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탐정 김전일이라는 추리 만화는 일본에서는 물론 한국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었는데, 나도 무척 좋아하여 전권을 다 읽어보았다. 그러나 후반부로 가면서 부터 식상해 지는데 그것은 몇가지 너무나 정형화된 틀안에 갖혀있기 때문이다. 만화이고 많은 사건들을 다루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만 꼭 범인은 이안에 있어야 한다는 법칙은 너무한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이 소설도 그런식의 구성이 전개되고 있다. 한권의 책안에 여섯가지의 사건을 담고 있는데, 김전일 정도는 아니지만 몇가지의 틀이 반복되고 있다. 트릭과 사건, 인물들의 역할이 정해져 있고 구성이 반복된다. 재벌가의 딸이지만 신분을 숨기고 형사일을 하는 아가씨 레이코. 그의 상사이자 중견 자동차 회사 자제인 가자마쓰리 경부. 그리고 그의 집사인 가게야마는 '아가씨'인 레이코를 모시는 시종에 가깝다. 그러나 시종 답지 않은 독설가에 뛰어난 추리력의 소유자로서 레이코가 들려주는 사건을 이야기만 듣고 해결해 버린다. 레이코가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건은 100% 그녀의 집사가 해결하는거다. 사건이 벌어지고 가자마쓰리 경부와 레이코가 출동해 나름대로 추리를 한다. 가자마쓰리는 레이코가 생각하는 것을 한박자 빨리 이야기 하고 레이코는 속으로 비웃는다. 그러나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결국 퇴근후 가게야마가 사건을 해결해준다. 그 댓가는 "아가씨는 혹시 멍청이 이십니까?" 같은 폭언. 재벌집 딸네미로서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가게야마가 워낙 뛰어나게 사건을 해결해 주는지라 그를 자를수도 없다. 첫번째 두번째 이야기는 무척 재미있게 읽었으나 그 다음도 그 다음다음도 이 구성이 반복되기 때문에 지겨움을 느끼게 한다. 일본에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추리소설이라지만 우리나라의 정서에는 그다지 맞지 않는듯한 느낌이 든다. 현실적이지 못한 주인공들의 직업과 처지, 그보다 더 현실적이지 못한 사건들. 등장인물이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라기 보다 사건을 위해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는것이다. 정해진 주인공과 그들의 틀에 짜여진 역할, 그리고 오직 독자를 교묘하게 속이기 위한 트릭을 위한 사건. 추리소설이 다분히 그런 경향들이 있는것이지만 이것은 너무 노골적이라 오히려 거부감이 들었다. 이런 구성을 좋아하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별로다. 소설보다는 만화에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만화는 비슷한 구성이 반복이 되어도 매번 다른 그림을 보는 맛이 있기에 지루함이 덜하지만, 소설에서 보이는 것은 텍스트 뿐이니 좀더 빨리 싫증이 나는듯 하다. 게다가 간략하게 나오지만 매번 주요 등장인물들을 다시 소개하는것 역시 거슬린다. 6번이나 레이코의 프로필을 읽어야 하는 것이다. 단편으로 잡지등에 나왔을 경우는 괜찮겠지만 단행본으로 처음 접하는 독자는 짜증나는 일이다. 일본의 경우 어떤식으로 간행되었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에 출간했을때는 단행본으로 나왔으므로 역자가 알아서 수정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이제 이책의 장점을 이야기 해보겠다. 우선 개성이 강한 캐릭터다. 짜여진 듯하고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개성이 뚜렷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기도 하다. 반복되는 캐릭터의 역할이나 사건 구성은 거부감을 줄수도 있겠지만 또 어떤이에게는 친숙함을 줄수도 있다. 또 독자가 직접 추리를 해나가는 맛이 있다. 마치 예전에 유행했던 명탐정 추리퀴즈책을 읽는것 같은 재미를 준다. 그런 퀴즈의 단점은 묘사가 단촐하면서도 결말은 정해져 있어 다른 많은 가능성들을 애써 외면하고 있어 코웃음을 치게 할때가 많다는 것인데, 그에 비해 자세한 사건과 인물 묘사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앞장을 뒤져가며 추리해보는 맛이 있다. 몇몇사건은 어려웠고 기발했지만 몇몇문제는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어서 꼼꼼하게 읽어본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맞추는 재미를 느낄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