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경 - 개정판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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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가장많이 팔린 창작소설로 기록된 태백산맥을 쓴 작가 조정래가, 태백산맥을 쓰기전에 쓴 장편소설이 바로 이책 대장경이다.

지금보면 꼬부랑 할아버지가 다 되어버린 노작가가 내나이즈음인 32세에 이 소설을, 그것도 첫줄을 쓴지 28일만에 끝냈다고 한다. 그리고 36년이나 지난 지금, 길고긴 생명력으로 살아남아 나를 만났다. 10권이나 되는 태백산맥이 200쇄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운것이 이미 2년이고 여기에 비하면 별거 아니게 느껴지지만, 하루하루 쏟아져 나오는 책의 홍수속에 36년을 버텨 4판 2쇄를 찍어냈다.

  28일만에 다쓴 작품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쓴기간만 친것이고 자료조사나 취재등의 시간이 훨씬 많이 걸렸을 것이다. 아무리 천재작가라 해도 역사소설을 인터넷 소설 쓰듯이 휙휙쓸수는 없고 휙휙 썼다한들 그것이 공짜로 생성된 지식이랴.  

 



 
  몽고의 침략으로 임금은 강화도로 피신하고, 부인사의 장경도 몽고군에 의해 소실된다. 불교가 국교였던 시대, 모든 백성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고 있던 시대여서 그 충격은 더 큰것이다. 중신들은 문책이 두려워 임금에게 그 사실을 숨기나, 결국 알게된 임금의 분노는 극에 달해, 결국 몸져 누워버렸다. 최우는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보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장경을 다시 새길 계획을 세우고 임금에게 고한다. 임금의 뜻을 받든 수기대사는 대장경을 만들기 위해 전국에서 지원자들을 모집한다. 


  수기대사는 그들, 승적 없는 승려가 되어 있는 민간인들의 얼굴을 한 사람 한 사람 더듬어나가고 있었다. 그런 수기 대사의 가슴에는 알 수 없는 힘이 뿌듯하게 번지고 있었다. 그건 어떤 자신감이었다. 확신이고 믿음 이었다. 비록 나라가 작고 국력이 약해 끊임없는 고난을 겪어오고 있는 땅이지만 저들과 같은 백성이 있는 한 소멸되지 않으리라. 저들이 지닌 예지와 신념과 끈기가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고 다시 퍼져 뿌리를 내리는 동안에 이땅은 기필코 번영하리라. 나라를 다스린다는 자들의 현세욕으로 범해진 어리석은 잘못이 아무리 크다고 하더라도 저들의 슬기와 성실과 인내로 이 땅은 결코 박토로 버려지진 않으리라
 
           - 303p中-

 
  팔만대장경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한사람 한사람 수년간 정성을 들여 대작업에 혼신을 기울인다. 지금 시대의 관점으로 보면 쉬는 시간도 별로 없이 빡빡하 고된 작업을 그야말로 무보수로 몇년동안 착수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댓가를 전혀 바라지 않고도 헌신적인 삶을 살아가는 한비야같은 사람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극히 드문것이다. 요즘시대는 보수를 많이 준다해도 이런일을 하려드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나, 그시절은 나라가 큰 위기에 처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어가는 위기의 상황이기 때문에, 민족의 정신을 되살리기 위한 헌신을 할수 있었으리라.

 

  지금도 그렇지만 어느시대나 집권자들은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기 마련이다. 70년대의 경제발전이 어찌 한사람의 힘으로 이룩한 것이겠는가? 백성 한사람 한사람의 노력이 그렇게 만든것이다.

팔만 대장경을 생각할때 그것을 만드는데여한 승려및 백성들의 노력은 기억되지 않고 고종때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만 기억되듯이, 70년대의 경제성장도 박통의 성과로만 기억되고 있다. 사람들은 복잡한 것을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그것을 대표하는 하나의 키워드만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때문에 희생되어진 사람은 기억되지 않는다. 고려 현종때 만들어진 첫번째 대장경을 지키기 위해 목숨 바친 사람들, 두번째 대장경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희생된 사람들, 그리고 군부독재 시대에 목숨바쳐 싸우거나 비참하게 희생당한 사람들은 기억하지 않는다.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고 인물들마다 개성과 사연이 있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인물은 세명이다. 모든 일을 총 지휘하는 수기대사는 한없이 넓고 자비로운 마음을 가진 고승이지만, 강한자 앞에서도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 용기와 추진력, 결단력과 리더쉽까지 갖춘 이상적인 인물이다.

부인사의 습격에서 홀로 살아남은 목수 근필은 대장경의 판전신축을 담당하기 위해 수기대사를 찾아오고, 신들렸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일에 몰두한다. 12살의 어린나이에 수기대사를 찾아오는 정장균은 명필의 자질을 가지고 있는 신동소년이다. 몽고 오랑캐에게 부모를 잃은 그는 어린나이에 걸맞지 않은 굳은 의지와 정신으로 수기대사를 여러번 감탄하게 만든다.

태백산맥이후의 작품들 보다 인물묘사나 내면묘사가 자세하지는 않다. 작가의 첫 장편이라 그런 점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소설이 주로 이야기 하는 주제는 인물보다 대장경을 만들게 되는 계기와 과정, 헌신과 노력, 거기에 담긴 민족혼에 더 중점을 둬서 그런게 아닐까.

조정래 소설의 장점은 탁월한 인물묘사와 내면묘사에 있다. 그리고 그 외에도 많이 있겠지만, 무거운 주제나 골치아파서 듣기 싫고 딱딱하기까지 한 주제를 재미있게 풀어낸다는 점을 이야기 하고 싶다. 역사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아무 생각도 없던 내가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조정래의 태백산맥이었다.

학창시절에 이렇게 역사가 재미있는줄 알았다면 열심히 했을텐데. 왜그리 재미가 없고 딱딱하기만 했던가. 의욕없는 학생이였기 때문이지겠만 재미도 없고 의식도 없는 수업이었기 때문에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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