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티비를 보는데 유산 때문에 치매걸린 부모를 두고 다투는 남매의 이야기가 나왔다.
부모님을 오래 모시던 첫째 딸이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자 둘째와 넷째가 학대를 주장하며 첫째가 집에 없을때 쳐들어와 납치하듯 어머니를 모시고 간 곳은 동사무소였다. 인감과 신분증을 재발급 받아 유산 상속 서류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남매끼리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저렇게 해서 잘 살면 뭐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하면 동물과 다를바가 무엇일까.
뭐 종교가 없는 나는 인간이 진화한 동물인 것은 맞는 것 같다. 진화가 덜된 인간들이라 표현해야 하나.
저런 극단적 사례가 아니더라도 때로는 가족이 미울때가 있다. 세상 누구보다 가까운 가족이지만 남보다 못하게 인연을 끊고 사는 경우도 상당하다.
저자는 가족 상담 전문가로서 오래 일해온 경력으로 이 책을 집필 했는데, 와닿는 말이 많고 명확한 해결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남들에게는 예의를 다하고 친절하지만 가족에게는 때로 함부로 대하고 막말을 하기도 한다.
저자의 말처럼 서로에게 가장 상처를 주는 존재는 남이 아니라 가족일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자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동안 가족을 이해하지 못하고 내 입장만 생각했다는 반성도 되었고, 원망스러운 가족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서로 부부처럼 대화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잘하는 것은 협상이다. 동물도 협상을 하지만 먹이를 두고 나눠먹는 일은 적다. 상처를 입을 것을 알면서 싸우기도 하지만 인간은 그것을 피할 지혜가 있다.
그래서 사회생활이라는 이름의 태도를 우리는 취한다. 회사에서 자기 성격대로 상사를 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가족끼리는 오히려 갈등이 일어나고 화합을 하지 못한다. 때로는 가족끼리도 사회생활적 태도를 갖추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세대 갈등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세대의 갈등은 물론 가족에게도 해당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같은 세대끼리 그리 화목하지도 않으면서 세대를 나누고 타인을 배척하는 것은 진화적 본능에서 온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이 책에서 나오는 사례들이 읽는이의 상황에 다 들어맞을 수는 없지만 응용을 하고 잘 골라내면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이 참 많을 것 같다.
부모님과 떨어져 살기에 이제는 남보다 더 신경을 안쓰며 전화도 잘 안하고 가끔 만나도 반가워 하기 보다는 그저 편하게 쇼파에 몸을 기대는 것이 먼저였던것 같다.
그게 내 가족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앞으로는 가족끼리도 예의와 사회 규범이라는 것을, 많이는 아니고 조금만 적용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