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 [a:] ㅣ 어웨이큰드 Awakened 시리즈 1
투 비 어웨이큰드 지음, 월간 유이 옮김 / 유이 / 2011년 4월
평점 :
오랫만에 맘에드는 소설을 만났다. 이상한 제목, 깨어있으라는 의미의 To be awakened 라는 역시 이상한 필명. 철학적 신비 소설을 표방하는 전체적으로 모두 이상한 이 소설을 읽게 된것이 행복하다.
’철학’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상 머리아프고 골치아프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먼저하게 된다. 허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도 않다.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다소 나오긴 하다만은 그마저 흥미로웠다.
이 소설을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모험소설? 철학적소설? SF?
모험이야기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인디아나존스류의 탐험이야기는 아니다. 딱딱하고 머리아픈 문제들을 복잡하게 이야기 하는 철학적인 소설이라고만 하기도 뭣하다. 공상과학소설적 요소가 있지만 SF라고 할수는 없다. 신비한 능력을 가진듯한 소녀 고라의 등장은 미스터리의 냄새를 풍기는 듯하나 그렇다고 볼수도 없다. 이 모든 요소가 있으면서도 장르를 짬뽕시킨듯한 조잡한 냄새는 나지 않는다.

옥스퍼드의 천재작가가 한국인 작가를 만나 완성한 소설인데 그 천재작가는 누구일까? 잘 알려진 작가일까? 왜 작가명을 밝히지 않은것일까? 무명이기 때문은 아닐까? 이런 의문들이 들었지만 어찌되었건 선택하게 된 이 소설.
세상에 소설은 많고 좋은 작품도 많으나 졸작은 더 많다. 어떤것은 소설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하거나 지금까지 많이 봐왔던 식상한 내용이거나 지루한 나머지 잠이 쏟아지게 하는 작품들이 수두룩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작가의 명성이나 사람들의 평가, 혹은 출판사등에 신경을 쓰게 된다. 하지만 이책은 그런것과는 관련이 없다. 천재적 작가라지만 이름을 밝히지 않았으니 무명작가일 가능성이 다분하고, 출판사도 처음 들어본다. 책의 디자인도 왠지 자비출판한듯한 느낌이 들게끔 하는 디자인. 그런 의문들에도 불구하고 그냥 보고싶었기에 선택한 책. 그리고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표지는 다소 야하게 보인다. 그러나 책에는 야한장면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다.) 쉬이 읽혀나가지도 않으나 지루하지 않고, 다 읽고 나선 어서 다음권을 보고 싶게 만드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이 ’재미’라는 기준이 어디며 어떤 이유로 나는 이 소설을 ’재미’있다고 말하는것인가? 자신의 주관적인 이 판단은 타인에게 어떤근거로 적용될수 있을지등의 의문이 든다면 몰입해서 ’재미’있게 읽었다고 말할 수 있을것이다. 그런식의 의문들이 가득하게 만드니 철학적 소설이라고 하는 것일지도.
조각같이 멋진 외모와 명석한 두뇌, 풍족한 가정환경등 엄친아도 이런 엄친아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옥스포드 철학도 헨리, 어릴적 부터 헨리와 알고 지낸 예쁜 외모에 주목받는 것에 익숙한 심리학과 학생 키아라. 이 둘과 친해지게 되는 주인공 가이 디스아일리는 어린시절부터 세상과 우주와 자기 자신에 대해 끝없는 의문을 품고 살아온, 다소 독특하면서 황당하기까지 한 사고를 지닌 친구다. 어느날 가이의 실수로 문화인류학 연구소에 전시되어있던 중요한 물건인 ’그것’ 이 깨져버린다. 그러나 그 실수로 인해 오히려 중요한 발견을 하게 되었다.
우연히 발견한 ’그것’의 비밀을 풀기 위해 각자 여행을 떠난다. 가이는 이집트로, 헨리와 키이라는 캄보디아로. 그 누구도 풀지못한 비밀의 단서를 운명적으로 잡아내게 되는 가이.
현대과학으로도 밝혀내지 못하는 피라미드의 신비. 이 소설에는 그 비밀이 등장한다. 그 비밀이 맞는지 안맞는지는 피라미드에 대한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알수 없는 일이지만 제법 그럴듯하게 읽혀졌다. 소설에 등장하는 세계관도 흥미롭고 독특하지만 왠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기원전의 먼 과거에 모든 사람들이 같은 언어로 통하던 때부터 4부류로 나뉜 그들의 갈등, 한쪽의 승리와 다른쪽의 예언. 실제로 이런일이 있었던것은 아닐지 상상해보며 즐겁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우리는 잘 해야 반경 킬로미터의 사물을 볼까 말까 해. 그 너머에 있는 것들은 지도나 사진 따위에 의존할 뿐이다. 우주는 어때? 천체 망원경으로 관찰하고 인간의 눈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각도계로 각도를 측정해서 거리를 재고, 지구 밖에서는 달라질 수도 있는 음속과 광속을 가지고 별의 위치와 탄생과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지구와 인간 너머에 있는 것들을 죄다 지구와 인간의 기준으로 재면서 그게 정답이라고 해" -p175-
인간의 본성이 그런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어떤 사람의 단편적인 모습이나 행동만 보고 저사람은 어떻다고 쉽게 판단하며 그런식으로 판단되어진다. 그러나 나는, 우리는 그렇게 판단되어진 모습 그대로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눈으로 모든 사물을 판단하고 규정짓지만 모든 사물이 그렇게 판단되어진 모습 그대로는 아닐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판단을 절대적으로 믿으며 다른 가능성을 배제한다. 진리는 진리이기 때문에 진리가 아니라 다수가 믿고 있는것 그것이 진리일때가 많다.
새로운 발견을 한 많은 사람들도 처음에는 엄청난 욕을 먹었다. 에디슨은 당대의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샀으며 지동설을 주장한 학자들은 더욱 심한 꼴을 당했다. 새로운 사실이 명확하게 다수에 의해 인정되기 전까지 욕을 먹는 것이다.
많은 생각을 해보게끔 하는 소설이다. 세상의, 우리의, 나의 여러가지 모순들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