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의 유쾌한 사건파일

플로리다 귀부인 살인 사건 ㅣ 탐정 글래디 골드 시리즈 2
리타 라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3월

노령인구가 많아지면서 노년층의 이야기들이 부쩍 많아진것 같다. TV드라마에도 중년,노년의 로멘스가 많이 나온다.
얼마전 종영된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순재할배와 자옥공주의 웨딩사진 촬영을 하는데 젊은이들이 순재할배가 없는줄 알고 노인네들이 주책 노망 어쩌고 하며 비웃던 장면이 있었다. 순재할배가 발끈하면서 늙으면 몸이 늙는거지 마음까지 늙는줄 아느냐, 똑같이 결혼하면서 늙었다고 비웃음을 당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장면은 노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듯 일리있는 말이었다.
사실 누구나 죽지 않으면 노인이 되는데, 노인이라고 감정을 억제하거나 조용히 살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막상 자신들이 노인이 되어도 그렇게 생각할까? 막상 지금 세대가 노인층이 되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으리라.

이책은 할머니들의 유쾌한 좌충우돌 사건해결 이야기다. 평균75세의 할머니들이 탐정사무소를 열고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며 살인사건부터 자잘한 사건까지 해결해 간다.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속에 등장하는 미스 마플의 오마주라고 한다. 미스마플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을 읽었을때 할머니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자체가 놀라운 사실이었지만, 후에는 포와로보다 더 정감이 가는 캐릭터로 남아있다.

사실 추리적 요소만 본다면 미스 마플에 못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 나오는 글래디 골드와 친구들은 자신의 인생을 더 즐기며 살아가고, 본격적으로 탐정사무소를 운영한 다는 점에서 볼때는 미스마플보다 진화된 측면이 있다. 사건을 의뢰하는 사람들도 전부 노년층이다.

제목에서 볼수 있듯이, 돈많은 플로리다 귀부인이 사망을 하게 되고, 나이가 있어서인지 병사로 처리되는데, 연달아 귀부인들이 사망을 하게 되고, 혹시 살인사건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수사를 하게 된다.



추리소설의 고정관념을 깨주는 작품이다. 추리소설은 으레, 끔찍하고 잔인한 살인과 살인자의 광기등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내거나, 복잡한 트릭과 반전을 가져다 준다는게 추리소설에 대한 일반적 관념이다.

하지만 글래디 골드씨리즈(다른씨리즈는 보지 못했지만 아마도)는 유쾌하고 소소한 소동, 웃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추리소설이다. 아마도 작가가 의도적으로 그런 요소들을 넣은 듯하다. 놀라운 반전을 주거나 충격을 주는 장면은 없지만, 그런 기대를 가지고 본 사람은 실망하겠지만, 난 그런 무거운 분위기를 선호하는 경향도 아니거나와 그런 기대를 불식시킬 만큼 유쾌한 기분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추리 소설도 이렇게 쓸 수 있구나~ 란 생각을 하게 해준다. 또 노년층의 활발한 활약은 웃음을 자아내며 노인들도 인생을 즐겁고 보람되게 살 수 있고 그럴 자격이 있음을 시사하는 듯하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과는 좀 동떨어진 내용이라 그런지 공감요소는 좀 부족하다. 유머도 왠지 미국식인거 같아 예를 들자면 미국의 시트콤에서 웃기는 장면인것 같고 신나게 웃는 음향을 넣어주고 있는데 내가 볼땐 별로 웃기지 않은 장면을 보는 것과 비슷한 문화의 차이랄지, 그런 비슷한 느낌을 들게 했다.



우리네 노인층도 이렇게 즐겁고 유쾌한 노년을 보냈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점점 노인인구의 비율은 많아지는데, 사회와 자식들에게 소외되고 쓸쓸한 노년을 보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노년층을 생산적인 측면에서만 보아 노년층이 늘어남을 큰 문제인냥 이야기 하고 사회 구성원에서 슬그머니 제외 시키곤 하는 모습도 보기 좋지 않다. 인간은 누구나 살아있으면 노인이 되는게 당연한 것인데...

아직 노년층은 아니지만 손자까지 보신 우리 어머님은 자식들을 위해 당신의 인생을 희생하셨고, 지금도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하신다. 어머니도 이제 하고 싶은 공부를 하시고 책도 많이 읽곤 하지만, 아직 당신만을 위한 인생을 살고 있는것은 아니다. 손주보랴, 집안일 하랴, 식구들 뒷바지 하랴 바쁘셔서 보고 싶은 책을 못보는 모습도 그렇고, 자식들의 문제에 많은 고민을 하시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어머니께서 이젠 편하게 자신만을 위한 인생을 사시라고 말씀드려도 자식들에게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을 덜어드릴 순 없었다. 자식이 걱정안시키게 잘했으면 좋으련만 훌륭한 부모님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자식이기에 그런 것이 제일 클테지.



이 작품은 추리 자체의 요소보다 노년층의 삶과 생각을 조금은 엿볼 수 있게 해주며 또 부담없는 마음으로 술술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보이는 괜찮은 소설이었다. 글래디 골드 씨리즈 1편도 한번 나중에 찾아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