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밤 (별밤 에디션)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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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 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
가끔은 그런 상상을 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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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아무튼, 비건 - 당신도 연결되었나요? 아무튼 시리즈 17
김한민 지음 / 위고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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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동물을 소중히 다루는 게 보편화되어
‘동물처럼 다룬다’는 말이
지금처럼 폭력을 상기시키는 대신
‘배려하면서 친절하게 대한다’는 뜻으로 바뀌면
우리의 윤리 체계에도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학급 물품을 내 것처럼 아끼자!"
이 문구를 보고 나는 충격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이렇다.
그때까지 내가 외국에서 받은 교육에 의하면
그 문구는 응당 이렇게 쓰여 있어야 했다.
"남의 것처럼 아끼자."

‘내 것’이라면 다소 소홀히 해도 좋을지 모르지만,
‘남의 것’ 혹은 ‘우리 것’이라면 더 조심하고 아껴야 한다,
어린 나에겐 이것이 상식이었다.

[ 유제품 ]

성인이 되어도 여전히 젖을 먹는,
그것도 다른 동물의 젖을 빼앗아 먹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다.
우유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두말할 것도 없이 송아지다.

[ 달걀 ]

달걀 산업은 말 그대로
달걀의 대량생산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닭은 생명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생체 기계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수탉은 아무 쓸모가 없다.
그래서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수컷으로 감별 받은 병아리는 예외 없이 죽인다.
그것도 산 채로 그라인더에 갈아버리거나 질식사시킨다.
어린 병아리를 말이다.

우리의 탐욕과 수지타산 때문에 이 어린 생명을
그라인더에 수천만 마리씩 갈아서 죽이는 일은
상상도 못해봤을 것이다.

[ 식물은 생명 아닌가 ]

우리가 과학적으로 고통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신체의 통점과 중추신경계를 통해 전해진 자극이
뇌에서 종합되는 아프고 불쾌하고 피하고 싶은 감각이다.
같은 생명이라도 뇌와 중추신경계, 통점이 없는 식물이
이런 종류의 고통을 지각하고 분석해 처리한다고 생각할
해부학적 근거는 없다.

몰론 이것이
식물을 함부로 다뤄도 좋다는 논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식물도 당연히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
동물을 함부로 다루는 사람은 식물에게도 그럴 확률이 높다.

[ 동물 복지 식품에 관하여 ]

가장 강조하고 싶은 점은,
동물에게 얼마나 대단한 복지를 챙겨줬든 간에
결국 최후는 똑같이 도살장행이라는 사실이다.
복지농장에서 자란 소도
공장식 축산 가축들이 향하는 도살장과 같은 곳에서
같은 방식으로 죽임을 당한다.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과연 우리에게 동물을 죽일 권리가 있을까?

자, 오늘은 야근하느라 수고했으니 삼겹살에 소주,
오늘은 우리 막내가 학예회 발표를 했으니 갈비,
오늘은 초복이니 삼계탕…
기념하고 싶은 뜻깊은 자리가
누군가의 고통과 희생 위에 차려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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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요즘 사는 맛 - 먹고 사는 일에 누구보다 진심인 작가들의 일상 속 음식 이야기 요즘 사는 맛 1
김겨울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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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마주하는 여러분의 첫 식사가
조금은 달리 보이길 바랍니다.
부디 대충 때우는 한 끼가 아닌
나를 챙기는 따뜻한 감각으로 자리하길 빕니다.
결국 모든 건 잘 먹고 잘 살기 위함이니까요.

부디 시리얼이
늘 고단했던 엄마에게도
달콤한 아침잠 몇 십 분과
잠시 트이는 숨통을 선물했기를 바란다.
엄마는 한 끼를 거저먹고, 나는 한 끼를 과자 먹고,
두 사람 모두에게 이로운 아침들이었기를.

물론 이 모든 게 단번에 이뤄지진 않았다.
핏물을 빼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듯이.
하지만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힘든 시기가 어느새 저 멀리 지나 있었다.

