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한쪽 눈을 뜨다 문학동네 청소년 7
은이정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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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나에게도 사춘기 시절이 있었지. 거칠고 예민했으며 때론 비겁 비열 잔인하고, 한없이 여리고 착하기도 했던 시기. 뭔가 가슴속에 억눌러 폭발직전의 충동을 가지고 있는 시기였다. 누구나 질풍노도와도 같은 사춘기를 보내지만 난 특히 민감한 아이였었다. 성격의 예민함과 까칠함이 극에 달해 친구도 거의 없었고, 별 이유없이 친구들에게 싸움을 걸어 때리기도 하고 맞기도 했다. 무엇이 그렇게 답답했던 것일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어머니께 말도 안되는 이유로 짜증을 부리고 폭력적으로 화를 분출하기도 했던 나는 그때만 생각하면 한없이 죄스러워진다.

 

  교사이자 이책의 저자이기도 한 은이정은 그런 억압된 무엇인가를 '괴물'이라고 표현한다. 그렇다. 내안에도 괴물이 살고 있었다. 주체할수 없는 괴물은 가끔 우리속을 뛰쳐나와 나를 지배했다. 괴물은 터질듯한 욕망으로, 폭력과 분노로, 잔인함과 집착으로, 이유없는 반항으로 터져나왔다.

정글과도 같은 약육강식의 세계. 학교는 그런 곳이었다. 묵시적인 서열이 정해지는 곳. 때론 어른들 보다 잔혹한 다툼속에 희생되고 상처받는 아이들. 소설의 영섭은 그런아이다. 어딘가 어눌하고 약해보이는,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는 녀석.

이맘때의 아이들은 잔혹하고 정도가 지나친 면이 있어서 끊임없이 누군가를 괴롭힌다. 체격이 큰 아이는 자기보다 적당히 작고 만만해 보이는 아이를 괴롭힌다. 처음에 저항하지 못하면 괴롭힘은 계속 끈질기게 이어진다. 여린 아이들에게는 그런 저항은 무척이나 힘겨운 것이다. 그런 시간이 되풀이 되는 동안 괴롭히는 아이, 당하는 아이 모두 마음속에 괴물을 키워간다. 

 



 

  사춘기가 되면 내면의 갈등이 시작된다. 원인이 불분명한 분노를 먹고 자라나는 괴물, 그 괴물을 표출해버리고 싶은 충동과 싸워나가는 것이다. 따돌림을 당하는 영섭을 동정하면서도 방관만 하는 반장 태준은 또한 그를 괴롭히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영섭은 오래전부터 괴롭힘을 당한 듯하다. 겁이 많고 다소 바보같아 보여 아이들에게 당하는 아이. 공부에도 도통 관심이 없는, 소위 말하는 열등생이다. 친구가 없는 학교에서 [사바나에 사는 동물들]이라는, 매일 지니고 다니는 책의 동물이 되어 따돌림 당하는 외로운 현실에서 탈출한다. 상상력이 대단한 아이지만, 친구가 없다 보니 사교성이 뒤떨어진다. 그를 괴롭히는 정진을 피해 맹꽁이로 변신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맹수로 변하기도 한다. 영섭의 억압된 충동은 가끔 이상한 행동으로 나타나 담임을 놀라게 한다.

 

  군대를 다녀와서였던가? 문득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나는 아이들을 잘 이해하는 좋은 교사가 될것같았다. 내가 겪었던 성장통과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했던 많은 생각들을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잘 활용할수 있을것 같았다. 적어도 나를 담당했던 선생들 처럼 무조건 윽박지르거나 무시하거나 상처를 주지는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들은 오래 교사생활을 해서 였는지 아니면 성장통을 덜 겪었는지 아이들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니, 알면서 모르는체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공부라곤 전혀 하지 않았던, 고등학교도 겨우 졸업한 내가 교사가 된다는 것은 힘든일이었다. 그때 시작했으면 늦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었겠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았고 돈을 벌면서 공부를 해나갈 만큼 성실하거나 독하지 못했던 것이다.

 

  지독했지만 그리운 학창시절, 새삼 그리워 진다. 그때로 되돌아 가면 모든것을 더 잘할수 있을것 같다. 어리석었던 그때의 행동들, 그 충동들. 그때의 꼬맹이는 이미 어른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 내안의 괴물은 살아있다. 그 괴물을 어떻게 다스려 나가야 하는지가 앞으로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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