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불로문의 진실 - 다시 만난 기억 에세이 작가총서 331
박희선 지음 / 에세이퍼블리싱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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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이야기가 인기 있는 것은 괴기스러운 분위기와 주인공들의 멋진 외모가 있겠지만, 영생을 살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떤 대단하고 힘있는 인간이라해도 언젠가는 반드시 죽게 되어있고, 그 죽음에 대한 공포가 불로 불사의 꿈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진시황도 중국을 통일하고 모든걸 가진 상태에서 더 오래살기 위해 불로불사의 약을 구하기 위해 애썼다고 한다.
 

  불로문의 진실은 진시황부터 조선시대 숙종임금, 그리고 일제시대에 이르기까지 불로불사의 영약 불로초를 둘러싼 스케일큰 팩션역사 소설이다.

작가는 창덕궁에 실제로 있는 다른 건축물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불로문과, 숙종시대에 실제로 불로지라는 것이 존재했다는 단서, 숙종의 애련지와 오언절구의 흔적등을 토대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창조해냈다. 작가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전반적으로 재미있는 소설이며 소재도 매우 신선하고 이야기 구성도 좋다. 어려운 문장도 없어 읽히기도 잘 읽힌다.

 

많은 좋은점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단점도 많이 보여서 매우 안타까운 작품이기도 하다.

 



 

 

  우선 커다란 줄기에 비해 세밀한 묘사가 부족하다. 일만 잔뜩 크게 벌려놓고 수습을 못하는 느낌이랄까. 좋은 소재를 잘 살려내지 못한듯하다.

둘째는 전개가 너무 빠른듯하다. 많은 에피소드들을 한권의 책에 다 담고 싶어서 그랬는지 결말에까지 작은 암시조차 드러나지 않은채 종료되 버린, 수습을 못한듯한 이야기도 보인다.

뭐 앞의 문제들은 사실 별거 아닌듯 느껴졌다. 가장 거슬렸던 것은 문장이다. 문장에 어색한 부분이 보인다. 편집자의 실수인지 작가의 실수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편집인이 아예 없는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곳곳에 어색한 문장이 보인다. 몇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그러나 폭탄을 들고 있는 인력거꾼의 팔에 힘이들어가는 순간 어디선가 두 발의 총성이 밤하늘을 갈랐고 인력거 운전수는 폭탄을 손에 든 채로 그만 그렇게 총에 맞아 고꾸라지고 말았다. 시선이 총성이 시작된 곳의 총구를 향해 옮겨가자 그 총의 주인은 어느새 차에서 내린 겐조였고 그의 손에 들린 권총의 총구에서는 하얀 화약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22p中-

 

 

  난 국어 문법도 전혀 모르고 책을 읽은지도 얼마 안되었지만 이런 나에게조차 거슬리는 어색한 문장이다. 문장을 별로 따지지 않는 독서초보자의 눈에도 어색할 정도이면 독서고수들에겐 오죽했을까. 한문장이 너무 쓸데없기 길고 문장안에 총성, 총구, 그총, 권총, 총구등 총에관한 단어가 5개나 반복되고 있다. 한 문장에 많은 행동을 넣어 어색하고 앞뒤문맥이 맞지 않게 쓰여져 있다. 시선이 누구의 시선인지도 불분명하다. 총을 맞은 인력거꾼의 시선인지, 옆에 서있던 여인의 시선인지, 화자의 시선인지, 모두의 시선인지 알수가 없다. 긴장감 넘치는 장면을 살리지 못해 어색해 보인다.

두문장이나 세문장으로 나뉘어 쓰였으면 좋았을것 같다. 이책에서 가장 거슬리는 문장이다. 저자의 문장력이 부족한것인지, 쉽게 풀어쓰다보니 그런것인지, 신경을 안쓴것인지, 편집의 오류인지……. 이장면의 서술을 보고 책을 그만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참고 읽었더니 중반부부턴 매우 재미있었기 때문에 계속 읽어 나갈 수 있었다.

 

 중반부엔 진시황의 명으로 중국에서온 서복이 바위에 글씨를 새기는 장면이 나오는데 뜬금없이 내공운운하여 무협지의 한 장면을 보는것 같아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고 어색하다.

 

 

 



 

  '고민에 빠져있는 시형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영란은 봉긋하게 솟아오른 연꽃의 봉오리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다.'

-217p中-

 

 

  등장인물 영란의 심리를 서술한 부분이다. 잘못읽으면 시형의 심리를 서술한것처럼 읽힐 수 있다. 영란은 부분을 맨 앞에 놓거나 전체적인 문장을 수정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책 전체에 이런 어색한 문장들이 거슬린다. 전반부에 더욱 심하고 후반부엔 그나마 낫다.

긴장감 넘치는 장면묘사가 아쉽고, 세밀함이 부족한 점도 아쉽다. 참신하고 재미있는 소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아쉬워 할필요도 없이 그냥 덮어버리면 그만인거다. 소재가 너무 참신하고 스토리 전개나 반전등도 좋았는데 어색한 문장과 2%부족한 서술, 밋밋한 구성때문에 흥미를 잃게된다. 그리고 전개가 부드럽지 못하고 뜬금없이 진행된다. 

 

  다빈치코드 이후 팩션소설의 열풍이 불었고 우리나라에도 몇권 나왔으나 기대만큼의 반응을 얻지 못했다. 몇권 보지 않았지만 그중에서 소재는 가장 좋은것같다. 다빈치코드식의 외국의 소설을 매우 의식해 재연한 듯한 느낌이 들지 않고, 한국적이고 독창적이며 참신한, 역사의 사건과 잘 배합이된 점은 매우 높이 사지만 나머지 부분이 빈약하기에 아쉽다. 다시 대폭 수정해서 출간하는 것은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정도이다. 이 소재를 가지고 좀더 전문적인 작가가 썼다면 매우 좋은 소설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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