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덮고 마주하는 여러분의 첫 식사가 조금은 달리 보이길 바랍니다. 부디 대충 때우는 한 끼가 아닌 나를 챙기는 따뜻한 감각으로 자리하길 빕니다. 결국 모든 건 잘 먹고 잘 살기 위함이니까요.
부디 시리얼이 늘 고단했던 엄마에게도 달콤한 아침잠 몇 십 분과 잠시 트이는 숨통을 선물했기를 바란다. 엄마는 한 끼를 거저먹고, 나는 한 끼를 과자 먹고, 두 사람 모두에게 이로운 아침들이었기를.
물론 이 모든 게 단번에 이뤄지진 않았다. 핏물을 빼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듯이. 하지만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힘든 시기가 어느새 저 멀리 지나 있었다. 어떤 음식은 기도다. 누군가를 위한. 간절한.
J의 사리곰탕면이 새겨 넣은 메시지는 이랬다. ‘너는 누군가가 이틀을 꼬박 바쳐 요리한 음식을 기꺼이 내어줄 정도로 소중한 존재야. 잊지 마.’
다시 돌아봐도 엄마에게 가장 감사하는 것은 엄마가 내게 해준 맛난 음식, 좋은 옷, 좋은 교육, 다양한 경험 같은 여러 혜택보다도, 인생의 매 순간 나이 따위 의식하지 않고 최대한 즐겁게 산 엄마 자신의 삶 그 자체이다.
‘엄마’라는 단어에 흔히 따라붙는 ‘희생’과 ‘헌신’ 같은 단어나 괜스레 스멀스멀 올라오는 죄책감 같은 감정에 앞서, 내 노년도 엄마의 그것처럼 즐겁고 다채로울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게 해줬다는 사실에, 또 엄마를 떠올리면 미안함보다는 풍요로움과 즐거움이라는 감정이 앞선다는 사실에 다시금 감사하고 감사한다.
언젠가 성인이 된 딸이 만약 이 글을 읽게 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딸아, 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점심 메뉴를 고민할 것이다. 오늘은 순두부찌개를 먹을지, 햄버거를 먹을지, 아니면 샐러드를 먹을지……. 뭐든 좋으니 굶지는 말아라. 그리고 네 초심을 잊지 않길 바란다. 너는 태어난 직후 6개월 동안은 모유를 제외하고 한 가지 맛의 분유만 먹었으니까. 그 분유도 조금이나마 늦게 주면 큰일 날 것처럼 떼를 쓰며 울곤 했단다.
살면서 어떤 음식을 접하든, 그걸 준비하거나 차려준 사람에게 꼭 감사인사를 표하면 좋겠다. 나아가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차릴 수 있다면 훨씬 더 근사한 사람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야. 늘 맛있게, 꼭꼭 씹어 먹으렴."
마치 채식주의자 라이센스라도 있다는 듯, 그런 건 진정한 채식주의자가 아니라고 누군가 조롱하거나 비난하더라도 조금도 신경 쓰지 말기를 바란다. 이 일은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먹는 끼니라는 것을 통해 조금 더 지구에 이로운 선택을 하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당신 자신에게만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당신의 주인공은 당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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