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대를 잃은 날부터
최인석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평점 :
최인석이라는 작가는 처음 들어 보았다. 신인작가인가? 하고 표지를 넘겨 보았더니 맙소사! 내가 태어난 해에 등단을 한 오래된 작가였다. 연예소설을 읽어본적이 없고 책자체도 읽은지 얼마 안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갖게 된것일테다.
준성은 대기업을 다니다가 자진해서 그만두고 해커의 길로 들어선 특이한 남자다. 자본주의가 모든 사람들을 물질화 시키는 것에 반감을 가진 그는 남들이 부러워 할만한 안정적인 직장에서 자진해서 뛰쳐나온후, 해커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카페에서 차를 마시던 그의 앞에 서진이 나타난다. 몹시 피곤하고 초췌해 금방 쓰러질것 같은 그녀는 자기를 집까지 데려다 주길 부탁하고 망설이던 준성은 처음보는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 준다. 그렇게 둘은 만나고 준성의 아파트에서 같이 생활한다.
수많은 거울과 명품을 좋아하고, 미친듯이 쇼핑에 몰두하여 가진 돈을 몽땅 써버리는 그녀. 모델일을 하지만 홈쇼핑 속옷모델이나 잡지 사진 촬영이 전부인 예쁜 얼굴의 그녀는 스타가 되기 위해 감독들에게 몸까지 바치지만, 결국 이용만 당하고 기회는 오지 않는다. 그런 서진을 준성은 힘들어 하면서 받아들이고, 그녀가 언젠가 그의 곁을 떠날 것이라는 것을 예감한다. 술에 취해 자신과 육정수 감독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서진. 그러나 더 숨기고 있다는 것을 우연히 서진의 다이어리에서 알게된 준성. 육정수에겐 자신을 키워줄 능력이 없다는걸 깨달은 서진은 더이상 그를 만나지 않지만 한호섭이라는 감독에게 또다시 같은 신세가 되고야 만다.
어느날 준성의 아파트에 찾아온 두명의 깍두기, 그들은 서진이 빌려쓴 돈을 받으러 왔다.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해서 그녀의 빛을 갚아주는 준성이 서진은 고맙고도 미안하다. 준성의 조언대로 보이지 않는 기회에 집착하지 않고 다시 시작하기 위해 오디션을 보는 그녀. 그때 준성이 해킹혐의로 경찰에게 끌려가게 되고, 불안한 그녀는 기다리다 한호섭의 연락을 받고 홍콩으로 떠난다. 해오던 것처럼 몸을 요구하는 한호섭을 거부하다 홍콩에 홀로 남겨진 서진은 또다시 준성의 도움을 받고, 미안하고 고마운 감정은 더해간다.
이 소설에는 거울과 괴물이라는 단어가 수도 없이 등장한다. 물질의 힘에 휘둘리는 현대인은 괴물과 같다고 말한다. 물질의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도, 그에 휘둘리는 사람도. 몇사람의 힘으로 그에 대항하기에는 택도없는 이야기다.
노점상으로 가족을 부양하던 서진의 아버지는 노점들을 쓰레기 처럼 치워버리려는 국가와 대형마트의 군림앞에 맥없이 무너지고, 그 좌절을 술로 대신한 그는 몇달을 술만마시다 미쳐가고, 급기야는 딸을 못알아 보거나 다방에 팔아버리 한다. 그에 충격을 받은 서진은 집을 뛰쳐나오고, 그 물질이란 놈을 끝없이 소비해 버리는 강박증을 가지게 된다.
그런 서진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보살피는 준성이 무척 놀랍다. 과연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 언젠가는 헤어질꺼라고 생각하지만 그 이유가 돈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에 그는 그녀의 실수를 감싸주게 되는 것이다. 그의 끝없는 사랑앞에 서진도 점차 변하기 시작하지만, 그 행복을 가로막는 물질의 잔재는 그들을 다시 바닥으로 추락시키고 만다.
내가 일하는 곳은 소규모의 스튜디오가 있는 곳이라 자주 연예인들을 보게 된다.
원래 그들에게 별 관심이 없고, 배우는 뭘하든지 화면에만 보고 즐기면 되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싸인같은것을 받아본 적도 없고 받으려고 시도 한적도 없으며 아는척을 해본적도 없다. 싸인좀 받아달라는 청탁도 들어주지 않는다. 그들을 보면 신기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것이 아니고 친분을 쌓을 가능성이 있는 직종도 아니다.
연예인을 좋아하는 것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개인의 취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까운 사람보다 유명연예인에 열광하며 아는 척도 해주지 않는데 신이라도 본것마냥 떠들어 대고, 집에가서 부모님한테는 온갖짜증을 다내는 여자와 그것을 이유로 헤어진 적이 있기에 그런 행태를 고깝게 보는 것은 사실이다. 자신한테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것이 더 중요하고 그 사람에게 더 잘해야 된다는 생각은 죽을때까지 변함 없을 것이다.
내가 TV를 잘 보지 않아서 그들을 몰라보는 경우가 있었다. 한 배우는 자신을 몰라본다고 어이없어 하며 짜증을 냈다. 내가 당신을 꼭 알아야 되는 이유라도 있냐, 난 연예계 종사자가 아닌데 왜 연예계에 신경써야 하냐고 대답해 주고 싶었지만 시끄러워 질까봐 그냥 참았다. 상당히 짜증나는 경험이었다. 자신이 잘나가는거하고 나하고 도대체 무슨 관계인지 나한테 뭐 돈을 꿔준것도 아닐텐데 왜 그렇게 고압적으로 구는지 모르겠다. 유명하던 안하던 사람이라면 서로 존중해 줘야 하는 것이다. 알지 못하는 사람을 왜 자신이 겪은 사람들의 유형으로 규정지어 버리는 것일까? 이런 친구들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강박증을 가지고 있는듯하다.
연예인들은 참 묘한것 같다. 사람들이 알아보면 사생활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는가 하면, 인기가 떨어지거나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면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연예인이라는 것이 톱이건 무명이건 다 힘든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조금이나마 이해를 하게 된다.
요즘 초등학생들에게 뭐가 되고 싶니? 하고 물어보면 많은 아이들이 '연예인이요!" 하고 대답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꿈꾸는 직업의 1순위라고 하는 것을 어디선가 본적도 있다. TV속의 화려하고 멋진 모습을 자주 보게 되니 아이들로썬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 그러나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다른 어떤 직업보다 경쟁률이 치열하다.
국세청의 조사에 따르면 배우, 탤런트, 가수, 모델 등 연예인들의 연평균 수입은 2850만원이라고 한다. 그 평균이라는 것도 1%도 안되는 스타급들이 엄청나게 평균을 올렸을테니 그들을 제외하면 실제 평균은 고졸 평균연봉도 안될지 모른다. 연예인으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알 수 있다. 연예인을 지망하며 10년째 단역을 전전하는 경우도 수두룩 하다. 스타가 된다고 하더라도 스트레스나 우울증등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봐왔다. 이책에서 나오는 서진의 신세도 마찬가지다. 그녀를 본 남자들이 멍하니 넋을 잃고 쳐다보는 것이 한두번이 아닐정도로 예쁜 미모를 자랑하고 있는 서진이지만, 감독들의 노리개가 되어 이용만 당하는 형편이다. 정말 그것을 열망하고 하고 싶다면 하게 되겠지만 엄청난 경쟁률과 서러운 꼴을 당할 각오 없이는, 있다고 해도 험난한 길인것 같다. 그런 사정을 알지 못하고 무조건 동경만 하는 것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