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군대 이야기
김종광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남자들의 영원한 안주거리 군대 이야기. 면제나 특례, 공익 출신들도 훈련소 이야기라도 한다.(현역한테 꾸사리 먹기 십상이지만.)
저자의 말처럼 30대에 들어서서는 군대이야기를 잘 안하게 되었다. 예비군도 막 끝났고 더이상 군복이 필요 없어진 만큼 이야기 하는 것도 지겹기 때문이다. 또 여자들이 군대이야기를 싫어하기 때문에 안하는 것도 있다. 난 군대이야기 안싫어해~ 라고 하는 여자도 계속 듣다보면 은근히 짜증을 내곤 했었다.
이책에는 군대이야기를 좋아하는 소개팅녀가 계속 군대 이야기를 요구한다. 과연 이런 여자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소를 훔쳐다판 범인의 이름 같은 남자 주인공 소판범에게 밥과 술을 사주며 집요하게 물어오는 이상한 여자. (나중에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지만)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 실명그대로 나올줄 알았더니, 중반이후에 등장한 주인공의 이름이 다르다는것은 작가의 경험과 허구가 적절하게 섞인것이다. 소설맞아?라 싶을 정도로 실제 이야기 하는 형식으로 풀어나갔기에 당연히 저자의 이름이 나올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훈련소부터 제대할때까지. 이 이야기들을 읽으며 자연히 잊고 지냈던 내 군생활 생각이 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99년에 입대한 나보다 4년정도 빠른 군번이지만 우리때는 원산폭격이라던지 구타가 현저하게 줄었음을 알 수 있었다.
군생활을 있는 그대로 잘 표현했다고 보여진다. 폭언과 쌍욕이 표준어인 군인들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군생활은 잘했지만 꼴통이었던 주인공의 모습에서 군대 생활을 잘 못했고 꼴통이기까지 했던 내 군생활을 생각하며 절로 웃음이 나왔다. 혈기왕성한 20대 초반에 입대해 많이 싸우고 다투고 했었다.
이야기의 배경은 얼마 안되었다. 최근에 일어난 사회문제들이 거론되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4대강과 정부에 대한 비판등이 요즘 젊은 세대의 생각들을 대변하는 듯 신랄하다. 또 책속의 책, 소판범이 직접 쓴 단편소설 "불온서적은 어떻게 만들어졌나?"는 본편보다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에서 불온서적으로 지정한 도서들이 모두 베스트 셀러가 된 웃기는 현상을 웃기게 풍자하고 있다. 군을 옹호하는 듯하면서도 신랄한 비판과 풍자를 보여주는 것은 이책의 또다른 재미이다.
군인은 누구나 군대에서 제대를 하지 못하는 꿈을 꾼다. 나역시 마찬가지로 제대를 앞두고 느닷없이 복무가 연장되었다는 통지를 받거나, 서류에 착오가 발생해 이미 제대한 상태에서 재입대를 하게 되는 꿈, 다시 입대한 곳에 가니 고참이었던 녀석들이 이미 와있는 꿈등 식은 땀을 주르르르륵 흘리게 하는 악몽을 제대후에 무척 많이 꾸었고, 입대한지 만 10년이 넘은 지금도 가끔씩 꾼다. 나만 그런줄 알았더니 동기들도, 또 저자도 그렇다는 말을 듣고 웃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문제.
20대의 빛나는 시절을 군대에 바쳐 돌아온 보람이란?
폭삭 삭아버린 얼굴과 안그래도 더러운데 더욱 더러워진 성질?
아까운 내인생의 중요시기를 닭장같은 막사에 갇혀 보냈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깝다. 보람은 있긴 하지만 아까운 시간에 비례하면 개미 눈꼽만큼? 입대전 잘 다니던 좋은 직장을 영장이 나와 어쩔 수 없이 그만두고, 제대후엔 복직하지 못하고 노가다 판과 지방을 전전하며 도합 몇년의 허송세월을 보냈던가? 애국이라는 이름하에 학대 받는 우리네 젊은이들. 돈있고 빽있고 외국에서 태어난 놈들은 잘도 빠져버리니 더욱 열받는 일이리라.
강대국의 원산폭격에 의해 해방되고 또 냉전시대 대립에 의해 분단되고 서로 싸워야 했던 아픈 우리네 역사. 그 역사의 후유증을 아직도 앓고 있다. 전쟁은 일본이 했는데 왜 우리나라가 분단되어야 했을까? 그것은 지리적 위치 때문이다. 소련과 대치하려면 중국보다는 우리나라를 지나는게 유리하고, 소련은 미국의 대륙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남하하여 북쪽을 정복한 것이라. 이것은 이념문제 따위가 아닌 강대국의 전략적 다툼에 의한 사다리 역할을 한것 뿐이다. 일본의 식민지 정도로 우리나라를 생각한 미국과 그 미국 장군의 동상이 당당하게 세워져 있는 힘없는 나라의 아픔.
항복은 일본이 했지만 일본은 섬나라라 그곳에서 전쟁할 필요가 없었고, 세계적 여론이 더이상 특정 나라를 식민지화 하기엔 무리였고 자원이나 이득도 별로 없기 때문에 일본의 속국정도로 생각하는 우리를 그렇게 짓밝았다. 미국이 우리를 도와줬다고 말하는 인간들이 아직도 있는데 그것은 정말 XX같은 생각이다. 고대전쟁부터 지금까지 국가간에는 국익만 존재하고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득이 없이 도와줬다는 소리는 ㄱ소리에 불과하다. 미국이 없었으면 전쟁이 났을까? 전쟁사를 조금만 알아도 알 수있는 사실을 모른채 그렇게 믿고 있는 어리석은 빨간모자 노인들도 또다른 모습의 희생자일것이다.
냉전시대에 직접 전쟁한적이 없다는 양 강대국은 한반도에서 양측의 지지세력을 모아 전쟁을 한 것이다. 그렇게 이용당한 우리는 냉전시대가 끝났음에도 계속 대립하고 있다.
이념이고 삼념이고 그런것은 난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고. 그따위것이 뭐가 중요하겠나? 사람의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인가?
젊은날의 소중한 시간을 훈련보다는 쓸데없는 삽질을 중점으로 보냈지만, 나름대로 조금은 의미있는 소중한 인생의 단면이다. 젊은 날의 혈기들이 모여 인내를 배우고 사회생활을 배웠다. 어떤 일이든지 좋은점과 나쁜점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는 법이니. 우리네 젊은이들은 태어나지도 않았던 시절의 역사때문에 그렇게 희생받고 있다. 전쟁없는 나라에서 진정 나라를 지키기 위한 군대이어야지 상사의 지시에 따라 그들 개인 관사건물의 보수나 하고 앉아 있는 불쌍한 젊음들. 미래의 아이들에게는 대물림 되서는 안될 모습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