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0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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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중국 고전을 읽기 시작한 지인이 '옛날 사람치고 참 생각이 뛰어나다' 라는 말을 한적이 있다. 옛날 사람들이 현대보다 문명이 발달되지 않았던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지금보다 뒤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해서 한 말일 것이다. 과연 그럴까.


디지털 원시인이라는 말이 있다. 디지털 문명은 매우 복잡하면서도 단순하다. 사용자는 복잡한 기계를 다루기 위해서 그 구조까지 알 필요는 없다. 그저 간편하게 바꿔놓은 조작법만 익히면 되는 것이다.

인문학 보다는 학교 공부를 하기 바쁘다. 독서 말고도 할것들이 참 많은 세상이다. 인문학에 있어서는 오히려 옛사람들의 사고가 더 깊이가 있을지 모른다. 현대인의 어설픈 자기계발서보다, 고대인의 철학적 사색이 더 깊다.


이 책은 철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이름은 들어봤을 유명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이다.

철학책은 아직도 중역이 많은데, 이 책은 그리스어를 직접 완역한 것이라 한다. 주석을 쉽게 볼 수 있도록 책 하단에 실어 놓았기 때문에 뒷장을 뒤적거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당대 그리스 시대를 잘 알지 못하면 이해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주석은 필수이다. 책에 언급되는 인물과 시대 배경등에 대해서 주석만으로 전부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이해를 도우려는 역자의 노력이 보인다.


수사학은 당시에 세권으로 내놓았던 것을 한권에 실어 놓았다. 합해서 300페이지를 조금 넘는지라 분량 자체에는 큰 부담이 없다. 철학서는 아주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을 갖기 쉬운데,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나도 본격적인 철학서들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기 때문에 아주 어려울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깊은 이해를 위해서는 반복읽기와 사색, 용어 이해나 철학사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겠지만 설득에 관해 아리스토 텔레스가 무슨 말을 하려는 지를 알기 위해서는 그냥 읽기만 해도 충분하다. 시대가 다르고 용어가 낯설어 이해가 어려운 면도 없지 않으나 논리적으로(그 당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많은 예와 이유를 들어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읽을만 했다.


수사학은 설득을 위한 기법이다. 설득에는 크게 감정을 자극하는데 중점을 두는 설득과 논리적인 말의 구성에 중점을 둔 설득으로 나눌 수 있는데, 아리스토 텔레스의 수사학은 논리적인 설득기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아리스토 텔레스도 청자들이 갖게 될 화자에 대한 신뢰를 중요시 한다. 그러나 그 신뢰도 화자의 말에 의해서 얻어야지 화자에 대한 감정적 선입견 등에서 얻게 되는 것을 유의하라고 당부한다.


생략삼단논법을 설득의 몸통이라고 설명한다. 생략삼단논법에 대한 역자의 주석을 살펴보자.


대전제 - 소전제 - 결론으로 이어지는 병증학적 삼단논법에서 전제 중 하나 또는 결론을 생략해서 제시한 것을 생략 삼단 논법이라 하고, 생략 삼단 논법이란 어떤 명제가 참인 경우에 그 명제와는 다른 어떤 명제가 그 명제로 인해 언제나 또는 대체로 참이됨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한다. 생략삼단논법에서는 누구나 아는 자명한 사실을 표현한 명제를 생략함으로써, 간결하게 완결된 문장을 제시할 수 있고, 청중 스스로 전제나 결론을 생각하게 하기 때문에 청중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강점이 있다. 생략삼단논법은 전제나 결론이 생략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삼단 논법의 모든 요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연설가각 제시하는 주장이나 명제가 참되거나 개연성 있음을 증명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식의 용어들이 많이 나오는데, 철학용어를 잘 모르면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철학서적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사전을 찾아가면서 읽어야 할 것이다. 서양 철학이 한국에 들어올 때, 일어로 번역한 것을 중역을 한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철학 용어 자체가 한자어로 중역한 것들을 아직도 쓰고 있는 경우가 많다. 철학이란 용어도 원래 지혜를 사랑한다는 의미는 필로소피아를 한자로 번역한 것이다. 이런 언어들을 차라리 원문 그대로 쓰거나 한글로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서라도 변경했으면 좋겠다는게 개인적 바램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일 것이겠지만, 동양의 고전을 볼 때야 물론 필요하겠지만 서양철학을 위한 책에 한자어 중역단어 사용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책은 다른 서양 철학서들에 비해 비교적 깔끔한 문장으로 번역되어있다. 본문의 어려워 보이는 용어들도 현대에 사용하는 쉬운 단어로 번역하고 주석으로 추가 설명해주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 높은 수준의 독자들은 할말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렇지 못한 독자인 나는 이해를 돕는 쉬운 단어로 번역해준 것이 좋다.


각 권마다 장이 있고 각 장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논하고 있는데, 행복, 수치심, 분노, 권력 등의 주제에 따른 원칙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구조다. 분노는 어떤 것이고 분노에는 어떤 것이 있고 어떤 것은 옳고 어떤것은 그르다는 것을 논리에 따라 말한다. . 후반에 접어 들어서야 생략삼단논법, 증명을 위한 명제들, 예증 등에대해서 다루는데... 설득의 기술은 언제 나오는가 싶지만 책 전반에서 주제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자체가 논법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현시대 기준으로 볼 때 맞지 않는 사고 방식, 당시의 계급이나 여성에 관한 발언들은 현대로 보면 망언수준인 것들 또한 보이나, 아주 긴 시대의 차이가 있으므로 몇천년 대의 선인에게 따질 수는 없는 법. 독자가 알아서 현시대에도 통용될 부분만 골라서 받아들이면 되겠다.

한 번 읽어서 될 책은 아니고 두고 두고 읽어본다면 깊이가 있을 만한 훌륭한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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