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리퍼블릭 - Orange Republic
노희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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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뉴스에서나 보던 오렌지족의 이야기. 사회의 문제가 되고 부모가 벌어놓은 돈을 마음껏 쓰면서 향락을 추구하는 현대의 귀족자제들. 사람들은 그들을 욕하면서 한편으론 '나도 한번 그래봤으면' 하는 생각을 했을것이다.


난 시골출신에 강북에서 중고교 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때부터 이성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학생의 본분이라는 공부도 제체두고, 남아의 상징이자 혈기의 상징인 싸움도 제체두었으며, 오로지 관심있는 것은 이성뿐이었다. 어떻게 하면 이성에게 잘 보여서 잘해볼까 하는 생각만 했던 철없던 시절이었다. 돈이 많은집 자식이 아니라 용돈같은 것은 별로 없었고 게을러서 아르바이트도 꾸준히 못했으니, 돈이 부족할땐 의리있는 친한 친구들이 알아서 쏴주거나, 모두들 궁할땐 공원에서 몰래사온 술을 마시며 놀기도 했다. 그럴때 어디선가 주워들은 강남녀석들 이야기는 시기의 대상이자 부러움 이기도 했다. 나도 좋은 옷에 좋은 차(오토바이)타면서 여자꼬셔보고 싶다라는 개념없는 생각을 많이 한 시절이었다. 망나니 같은 아들을 힘들게 키워주신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이 가끔 들었고, 지구저편엔 세끼 밥도 제대로 못먹는 아이들도 있으니 그나마 난 행복한 거라는 생각을 하며 위안도 했지만, 강남 이야기가 나오면 부러움 앞에서 작아지는 생각일 뿐이었다.


군에 들어가서 이리구르고 저리구르고 또래들에게 쌍욕을 먹다 보니 절로 부모님의 모습을 눈물로 떠올리게 되었다. 누가 뭐래도 나에게 가장 훌륭한 부모는 내 부모님이고,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이다. 그것이 남들이 볼때 사실이건 아니건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세상은 때때로 남들이 보는 눈에 맞추라고 강요한다. 가진 사람이 못가진 사람에게 자기가 우월하다는 것을 알리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굴고 그것을 인정하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야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인양 사람을 무시하고 깔보려고 애쓴다. 그에 따른 댓가를 치룰 생각도 없으면서.

왕따라는 말이 없던시절 왕따를 당하던 감귤족 노준우는 중학교때부터 플라톤, 프로이트, 보를레르나 세계고전문학을 섭렵했다. 명문X고에 진학해 비상한 작전으로 오렌지 그룹에 끼게된 그는 아이들의 문제들을 해결하며 점차 그들의 정신적 지주가 된다. 조각처럼 잘생긴 하진, 싸움으로 8학군을 쓸었다는 짐승과 입술, 성빈과 국회의원 아들 병신은 같이 어울려 다니게 된다. 오렌지들이 일으킨 사건을 통해 단란주점 사장의 아들이자 깡패인 세한과 친해지고 진이라는 여자친구도 생긴다.

막장이라고 할 정도로 방탕하고 문란한 생활을 하는 녀석들은 성적도 꽤 좋다. 환경이 좋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겪어보지 못했으므로 이해는 잘 안되지만 그런가 보다. 부모를 잘만난 이들에게도 아픔이 있다. 하진은 첩의 아들이고 진이는 굴지 기업가의 딸이지만 밀수업자이자 딸보다 어린여자와 잠자리를 갖는 다거나.


다소 자극적인 내용이어서 그런지 책장이 술술 넘어가고 재미도 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를 흥미롭게 구경하는 느낌이다. 아마 실제 강남에 산다는 저자의 경험이 상당히 담긴 것으로 생각된다.

이책을 보게 된 계기는 강남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과, 부자와 그들의 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표방하기에 그게 뭔지 궁금해서 였다. 그렇다면 긍정적 면모를 보여줄거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런면은 찾을 수 없다. 그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그들의 눈높이로 보여주고 있다라는 느낌뿐. 오히려 자세히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면 색안경의 색이 더 짙어질거 같기만 하다.

뒷부분에서 해설하고 있는 문학평론가는 어려운 말을 섞어 가면서 평가하고 있지만, 난 평론가도 아니고 어려운 말로 그럴싸하게 평가할 수준도 안되거니와 못느낀걸 억지로 느껴보려고 할 수 없으니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주인공은 문란한 성생활을 즐기면서도 함께 노는 일부친구들을 속물로 여긴다. 그리고 강남이라면, 가진자의 자식이라면 사죽을 못쓰고 함부러 몸을 주는 여자들도 속물로 여긴다. 그러나 그걸 알면서도 이용하는 사람은 속물이 아닌건가? 나 또한 건전한 사람은 아니지만 사람을 속물로 보고 깔보진 않는다. 아니 속물로 본다할지라도 최소한 그들을 이용하진 않는다.

그들 나름대로의 고민을 이야기 하려고 한건지? 아니겠지. 그런 투정을 받아 줄 사람은 별로 없는것 같으니. 집이 부유하지 않아도, 부모가 다소 자신에게 신경을 써주지 않는다고 해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많이 있고 물질을 떠나서 그런것은 어린시절의 투정일 뿐이 아닌가? 동화속에 나오는 문제없고 화목하기만 한 가정이 얼마나 되는가? 그냥 재미있게 볼수 있는 소설이지만, 책소개에서 굳이 작가가 의문을 제시했다고 하니 굳이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게 대체 무슨 의문인지 의문이 든다.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나도 말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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