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아니라 몸이다 -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몸의 지식력
사이먼 로버츠 지음, 조은경 옮김 / 소소의책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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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뇌의 능력은 다른 생명체를 압도한다.

언어 능력과 창조능력, 종족과 협력하고 사회를 구성하는 능력 또한 탁월한데 뛰어난 인간 뇌의 기능 때문이다.

 

저명한 철학자 데카르트의 이원론은 뇌와 몸을 별개로 보게 만들었다.

지금도 그러한 관점을 당연하게 보고 있는 사람이 다수다.

서구권의 이런 시각은 오랫동안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그 관점을 토대로 여러가지 연구와 발달이 이루어져 온 것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인간들이 믿어온 종교에 따른 신의 사관은 영혼이라는 사후의 세계에 대한 굳건한 믿음의 영향으로 영혼의 그릇처럼 받아들여지는 - 몸과 별개로서의 뇌를 보는 관점에 영향을 크게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과학은 이런 이론을 반박하고 있다 한다.

체화된 지식이론, 몸의 학습 능력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메를로 퐁티를 중점으로 이러한 관점은 최근 학계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한다.

 

인간의 뇌가 다른 동물에 비해서 크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렇지 않다 한다.

쥐의 뇌가 작은 것은 몸집이 작기 때문이다.

코끼리는 인간보다 훨씬 큰 뇌를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몸집이 크다. 그것은 뇌의 크기가 지능의 높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근거가 된다.

 

 

인간의 장에 실제로 뇌세포가 있다고 한다.

뇌가 없는 생물은 장에 뇌세포가 있는데 이런 생물들이 단순한 움직임의 생물에서 복잡한 움직임을 할 수 있도록 진화가 되가면서 그 기능들을 제어할 기관이 필요해서 뇌가 생기고 발달해왔다고 한다.

두뇌가 먼저 발달이 된것이 아니라 신체가 먼저 발달하고 나서 두뇌가 발달했다는 합리적인 근거가 되는 것이다.

 

현대의 인간도 마찬가지로 몸으로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관찰하고 연습하고 공감하고 몸으로 체험하는 지식은 무궁무진하다.

꼭 암기나 책으로 지식을 얻는 것이 아니고 그런 책 마저도 얼마나 생생하게 실제의 몸의 움직임 등을 재현하는가에 따라 더 자세한 습득이 가능한 것이다. 머리로 억지로 암기 하는 것보다 직접 해보면 기억이 잘되는 것이 그래서인듯 하다.

책에서는 관찰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연습을 통해 몸에 익히며 즉흥성을 통해 상황에 대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 책의 주장에 대한 근거는 우리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처음에 운전을 할 때 온 신경을 집중시키게 되지만 오래 운전을 하게 되면 귀로는 음악을 들으면서 머리로는 다른 생각들을 떠올리면서 운전을 하게 된다.

운전이라는 행동을 몸으로 체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인식하지 못한 것들이 책을 읽으면서 이해가 되는 것이 참 재미있다.

 

 

다른 책도 그렇지만 이 책은 그런 재미가 특히 좋았다.

사람이 어떤 관점을 취하느냐에 따라 같은 사물을 아주 다르게 본다는 것은 자명하다.

신의 관점으로 본 세상과 과학의 관점에서 본 세상은 다르고, 나의 관점에서 본 동물과 동물학자의 관점에서 본 동물은 큰 차이가 있다.

대상은 그냥 대상 그대로일 뿐인데 각자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이 되고 이런 현상은 우리의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크게는 출신 국가에 따라, 정치성향에 따라, 경험에 따라, 사고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지금 시대야말로 비과학적이고 전통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가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세상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고 그 변화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이다. 생명은 환경 변화에 적응하게 되어있고 그렇지 못한 생물은 도태되게 되어있다. 인간 전체로 보면 어떻게든 환경에 적응하겠지만 개인으로보면 그렇지 못한 자와 그런자로 나뉠 것이다.

 

흥미로운 관점과 고정관념을 깨주는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아주 유익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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