어떤 음식은 기도다. 누군가를 위한. 간절한.

J의 사리곰탕면이 새겨 넣은 메시지는 이랬다.
‘너는 누군가가 이틀을 꼬박 바쳐 요리한 음식을
기꺼이 내어줄 정도로 소중한 존재야. 잊지 마.’

다시 돌아봐도 엄마에게 가장 감사하는 것은
엄마가 내게 해준 맛난 음식, 좋은 옷, 좋은 교육,
다양한 경험 같은 여러 혜택보다도,
인생의 매 순간 나이 따위 의식하지 않고
최대한 즐겁게 산 엄마 자신의 삶 그 자체이다.

‘엄마’라는 단어에 흔히 따라붙는
‘희생’과 ‘헌신’ 같은 단어나
괜스레 스멀스멀 올라오는 죄책감 같은 감정에 앞서,
내 노년도 엄마의 그것처럼
즐겁고 다채로울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게 해줬다는 사실에,
또 엄마를 떠올리면 미안함보다는
풍요로움과 즐거움이라는 감정이 앞선다는 사실에
다시금 감사하고 감사한다.

언젠가 성인이 된 딸이 만약 이 글을 읽게 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딸아, 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점심 메뉴를 고민할 것이다.
오늘은 순두부찌개를 먹을지, 햄버거를 먹을지,
아니면 샐러드를 먹을지…….
뭐든 좋으니 굶지는 말아라.
그리고 네 초심을 잊지 않길 바란다.
너는 태어난 직후 6개월 동안은 모유를 제외하고
한 가지 맛의 분유만 먹었으니까.
그 분유도 조금이나마 늦게 주면
큰일 날 것처럼 떼를 쓰며 울곤 했단다.

살면서 어떤 음식을 접하든,
그걸 준비하거나 차려준 사람에게
꼭 감사인사를 표하면 좋겠다.
나아가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차릴 수 있다면
훨씬 더 근사한 사람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야.
늘 맛있게, 꼭꼭 씹어 먹으렴."

마치 채식주의자 라이센스라도 있다는 듯,
그런 건 진정한 채식주의자가 아니라고
누군가 조롱하거나 비난하더라도
조금도 신경 쓰지 말기를 바란다.
이 일은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먹는 끼니라는 것을 통해 조금 더
지구에 이로운 선택을 하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당신 자신에게만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당신의 주인공은 당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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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의지의 자유‘에 대한 것이 아니라,
시민적 자유 또는 사회적 자유,
즉 사회가 개인에 대해 합법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의 본질과 그 한계에 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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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아가미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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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엄쳐야지 별수 있나요.
어쩌면 세상은 그 자체로 바닥없는 물이기도 하고.

흘러가는 강은 어떤 사진이나 그림에도 담아 가둘 수 없고,
강줄기를 따라 우거진 수풀 또한 그렇지요.
그게 사람들이 강으로 오는 이유 같습니다.

반드시 떼로 몰려다니며
유명한 휴양지를 미션 수행하듯이 들러서
사냥하듯 사진을 찍고
그 시간과 공간을 프레임 안에 박제하는 것만이
여행인 건 아니니까요.

보통 사람은 말이지요,
자신에게 결여된 부분을 남이 갖고 있으면
그걸 꼭 빼앗고 싶을 만큼 부럽거나
절실하지 않아도 공연히 질투를 느낄 수 있어요.
그러면서도 그게 자신에게 없다는 이유만으로
도리어 좋아하기도 하는 모순을 보여요.

"그래도 살아줬으면 좋겠으니까."
살아줬으면 좋겠다니!
곤은 지금껏 자신이 들어본 말 중에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예쁘다’가
지금 이 말에 비하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폭포처럼 와락 깨달았다.
언제나 강하가
자신을 물고기 아닌 사람으로 봐주기를 바랐지만
지금의 말은 그것을 넘어선,
존재 자체에 대한 존중을 뜻하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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