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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초삼걸 - 천하 최강의 참모진
쉬르훼이 외 지음, 장성철 옮김 / 지식노마드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중국에서 유명한 많은 인물중 만리장성을 쌓은 진시황은 그 장대한 흔적과 함께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천하는 오래 가지 못했고, 다시 천하는 어지러워 졌다. 그후에 항우와 유방이 일어났고, 결국 유방이 승리해 중국을 다시 통일했고, 그가 세운 한나라는 오랜 세월을 유지하며 몇백년을 이어 갔다.
유방이 황제로 즉위한 뒤, 낙양의 남궁에서 성대한 연회를 베푸는데, 술이 얼큰해진 유방은 자신이 천하를 얻고 항우가 잃은 까닭을 물었다. 신하는 "폐하는 부하를 시켜 땅을 점령한후, 그 땅을 주어 이익을 함께 나누셨습니다. 항우는 재능있는 자를 시기하여 공이 있는 자에게 상처를 주고 어진자를 의심하며, 땅이나 공적을 얻고서도 나눠주지 않았기 때문에 천하를 잃은 것입니다." 고 말한다.
그러자 유방은 "그대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구려, 장막안에서 작전을 짜 천리 밖 승부를 결정짓는 걸로 말하면 나는 자방을 따르지 못하고, 나라를 안정시키고 백성을 다독이며 양식을 공급하는것은 소하를 따르지 못하며, 백만 대군을 이끌고 싸우는 일이라면 내가 한신을 따를 수 없소. 내가 이 걸출한 세사람의 인재를 기용했기에 천하를 얻은 것이요.
반대로 항우는 범증을 곁에 두고서도 제대로 쓰지 못했기 때문에 내게 덜미를 잡힌것이오." 라고 말했다 한다.
유방을 보필해 천하를 통일한 공신 장자방 장량, 소하, 한신.
이책은 군주 유방보다 이 세명의 공신에 촛점을 맞춘 책이다. 전략의 장량, 내정과 보급의 소하, 군사전술의 달인 한신. 이 세명중 한명이라도 부족했다면 유방의 통일은 어려웠거나 더디었을 것이다.
유방을 보면 왠지 삼국지의 유비와 닮은듯하다. 자신의 능력은 변변찮으나 사람을 다스릴줄 아는 덕을 갖춘 인물. 리더쉽은 머리가 뛰어나거나 군사를 잘 부리거나 정치를 잘하는것도 중요하겠지만 인재를 잘 기용하고, 대중들의 지지를 얻어낼 만한 매력이 있고, 뛰어난 사람을 잘 다스릴줄 알아야 하는 것같다. 그런데 유방은 처음에 한신을 기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장량의 간곡한 요청으로 기용한것이나 다름 없다. 유비가 방통을 못알아 보고 홀대했으나 제갈량의 말을 듣고 그제서야 기용했던것과 비슷하다.
다만 유방은 통일하고 유비는 실패했던 것은 일단 방통의 이른 죽음이고, 조조와 손권이라는 만만치 않은 인물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유방도 물론 항우라는 세력이 강한 인물이 있었지만 그는 조조에게 멸망한 원소와 비슷하거나 더 못한 인물이다. 힘만 세고 부하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는, 심하게 말하자면 다른 군주밑에서 장수나 하면 될 여포 같은 인물인 것이다. 리더쉽에 지략까지 같춘 걸출한 인물인 조조와 능력있는 군주였던 손권같은 인물과 비할바 아니다. 만약 삼국시대에 유비 아닌 유방이 있었고, 유방밑에 장량, 소하, 한신이 있었다고 해도 유방은 통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것은 조조 생전에 세력은 키웠지만 통일까지 하지 못한 이유와 비슷하다.
유방은 좋은 인재를 타고난 운과 시대를 잘 타고난 행운을 갖춘 사나이다. 경쟁자도 하나밖에 없었고 세력이 뛰어났지만 그 인물 자체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운이 좋은 사람은 못당한다고 하지 않던가. (개인의 고른 능력으로 치면 삼국지의 조조만한 인물도 없을 것이다. 지략은 사마의나 제갈량에 못미칠지 모르나 그리 뒤지지 않고,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면서도 남의 말에 귀기울였다. 무엇보다 리더로서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고 생각된다.)
세력이 강했던 항우는 범증의 말만 잘 들었어도 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유비나 손권처럼 생전에 망하지는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개인적으로 세 인물들중 한신을 가장 좋아하는데, 그것은 그가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으나 배포가 큰 인물이었고, 탁월한 군사지휘력과 지력을 지녔으며, 당장의 모욕이나 굴욕, 사람들이 신경쓰는 체면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대범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한신이 남의 가랑이 밑을 지나간 이야기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남들은 그런 그를 모두 비웃었지만 그는 큰 뜻을 품고 자신을 믿고 있었기에 그런것쯤은 아무렇지 않았다. 지금세상에서도 남의 이목이나 체면을 따지는 사람이 많은데, 그 옛날에는 오죽 더했겠는가? 그는 조조처럼 시대를 앞서간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는 비운의 인물이기도 하다.
토사구팽. 토끼가 죽으면 토끼를 사냥하던 개가 필요없게 되어 주인에게 삶아 먹히게 된다는 고사이다. 이 고사는 그의 가랑이 기어가기와 함께 유명한 일화이다. 유방은 탁월한 능력을 지닌 한신을 두려워 하고 시기했다. 나라가 안정되기 전에도 그가 모반을 일으키지나 않을까 걱정한 것이다. 항우의 부하였던 종리매가 살아서 한신곁에 숨어있었기 때문에 그를 의심했다.
그때 한신의 간신이 종리매의 목을 베어 유방에게 바칠것을 권유했고, 한신은 그렇게 했으나 역적으로 붙잡힌다.
"교활한 토끼를 사냥하고 나면 좋은 사냥개는 삶아먹히고, 하늘 높이 나는 새를 다 잡으면 좋은 활은 곳간에 처박히며, 적국을 쳐부수고 나면 지혜 있는 신하(臣下)는 버림을 받는다고 하더니 한나라를 세우기 위해 분골쇄신한 내가, 이번에는 고조에게 죽게 되었구나"
그러나 그는 죽음을 당하지는 않고 좌천당하였다. 천하의 반이상을 정벌한 그가 이런꼴을 당하자 원통한 나머지 반란을 일으키게 되나, 이미 천하는 평정된 후였다. 그는 소하에게 죽음을 당하게 된다.
한신의 여러가지 잘못도 있지만 그가 군주를 크게 뛰어넘는 능력을 지녔기 때문에 유방은 그를 시기하고 두려워 했다. 결과적으로 그렇기에 죽음을 당한 것이다. 한신에게는 모반할 마음이 없었던 것은 명백하다. 그러려고 하면 얼마든지 그럴 기회가 많았었기 때문이다. 유방은 큰 인물이었지만 이렇게 속좁은 면을 많이 보이기도 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