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의 산책
구로 시로 지음, 오세웅 옮김 / 북애비뉴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일본문화가 처음 개방되었을때 나의 눈을 끈것은 공포영화들이었다. 겉표지만 보아도 왠지 괴기 스럽고 공포감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그때가 90년대 말로 기억되는데 비디오가게에서 그당시 점진적으로 출시된 일본영화중에 공포영화는 다보다시피 했었다.

일본과 호러. 왠지 묘하게 어울린다. 실제로 일본에는 호러물이 참 많은데,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을때부터 일본영화하면 왠지 호러가 떠올랐다. 일본문화 개방과 함께 수입된 작품을 알리는 기사에서 본 일본원본 포스터는 더욱 호러스러운 분위기가 난다. 일본어로 쓰여져 있고 일본말로 배우들이 말을 하면 왠지 더 호러스러운 느낌이 들었고, 지금도 그렇다.

 

 



 

 

 

   그러나 요즘은 일본영화를 전혀 보지 않는다. 처음에 가졌던 호기심이 식어버리기도 했고, 히트했다는 작품들에 많은 실망도 했으며, 문화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영화에서 가장 거슬리는 부분은 ''오버스러움''이다.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닌것 같은데 에에에?~ 하며 오버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과,  마치 귀여운척하는데 온갖 노력을 다하는 듯한 여배우들의 앵앵거리는 목소리는 정말이지 들어주기 힘들다. 그때문에 영화의 내용을 떠나 거부감을 갖게 된다. 이런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내겐 너무 짜증나고 ''돋는''부분이다.

그러나 공포영화는 영화특성상 분위기 때문인지 오버스러운 장면이 거의 안나오기 때문에 가끔 보는데, 친구들과 같이 보자고 하면 이넘들은 질색을 한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재미없다며.

일본문화 개방시 난리가 날것처럼 반대하던 사람도 많았고 큰 영향을 미칠것으로 많은 사람이 예상했지만 초반에 러브레터라는 영화가 100만을 넘은것과 애니 몇편이 관객을 동원한것 말고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음란물 밖에 없다. 

 물론 일드나 애니, 영화등이 인기를 끌곤 있지만, 매니아들이 주류를 이루고 일반적으로 일본작품을 즐겨보는 사람은 인터넷 말고는 주위에서 찾기 힘들다. 좋아하는 사람들은 푹빠져 하루종일 시간만 나면 일드나 애니만 보는 사람도 있지만 수년간 실제로 만나보지는 못했다. 영화관에 더이상 일본영화가 잘 걸리지 않는 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겠다.

 

  하지만 책은 좀 다르다. 만화는 물론 소설도 일본작품들이 많이 팔리고 베스트셀러에도 곧잘 오른다. 특히 추리물이 인기를 끄는데, 드래곤볼이나 슬램덩크를 만화책으로 보다가 애니로 보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글이나 그림에는 이질적인 문화의 영향이 덜하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한국드라마나 영화의 원작이 일본소설,만화일 경우가 많은데 그것도 원작의 위력이다. 나도 가끔 일본소설을 즐겨 보는데, 링시리즈와 히가시노게이고, 미야베미유키, 온다리쿠등의 소설을 재밌게 보았다.

 

밤11시의 산책은 일본 괴담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표지부터 으스스한 공포물의 내음을 풍긴다. 표지에 그려진 삽화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소복귀신의 모습과 비스무리하다.

유명한 호러소설가 타쿠로는 다섯살의 딸아이 치야키와 함께 살고 있다. 치야키의 엄마이자 타쿠로의 아내였던 미사코는 얼마전에 죽었다. 치야키는 그림에 소질을 보이게 되는데, 그리는 거라고는 죄다 괴기스러운 것들 뿐이다. 천재적인 솜씨지만 목이 잘린 시체의 그림같은, 아이들이 상상하거나 가까히 하기 힘든 그림들을 그려서 유치원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공포에 떨게 만든다. 특히 시퍼런 얼굴의 여자를 계속 그리게 되는데, 치야키는 그것이 엄마의 모습이라고 주장하며 허공을 가르킨다. 엄마를 잃은 슬픔에 의한 환상이거나, 죽음을 이해못하기 때문에 하는 행동이라 생각한 타쿠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치야키는 어느날 부터 밤 11시만 되면 산책을 나가자고 조르고, 나가서는 매우 기뻐하며 강둑에 앉아 그림을 그린다. 딸이 기뻐하는 모습에 만족하는 타쿠로.

타쿠로의 소설편집을 담당하는 쿠노스키가 어느날 갑자기 사표를 내고 사라지고, 후임으로 미키가 오게된다. 미키는 타쿠로가 신인일때부터 그의 작품을 좋아했던 팬인데, 타쿠로와 친해지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미키는 치야키의 이상한 행동과 비둘기를 죽인 사건으로 치야키를 매우 두려워 한다. 치야키가 엄마라고 부르는 파란 얼굴의 여자는 점점 타쿠로주변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고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미키도 그 영향을 피할수 없는데… ….

 

  링의 호러를 방불케 하는 서스펜스를 표방하지만, 역시 ''제2의 OO~'', ''XX를 능가하는~'' 이라는 문구를 내세우는 작품치고 제1을 따라가는 작품은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줄뿐이다. 읽어가면서는 그래도 흥미롭게 보았지만, 천둥치는 날에도 혼자 공포영화를 보는 날 겁주기에는 매우 빈약하다. 내가 공포물을 좋아하지만 그에 비교적 덤덤하다는 것을 제외하더라도 그렇게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는 아니다. 그냥 재미삼아 볼만하다는 정도. 번역의 문제인지 문화의 차이인지 이 작품이 대상을 수상할 만큼 긴장감 넘치거나 참신하다는 것은 잘 모르겠다. 마지막을 조금 남기고서 이젠 사람을 놀래키게 하는 반전이 나오겠지라는 기대를 약간밖에 채워주지 못하는 듯하다.

이책을 어린시절에 읽었다면 좀 공포스러웠을지 모르겠다. 지금은 콧방귀도 나오지 않는 전설의 고향을 이불 뒤집어 쓰고 봤던 시절말이다.

 

  왜 공포를 즐기려고 하는 것일까? 그 긴장감과 스릴을 느끼고 싶어서 일까? 공포를 느끼고 싶다면 약간 쌀쌀한 밤에 홀로 아무도 없는 곳을 돌아다니는 것이 제일이지만, 그렇게 공포만을 즐길만큼 안전한 세상도 아니거니와 안전하다 해도 그럴 사람 별로 없을 것이다. 

뒷산에 묘지가 있어 밤에 멀리 고개를 돌리면 무덤가가 보이는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던 시골생활에서 담력이 길러진 것인지 고등학교 이후로 공포영화를 보고 공포를 느낀적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왠지 가끔 생각나고 보고 싶은 것이 공포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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