르게네프, 플로베르, 에밀 졸라, 알퐁스 도데와 교우하며 유럽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그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그의 작품속엔 구세계 유럽과 신세계 미국의 문화적 충돌과 갈등이 잘 어우러져 있다고 한다.

  소설의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다. 미국인이지만 유럽에서 오랜 세월을 지내 유럽인에 더 가까운 윈터본은 우연히 매우 아름다운 데이지 밀러라는 미국인 여성을 만난다. 유럽의 복잡하고 머리아픈 예의 범절에 아랑곳 하지 않는 데이지 밀러는 기질적인 바람둥이다. 윈터본은 그녀에게 매우 끌리고 지대한 관심이 있지만 한편으론 교양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데이지는 조바넬리라는 잘생긴 이탈리아인과 어울려 다니는데, 윈터본은 그녀곁을 맴돌지만 적극적이지는 못하고 한 여성의 유형을 연구하는 듯 관심있게 바라보기만 한다. 물론 티내지 않는 질투심도 느끼면서. 하지만 결국 그 마음을 접기로 하는데, 마침 데이지가 병에 걸리게 된다. 

 

  방문객이 그다지 많지 않은 내 블로그의 글을 몇명이나 읽을지 모르겠고, 결말이 무슨 큰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결말은 쓰지 않으련다. 줄거리는 비교적 짧고 단순하지만 심리학자의 동생답게 주인공의 내면묘사와 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데이지 밀러의 모습, 유럽의 아름다운 자연묘사등이 즐거움을 주는 소설이었다.

 

  세계고전문학을 읽을 때 곤혹스러운 것은 그 나라의 문화나 용어, 풍습등이 생소하기 때문이다. 세계사에 대해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시적인 관점의 외국은 너무나 낯설다. 주석을 읽어도 잘 모르겠고 그런 설명조차 없는 용어들도 많다. 특히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을 읽을땐 매우 곤욕스러웠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이며 이런 장면은 왜 나오는 것인지 모호한 것들이 너무 많아 공들여 읽었음에도 이해가 잘 되질 않았다. 나만 그런것인가 하는 자책감이 들기도 했지만, 책벌레로 소문난 어떤 이웃의 평가도 나와 비슷했기에 조금 위안을 삼았었다. 

  세계문학 제일의 금자탑이라는 전쟁과 평화도 러시아의 귀족문화가 너무 생소해 읽기를 포기했었다. (언젠가 다시 도전할것이지만)

원전을 읽을 실력이 전혀 되지 않기에 내 무지를 탓하곤 했는데, 원서를 읽어본 사람들이 하나같이 번역을 문제삼는 작품도 상당하다. 역자들이 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번역을 하는 것보다 독자들을 위해 좀더 이해하기 쉬운 번역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작품은 인물에 중점을 둔 작품이라 읽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펭귄 클래식의 작품들이 대체적으로 쉽게 번역이 된 편이라는 이야기도 이 씨리즈를 선택하는데 참고가 되었다.)

고전은 낯설고 이해가 어려우며되고 현대소설에 비해 반전이나 자극적인 면에서는 떨어지지만 나름대로의 깊은 매력이, 그것이 이질적이고 골아프게 하는 것이라도 계속 읽어 나가게 하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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