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작하는 드로잉 - 당당하게 도전하는 희망 그리기 프로젝트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
오은정 지음 / 안그라픽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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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어릴적 꿈은 만화가였다. 만화가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만화를 무척 좋아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가끔 읍내에 나갔다 오시면 만화잡지 ’보물섬’을 사들고 오셨고, 난 보물섬에 나와있는 만화들을 따라 그리며 만화가의 꿈을 키웠었다. 그때가 초등학교 3학년때였는데, 열심히 베껴그린 덕분에 베껴 그리기는 어느 정도 잘할 수 있었다. 생견 받지 못하는 칭찬을 만화 그리기로 받곤 했다.
만화책 외에도 당시 한겨레 신문의 한겨레 그림판에 실린 풍자 만화를 멋도 모르고 베껴 그리곤 했었는데, 서울에 올라가셨다가 지인을 통해 박재동 화백을 만난 아버지께서 내가 그린(한겨레 그림판을 베낀 그림을)보여주셨고 칭찬의 짧은 편지를 받기도 했다. 지금은 어디 갔는지 진작에 잃어버렸지만.
 
  수업시간에 전 과목에 걸쳐 매일 같이 딴짓을 하던 나는 주로 낙서를 했다. 당시 유행하던 드래곤볼의 손오공이나 북두신권의 켄시로를 따라 그렸다. 그렇다고 해서 미술을 잘했느냐? 아니다. 미술은 하기 싫어 대충했다. 다만 스케치를 할때는 칭찬을 받곤 했는데, 미술대회 나갈정도로 실력이 있구나~ 뭐 이런 칭찬이 아닌, 공부 못하는 놈이 이건 조금하네, 의외다~ 라는 식의 칭찬일 뿐이었다. 그림 그리기는 좋아했지만 미술은 싫어했고, 만화만 주구장창 그렸는데 웃긴 것은 얼굴만 그렸다는 것이다. 얼굴 그리기는 누구보다 자신있었으나 어깨 밑으로는 그리기 어렵고 귀찮다는 이유로 제대로 시도한 적도 없으니, 참 어떻게 생겨 먹은 녀석인지 정말 내가 봐도 모르겠다.
 
  6학년때 즈음이었던가? 공책을 찢은뒤 작게 자른 후, 드래곤볼을 100%표절한 요술금달걀이라는 민망한 이름의 만화책을 만들어 여동생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완존한 표절이지만 그래도 주인공만은 초등1학년때쯤 내가 만든 고유의 캐릭터였다. 그 이름도 찬란한 ’빼뿍이’.
빼뿍이무슨뜻인고 하니 이빨이 뾰쪽뾰쪽하다는 뜻으로 내가만든 경상도식의 유아적 의성어에다 ’~이’ 를 붙인 이름이다.
내용은 드래곤볼 대신 요술금달걀을 빼뿍이(빼뿍이는 종족의 명칭이다)인 딸기와 쿠키가 찾아서 모험을 떠난다는 매우 유치한 내용이다.
내 스스로도 부끄럽게 여겨져서 보여줄 사람이라곤 당시엔 참 만만했던 동생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꿈을 포기하게 된것은 단순히 귀찮고 힘들어 보인다는점 때문이었다. 한때 만화가를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서 만화그 리는 법이라는 책까지 샀던 나는 대충 그리면 되는줄 알았던 만화가 상당히 어렵고 그 도구도 많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근성이 무척이나 없었던지 금방 포기해 버렸다. 그게 중학교 2학년때 쯤이었던가? 그후로 미술시간 외에는 그림을 잘 그리지 않게 되었다.
 

 
  이 책을 보니 옛 생각이 많이 난다. 벌써 십 수년이 훌쩍 넘었던, 어설프나마 그림에 대한 열정을 간직하고 있었던 시절이. 역시나 근성이 없었던 관계로 만화 그리는 법이라는 책에 나와있는 기본 밑그림 그리기 연습도 제대로 하지 않았었다. 쉽게 포기해 버리고 말았던 마음 켠에 그래도 미련이 눈곱만큼 남아 있었나 보다. 다시 그리기에 대한 책을 읽게 되었으니.
 책에서는 주로 그림 그리는 태도와 자세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어 흥미롭다. 왜 그림을 그리고 싶은지, 왜 그려야 하는지에 대해서 진지한 사색을 하게 만든다. 나에게 그림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었던 어린 시절 부족 했던 것이 있다면 바로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것들이란 생각이 든다.
 
  한 권의 책에 그리기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없겠지만 상당히 도움이 될만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기본적인 그리기 방법부터 본격적인 것까지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연습은 많이 했었지만 기본적인 연필 쥐는 법조차 제대로 익히지 않고 그리던 나였기에 이런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사람에게 직접 배우는 것이 아무래도 낫겠지만 전공자가 아닌 취미나 다른 이유로 그림을 그려보고자 했거나 즐겨 그려왔던 사람들에게는 분명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난 왜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것인가?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어떤 여성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이다. 열심히 연습해서 직접 그린 초상화를 떡 하니 보여주고 싶다. 그때까지 다시 책을 들춰가며 꾸준히 연습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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