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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레시피 ㅣ 지하철 시집 1
풀과별 엮음 / 문화발전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지하철에 시가 있는지도 몰랐다. 차가 있어서 그런지 언제부턴가 지하철을 거의 타지 않게 되었고, 가끔타도 워낙 주위를 살피는 성격이 못되는 지라 있었어도 그냥 지나쳤을것이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걸어서 25분가량 걸린다. 버스를 타고 내려가면 금방가지만, 언덕위 아파트의 마을버스 시간은 일정치 않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차를 몰고 다니게 되었고, 지하철과 멀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시가 더이상 읽히지 않는 시대다. 전혀 팔리지 않는 시들. 잘팔려도 먹고 살기 힘든때에 전업 시인은 반달가슴곰보다 희귀한 천연기념물이 되어버렸다. 생활속에 시를 읽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내주변에선 단 한명도 보지 못했다. 이렇게 말하는 나조차도 시는 잘 읽지 않는다.
어렵기 때문이다. 좋은 시는 깊은 울림과 감동을 주는 시라고 하지만 깊은 울림은 쉽게 소리낼 수 없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그냥 봐서는 도저히 이해 안되지만 알고나면 그 감동은 대단한 것이 이런 시들일 것일텐데 그걸 알아채기 어려운 것이다.
반면 지하철에 있는 시들은 어렵지 않다. 때로는 시시할 정도로 너무 쉽기까지 하고 소소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작은 감동이라도 누구나 쉽사리 느낄수 있어서 좋다. 바쁜 출퇴근길, 또는 어딘가로 향하는 길 잠깐 잠깐 눈여겨보는 시들은 쉽게 다가와야 할 것이다. 이 시들은 그런 점에 매우 충실하다.

다리 / 김선진(6호선 공덕)
가장 건너기 힘든 건
이산과 저 산을 잇는
구름다리도 아니요
이 쪽 강과 저 쪽 강을 접붙이는
나룻배도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천근 같은 마음의 다리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게 된 시대, 누구나 쉽게 공감할만한 시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마음에 다리를 놓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하면서도 어서 그 다리를 놓아야 할것 같다는 마음이 들게끔한다. 평소에 누군가의 마음이 다가 오지 못하도록 먼저 방어벽을 구축하고 있진 않았는가? 다시 볼사람 안볼사람 구분해가며 대하지 않았는가?
알던 사람에게 몇번 뒤통수를 얻어 맞고나니 나도 모르게 사람에 대한 경계를 하게 되었다. 내가 새로 만난 이 사람은 내 뒤통수를 친 사람이 아닌데, 혼자만 상처입었다고 생각하고 방어막을 먼저 쳐놓고 그 선을 지켜달라며 요구한것 같다.
한마디로 겁이 난 것이다. 이젠 다시 용기를 내야함을 이 시에서 읽었다.
고유가 시대, 서울 나들이는 지하철로 하기로 마음먹었지만, 대중교통으로 가면 시간의 낭비가 장난이 아닌 고로 마음만 먹고 있다. 얼마전부터 운동도 할겸 자전거를 한대 구입하고 출퇴근을 하고 있으니 차에 익숙한 몸을 길들여 질것이다. 그러면 다시 지하철을 타게 되겠지. 그리고 지하철을 타면 이젠 눈여겨 볼것이다. 간극이 긴 서울행 열차를 기다리며 시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 거릴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