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씨의 최후
스칼렛 토마스 지음, 이운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10월
절판


'여기 저주 받은 책이 있다 당신은 그 책을 펼쳐 읽어 나갈 용기가 있는가?'



영화 '왓위민원트'를 보면서 멜깁슨 처럼 여자의 마음을 들을 수 있다면 골치아프고 복잡한 여자의 마음을 알기 위해 골머리를 싸맬 필요가 없지 않은가? 여자의 마음을 잘 모른다는 소리를 만나는 여성전부에게 들어봤을 정도인 나였기에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해본 공상이다.


일본 사람에게만 혼네(속마음)와 다테마에(겉으로 드러나는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사람은 물론이고 자신이 솔직하다며 쿨한척하며 마음을 터놓기 일수인 사람에게도 끝까지 밝히지 않을, 일기에서 조차 쓰기 꺼려지는 마음이나 생각이 있는 것이다.

그것은 때론 아픈 기억일 수도 있고 도덕적이고 건전하지 못할 수도 있으며, 누군가 알게 된다면 비난 받아 마땅한 생각, 그냥 한번 해보고 곧 머리속에서 지워버리곤 하는 생각일 수도 있다. 그런 마음을 누가 다 터놓겠는가? 나쁜 생각이 문득 들어 그 생각을 했다는 것만으로 스스로 자책감에 괴로워 버리는 마음까지 다 터 놓는다? 그것은 바보나 하는짓이다.


저주 받은책 'Y씨의 최후' 이것은 마약과도 같다. 불행하게 죽은 19세기말의 작가 '토마스 류머스'의 유작인 이책을 헌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에어리얼'. 세계에서 하나 밖에 없다는 이책을 발견한 기쁨에 가진돈을 몽땅털어 구입하지만 그책의 중요한 한페이지는 찢겨져 있다.


그녀의 박사논문 지도 교수 '벌렘'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후 책장을 정리하던중 발견한 잃어버린 그 페이지에는 의식의 출입구인 '트로포스피어'에 들어갈 수 있는 약물의 제조법이 담겨있다.


에어리얼 역시 'Y씨의 최후'의 주인공 Y씨처럼 의식여행에 중독이 되어 버린다. 그곳에서의 시간은 현실의 시간보다 1.6배빠르게 흘러간다. 약물의 제조법을 노리고 에어리얼을 쫒는 의문의 두 남자를 동료인 애덤의 도움으로 물리치지만, 그들의 집요한 추격은 계속된다. 이 두남자는 약물은 가지고 있지만 제조법을 모르기에 에어리얼을 쫒는 것이다. 육신은 죽었지만 의식은 트로포스피어에서 살아있는 자폐아 kid를 이용하여 Y씨의 저주를 내놓을 것을 강요하는 두남자. 아폴로스민테우스(에어리얼이 쥐를 도와준 일로 그녀를 도와주는 신)의 도움으로 빠져 나온 '에어리얼'은 벌렘을 찾기 위해 안전지대인 교회를 떠난다.


과학적 지식과 복잡하고 철학적인 이야기들이 잔뜩 나오는 소설이다. 지식이 짧은 나로서는 '당췌' 무슨 소리인지 읽어도 읽어도 곤욕스럽기만 하다. 아인슈타인등 과학자들의 이론이 나오기도 하고, 복잡한 철학이야기도 등장한다. 이름도 못들어본 학자들이 나열되기도 한다. 주석이 달려 있어서 이해하기 편하도록 배려한 역자의 센스가 돋보이나, 주석의 내용도 만만치 않다.

이책을 완전 이해하기 위해는 상당히 해박한 지식이 필요 할듯 하다. 나는 그런 부분들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가며 상당히 곤욕을 치뤘으나, 결국 모르는 분야의 단편적인 부분일 뿐인 것을 여러번 읽어봤자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다란 결론에 이르렀다. 이책은 교육을 위한 책도 아니고 그런 지식들의 기초를 작가가 전부 설명할 수는 없는 것이기에.

그러나 이책에 겁먹을 필요는 전혀 없다. 나처럼 이해하려고 집착할 필요 없이 막 읽는다 해도 전체적인 이야기를 이해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다. 난 이 흥미로운 책을 더욱 이해하고 싶은 욕심에 그렇게 했을 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지식을 가진 사람은 아무래도 더 재미있게 볼 수 있겠지만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그냥 대충 읽어도 이 흥미진진한 소설의 재미를 만끽하는데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너무 깊이 이해하려고 애쓰면 재미가 반감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위에서 이야기한 줄거리는 내용을 아주 간단히, 대충 요약을 해놓은 것일 뿐이다. 다 담지 못한 재미있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 특히 타인의 의식속에 접속했을때 그 사람의 생각을 그대로 탐험하게 된다. 고등학생에게 들어갔을때는 10대에 걸맞는 생각을하고, 어른에게 들어 갔을때는 그의 나이나 성별, 취향등에 따라 다른 생각들을 탐험 하는 것이다. 연령별로 무척 다양하고 재미있는 생각들을 작가가 매우 잘 표현해 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뒷표지에선 매트릭스와 인셉션을 거론하고 있다. 의식의 탐험을 한다는 것에서는 어느정도 비슷할 것이다. 얼마전에 읽은 '싱커'라는 소설도 동물의 의식과 싱크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책은 이들과 스타일이나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면서도 새로운 분위기와 스타일을 읽을 수 있다고나 할까? 어쨌든 참 재미있는 놈인것은 분명하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게 된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이면서도 위험한 것일테다. 소설속의 소설에서 Y씨가 부인의 마음을 알고 충격을 받았듯이.

우리는 우리의 연인이나 배우자의 숨겨진 과거를 알고 싶어 하고 그것을 알게 되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며 단지 궁금증만 해소 될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과연 다 알고 나서도 아무렇지 않은듯 쿨할수 있을것인가? 모르는 것이 약이다란 말이 있잖은가.

하지만 알 수 있다면 기어코 들여다 보고야 말것이다. 그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올걸 알고 있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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