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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발레리 통 쿠옹 지음, 권윤진 옮김 / 비채 / 2010년 11월
절판

여성들이 주로 좋아하는 멜로 영화. 남자는 액션, 여자는 로멘스라는 묵시적 합의가 존재하고 있지만 난 멜로 영화도 상당히 즐겨보는 편이다.
8,90년대 액션의 로망 사나이의 우상 주윤발형님의 출연한 영화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뽑으라면 보통 영웅본색이나 첩혈쌍웅, 도신등을 꼽기 마련인데 난 총질이라곤 한장면도 나오지 않는 '가을날의 동화'와 '우견아랑'을 꼽는다. 그의 액션에 모두 열광할때 난 그의 멜로 연기에 더욱 매료 되었던 것이다. 설문조사 같은걸 해보진 않았지만 로멘틱 영화를 좋아하는 남자는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와 영화를 보게 될때 액션은 여자들과 같이 보기도 하지만 로멘틱 영화는 남자와 본적이 없다. 내가 아는 녀석들은 모두 로멘틱 영화라면 손사래를 치는 것이다. 좋은 영화라고 추천을 해줘도 장르가 멜로면 결코 보지 않는다.
멜로가 들어간 옴니버스 영화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다. 이상하게도 평가가 좋지 않은 영화라도 일단 옴니버스 영화면 재밌다.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얽히고 섥히는것이 별내용 없어도 재미있는 것이다. 발렌타인데이라는 평이 별로 좋지 않은 영화도 실실 웃으며 뒤로 돌려가며 재미있게 본 나다. 이책 '운명'은 한편의 옴니버스 영화 같은 소설이다.
옴니버스 영화의 특징은 주인공이 여럿이 나오고 비중이 비슷비슷 하다는 것과 알고보면 서로 어떻게든 묘하게 얽히게 된다는 것이다. 멜로가 아닌 옴니버스 영화에도 비슷하다. 로멘틱 코메디는 비슷비슷해서 잘 안보지만 옴니버스 영화는 비슷비슷해도 보게 되는 것은 왜인지.
이 작품도 영화처럼 여러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처음엔 별 연관이 없던 그들이 얽히고 섥히면서 만나게 된다. 교통체증과 지하철의 투신사건, 빌딩 사무실의 테러와 병원을 무대로 인물들은 만나게 되는 것이다. 평상시라면 마주치지 않았을 인물들이 하나의 사건을 시작으로 교통체증을 빚고, 시간이 어긋나 지각을 하고, 우연히 만나 큰 도움을 주게 되고……. 하나의 사건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만나지 못했다. 그 우연은 이들을 인연의 끈으로 묶게 되는 것이다. 조금만 어긋낫더라도 만나지 않았을 우연이 겹쳐 인연을 만나게 되고 그것을 바로 운명이라고 작가는 이야기 하는듯하다.
앞서 말했듯이 한편의 옴니버스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재미있고 유쾌하게 읽어 나갈 수 있고, 다 읽은후 엷은 미소를 띠울 수 있는 소설이다.
제목이 운명이니 운명에 대한 내 생각을 한번 끄적여 보겠다.
운명을 굳게 믿게 되면 정말 답답해서 짜증이나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를것이다. 유행가의 가사지만 운명을 믿는 사람들을 보면 내가 느꼈던 감정이기도 했다. 운명이 정해져 있는 것이라면 세상은 너무 재미 없는것이 아닌가?
운명이라는 것이 정해진 시대도 있었다. 바로 신분제도에 얽매여 살았던 선조들이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신분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옛시대의 사람들. 그들에게는 삶이란 신이 정해놓은 운명 그자체였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는 조금 다르다.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느냐 정해진 것은 맞지만 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삶은 참 재미없고 의욕도 희망도 없어지는 것이 되버리지 않겠나. 운명을 굳게 믿는 자에게는 자신이 생각하는 운명의 길을 그대로 걷게 될 것이다. 마치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게 될까봐 두려운 사람들처럼. 그러나 내게는 적용하고 싶지 않다. 운명적으로 로또에 당첨된다거나 운명적으로 만날 아름다운 여성 이라면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