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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 제1회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 수상작
박솔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쓸쓸하다. 낯설다.
이 소설이 주는 느낌이다. 박솔뫼라는 낯선 이름 만큼이나 낯선 제목과 낯선 문장이 어우러진다.
진부한 남녀들의 일상을 진부하지 않게 그려낸 작가. 별것 아닌 일상의 감성을 담아내는 작가의 관찰력이 놀랍다. 글쓰기란 글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도 하고 낯설게 하기를 잘해야 기존소설는 색다름을 독자에게 줄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솔뫼는 대단한 재능을 보이는 듯하다. 별로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 소설은 그래도 계속 읽어나가게 만든다. 무미건조한 장기투숙자들의 일상을 독특한 문체로, 아마도 작가만이 가지고 있을 개성있는 문체로 표현한다. 이런 일상의 표현 감성의 표현은 번역서에서는 볼 수 없는 한국작가들의 특색이고 맛인데, 그런 맛이 이책에서는 잘 느껴진다. 별것 아닌 것들을 새롭고 낯설게 표현할 수 있다니.
장기 호텔투숙객, 소위 '달방' 생활을 하는 5남녀. 노을, 민주, 프레니, 주이, 씨안.
그들의 내면의 감정을 감정적이지 않은 문체로 감정표현을 했다는 모순어법으로밖에 표현을 못하겠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함.
이것이 바로 이 소설의 매력인 듯하다.
어두운 분위기로 달방 생활 하는 사람들을 잘 표현해냈다. 쓸쓸함과 무감각함.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많다.
복학하려면 몇달을 기다려야 하고 돈도 필요해서 아는 형님을 도와 전국을 떠돌아 다니는 독특한 일을 군제대후 몇달 한적이 있었다. 이벤트 회사의 운전직이었는데 소설에서 나오는 것과 비슷한 장기투숙모텔에서 생활했었다. 달방생활을 하면서 느낀것은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참 무미건조하고 쓸쓸하게 살아간다는 것이다. 젊은 남녀둘이서 생활하며 낮이나 밤이나 '그것'에 열중하는 모습도 볼수, 아니 들을 수 있었다. 소위 '생활'한다는 삼류 초보 건달부터 주점아가씨, 홀아비, 게이빠에 다니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인간들, 별로 평범한 사람은 없지만 알고보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그들생각이 난다. 보수는 괜찮았지만 그런 떠돌이 같고 낯선 생활을 견디다 못해 곧 그만 두었는데, 이책을 읽으니 새삼 생각이 난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 아무데나 갈 수 있잖아"
라는 책 표지의 문구는 이책을 대변하는 단어처럼 느껴진다. 새로움과 독특한 쓸쓸함을, 그러나 별로 여운은 남지 않은 떠돌이 같은 쓸쓸함과 독특함을 느끼고자 한다면 이책을 읽어보는것이 가장 빠르지 않을까 한다. 조금 이해안되는 부분도 없지않지만 아마 낯설음 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