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1 - 미천왕, 도망자 을불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고구려'라는 단어를 보면 왠지 가슴이 탁 트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어릴적 수업시간에 배운 역사는 주로 좁은 나라안에서 집안 싸움만 하다가 침입을 당하는 것만 기억이 난다. 하지만 고구려는 달랐었다. 현재는 작아진 땅떵어리 그마저 두동강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넓고 강한 나라 중국에도 밀리지 않았던 고구려는 어린 내게 웅장하고 넓고 강한 이미지로 남아있기에 그 단어만 접하면 그런 기분이 드는가 보다. 한국사의 자존심이라고 할정도로 강대국이었던 고구려. 우리 고구려를 오랑캐라고 부르던 중국인들은 이제 고구려를 지네 역사란다.  1950년 중공군이 강제로 점령한 티벳을 놓아주려고 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 역사도 중국에 편입해서 한반도까지 집어 삼키려는 욕심을 보이는 중국.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분노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나는 물론리가 반성해야 것은 중국의 삼국시대 촉나라 오호대장의 이름, 조조의 친위대장, 손권휘하의 모사 이름은 알아도 고구려 장수의 이름은 잘 모른다는것이다.

 

비록 실제 역사와는 차이가 있지만 삼국지라는 역사소설이 있기에 우리가 유비, 조조, 손권의 이름을 아는 것이지 삼국지연의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많은 사람이 알지는 못할것이다. 우리도 우리 역사에 대한 소설이 있지만 그다지 많은 작품은 없다. 작가 김진명은 처녀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쓴후부터 고구려에 대한 소설을 구상하고 있었다고 한다. 17년이라는 긴 준비기간을 거쳐 소설로 나온 고구려. 13권의 분량으로 발간 된다고 하니 앞으로가 기대된다.

 



 

 

   조조의 모사였던 사마의의 손자 사마염은 진나라를 건국하고 중국을 통일한 이후, 고구려에서는 서천왕이 서거하고 그의 아들 상부가 왕위에 오른다. 봉상왕 상부는 성격이 포악하고 잔인하며 주색에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는 군주이다. 상부는 서천왕의 동생이자 자신의 숙부인 달가를 눈엣 가시로 여기는데, 진나라는 교활하게도 사자를 보내 일부러 상부를 무시하고 달가에게 태왕을 칭한다. 실력자 달가를 제거하고 고구려에 분열을 일으키려는 교활한 책략인 것이다.

 달가의 수하 창조리는 달가를 역모죄로 고발하고 상부의 심복이 되어 요직을 차지하게 되는데….

상부의 동생 돌고는 죽임을 당하고 만다. 그리고 돌고의 아들 을불마저 죽이려 들지만, 을불은 이미 없어진 후였다.

 

 

  왕이된 소금장수라는 동화책이 있는데, 그 왕이된 소금 장수가 바로 을불이다. 을불은 실제로 신분을 숨기고 남의집 머슴살이를 하고,  소금장수를 하는등 갖은 고초를 겪다가 우여곡절 끝에 고구려의 15대 왕이 되는데 그가 바로 미천왕이다. 소설은 미천왕 을불의 설화를 토대로 도망자 신세가 되어 떠도는 을불을 중점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떠돌이 신세지만 을불은 무협을

을불을 보니 19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다가 군주가된 중국의 진문공 중이가 생각난다. 원래라면 진문공을 보고 을불이 기억나야 되는 것이 순서일텐데 그만큼 고구려의 역사에 무관심 했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다가오는 천년은 김진명의 <고구려>를 먼저 읽게 될것이다 라는, 다분히 삼국지를 겨냥하고 의식한 듯한 거창한 문구처럼, 실제로 그렇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만 정말 그럴것인지는 더 두고 봐야 될일이다. 출판사에서 그걸 내세운다고 해서 아 그렇구나 하며 그대로 받아들이고 따가갈 만한 독자는 아무도 없기에 이런 문구는 왠지 도움이 안될듯하다. 삼국지와 비교를 하려고 하지만 둘의 스타일은 매우 다르다.

 

삼국지가 만만치 않은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하나가 오랜 세월동안에 여러사람에 의해 가다듬어져온 이야기이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나관중이 지은이로 되어 있지만 그 혼자 지은것은 당연히 아니고 모종강등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지금의 삼국지가 된것이다. 한 작가의 힘으로는 삼국지를 능가하는 대작이 되기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김진명 작가의 뜻은 사실 삼국지와 겨루어 보겠다라는 의도라기 보다 삼국지도 좋지만 우리 역사를 먼저 알고 먼저 관심을 가진 연유에 삼국지를 읽었으면 좋겠다는, 즉 고구려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알고 삼국지등을 읽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재미있는 소설을 읽음으로서 우리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어, 고구려에 대해 적어도 삼국지이상만큼은 알게 되어야 힘이 생기고 고구려를 자신의 역사에 편입하려는 중국의 교활한 음모를 막는데 도움이 될것이다. 

등장인물들의  세세한 시대배경등의 묘사가 약간 아쉬웠던 1권이지만 소설적 재미도 있고 구성도 잘짜여져, 현대적인 맛과 고전적인 맛을 함께 담아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역사소설은 고전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이런 스타일도 나쁘지 않다. 

 

  간도 처럼 중국에 속해 있지만 누구의 땅인지 불분명한, 고구려가 반드시 되찾아야할 목표로 삼고 있는 땅 낙랑. 을불이 신분을 숨기고 낙랑에 있을때, 그에게 무술을 가르쳐 주는 낙랑의 무예총위 양운거와 그의 딸 소청, 양운거가 아들처럼 키우다 시피한 방정균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마지막 부분에서 궁금증을 자아낸다.  또 김용의 소설 천룡팔부에 등장하는 모용씨의 성을 가진 선비족의 우두머리 모용외의 등장도 앞으로를 기대하게 한다.

 

13권이나 된다는데 왠지 전개가 빨리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미천왕외에 다른 왕들의 이야기도 넣기 위함인가?

을불이 신분을 숨기고 식객생활을 하다 무술대회에 나가는 과정이 사실 좀 생뚱맞았다. 무술대회에 우승하면 그 부상으로 작은 기반을 세울수 있을거라고 생각한 것이나, 결승에 진출해서 신분이 노출될까봐 도망가는 것(그게 상부의 갑작스러운 등장때문이었다 하더라도)이 앞뒤가 좀 맞지 않는 듯하다. 무술대회에 우승하면 왕을 만나게 되거나 자신이 아는 얼굴을 만나게 될 가능성이 당연히 많을 텐데 똑똑한 을불이 그걸 예상하지 못했을리 없다. 을불은 이 대회에서 행적이 노출되어 더욱더 쫓기게 되는 신세가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를 도와줄 사람들을 알게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결승에서 맞붙은 여노, 그리고 그와 맺게 되는 우정의 과정등의 서술도 갑작스러운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부분들이 좀더 자세하게 서술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아무튼 김진명의 고구려를 계기로 우리 역사를 배경으로한 질좋은 대하역사소설들이 많이 나와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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