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구판절판


유명한 프랑스 작가 기욤뮈소의 작품이 좋다는 말을 듣고 '구해줘'를 구했지만 처음 읽은것은 '구해줘'가 아닌 바로 이책 '그후에'가 되었다.

난 반전이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 반전에 너무 얽매이는 것은 추리소설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되기도 하고 한순간의 놀라움을 위해서 책을 읽는것을 그다지 즐기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도 마찬가지인데 스릴러라는 장르를 좋아하면서도 반전에 열광하지는 않는다. 반전이 놀라운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평가를 하는 것이 삐딱한 내눈에는 좋게 비치지 않는다는 것과 순간순간 충실한 작품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독자의 예상을 뒤집는 반전의 짜릿함을 즐기긴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양 떠들어 대는 것이 그냥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반전을 보고 나면 힘이 빠지는 경험을 하기도 하였으니... 그보다 여운이 남는 작품을 좋아하는 것이 나의 취향이라서 그렇다.

이 소설도 표지를 통해 반전소설이란 문구를 쓰고 있다. 그러나 그다지 놀라운 반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반전이 있기는 하지만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추리소설을 읽을때 범인이나 숨겨진 반전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둔한 센스에도 예상을 할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눈치가 빨라서 그런것이라기 보다는 소설속에서 그런 결과를 암시하는 대목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그 단서를 써서 내가 알아챘다는것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스포일러가 되고 싶지 않기에 참는다^^) 그럼에도 반전소설을 표방하고 있는 이유는 반전이라고 하면 인기를 끌기 때문에 출판사에서 의도적으로 써놓지 않았나 싶다. 예상되는 반전이라고 이 소설의 재미를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반전에 기대를 걸고 읽은것이 아니기 때문이고 다른 재미들이 충분한 소설이다. 오히려 반전을 내세워 책을 선전하고 있는 것이 아쉬울 정도이다.


주인공 네이션은 잘나가는 변호사이다. 무척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있지만, 둘째아들의 죽음으로 파탄에 이르러 있다. 아들의 죽음을 잊기 위해 네이션은 일에만 몰두했고, 그러다 보니 가정에 소홀해 진것이 서로 사랑하는 둘이 헤어진 원인이다. 어느날 문득 찾아온 의사 굿리치는 죽음을 예견할수 있는 메신저이다. 네이션은 굿리치를 통해 두사람의 죽음을 지켜보게 되고 얼마남지 않은 시간을 자신의 인생에서 무엇보다 소중한 말로리와 딸 보니를 위해 보내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다.



내가 생각하는 이소설의 강점은 네이션의 감정이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다는 점이다. 네이션을 통해 우리는 죽음이라는 식상하지만 누구나 생각해보게 되는 소재에 대해서 생각하며 자연스레 자신의 삶에 대해서 돌아보게끔 유도된다. 내 인생에서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네이션 처럼 사회적인 성공을 이루는 것인가? 유능한 변호사로서 부와 명예를 이루었지만 주인공은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주인공을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소홀히 하기 쉽고 가까이 있는 것이라는 점을 알려주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과 죽음이라는 식상한 소재를 식상하지 않게, 어렵지도 않게 이야기 하는 것이 이 소설의 강점일테다.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살아 생전에 더 잘해드리지 못함을 후회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는 이해하기에 전혀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그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서 당장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자신과는 관계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일까? 이런 생각들을 할때면 어려운 이야기들 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가 실행하기 더 어려운 것은 아닌가 싶다. 감정 전달이 잘 안되기 때문인 점도 있을 것이다.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학작품은 그것이 조금은 가능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감성이 잘 표현된 하나의 작품을 읽을때면 감정의 이입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이 그러하다. 있을때 잘해라는 식상한 한마디 말보다 소설속에서 주인공의 생각과 감정을 엿보며 주인공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되는것이야 말로 감정이 없는 한마디 말보다 훨씬 강력하다. 그래서 기욤뮈소의 소설이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그의 소설은 이제 한권 읽었을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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