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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날고 싶다
김종일 지음 / 어문학사 / 2010년 3월

책을 늦게 읽는 편인 내가 이책을 읽는데 걸린 시간은 한시간을 약간 넘겼을 것이다. 청소년 소설이라 그런지 쉬운 문체와 읽기 편한 문장들로 되어 있어 술술 읽어 내려 갈 수 있었다. 지루한 내용도 없었고 재미도 있었으나 어디선가 본듯한 약간의 진부함도 느껴졌다.
나는 날고싶다라는 제목만 보고 자유를 향한 주인공의 의지가 나타날것 같지만 그런내용은 아니다.
아버지를 잃고 재혼한 엄마가 이민을 가서 고모네 얹혀살던 주인공 종수는 아르헨티나로 간 엄마가 정착하면 연락을 하겠다는 소식만 기다리지만 2년이 지나도 연락이 없다. 고모네 식구들의 구박을 견디다 못해 무작정 집을 뛰쳐나온 종수는 청량리역 근처를 배회하다가 딱쇠 개남의 눈에 띄어 독사를 만나고, 오갈곳 없는 그는 그들과 같이 구두딲이를 하며 생활한다. 형들의 매를 맞고 서러워 울다가 만난 여자 혜련.
의지할때 없는 종수에게 혜련은 친누나, 아니 그 이상의 존재다. 사창가에서 창녀로 일하고 있는 혜련이지만, 마음만은 착하고 순수한 아가씨다. 틈날때마다 누나를 찾아간 종수는 독사와 만나고, 혜련과 독사 최평우는 가까워 진다.
고아소년과 창녀, 깡패왕초와 그밑에서 일하는 구두딲이 형들, 구두 수선을 맡아하는 벙어리 석길이까지. 소설의 배경은 언급되지 않고 있지만 아마 80년대일듯 하다. 소위 하류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이지만 나름대로의 규칙과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 고아소년 종수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의 이 소설은 단순하면서도 몰입도를 보여주며 상처받은 하류인생들의 성장을, 또 아픔을 보여준다. 형들에게 매일 매를 맞으며 고되게 살아가는 종수가 혜련을 만나면서 희망과 보람을 가지게 되며, 딱쇠식구들도 혜련으로 인해 한결 부드러워 진다. 가장 부드러워 진것은 주먹대장 독사다. 주먹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거칠은 그가 혜련과 연인관계가 되면서 변화해간다.
서로 욕지거리를 해가면서 말보다 주먹을 앞세우면서도 자기 식구들이 남에게 당하는 꼴은 못보고, 어려움이 닥치면 자신이 힘들어져도 개의치 않고 서로를 돌보며 위하는 모습에서 의리라는 그시절의 지금은 조금 퇴색되 버린듯한 유대관계를 볼 수 있다.
추리물이 아니어서 예상되는 결말이 있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진부한 느낌을 벗을 수 없다. 그리고 혜련을 그렇듯 착하고 순수한 아가씨로 그리면서 그녀가 창녀촌까지 오게된 이유는 설명되지 않아 납득이 가질 않았다. 원래부터 착한 아가씨였던 모양인데... 청소년 소설이라 그런 부분은 삭제했을 수도 있겠지.
하류 인생들의 가슴따뜻한 이야기 속에서 어떤 초라한 인생이라도 소중하며 가치가 있는 하나의 인격체라는 점을 술술 읽히는 소설속에서 청소년들이 깨닫게 되어, 어른이 되어서도 사람을 무시하지 않는 태도를 배울 수 있을듯하다. 소재는 창녀와 깡패등으로 조금은 청소년이 읽기엔 부적절하다고 생각될지 몰라도,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것도 이야기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