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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ㅣ Classics in Love (푸른나무) 7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김영하 옮김 / 푸른나무 / 2000년 10월
평점 :
품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룰 수 없는 사랑은 잊을 수도 없는 사랑이다.’ - 젊은 베르테르의 사랑을 애도하며...
초여름이 다가서는 비 오는 거리를 지나오다, 어느 카페의 테라스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오래전 애상어린 기억 속에 읽어 내려간, 베르테르의 슬픈 사랑의 전율을... 종로의 어느 무명(無名) 카페 차창 사이 담긴 작은 문구 사이로 조심스레 전해 옴을 느꼈다. 그렇게 베르테르의 애잔한 사랑을 다시금 펼쳐보았다.
죽을 만큼 사랑에 슬퍼하고, 미쳐버릴 정도로 한사람을 그리워하고, 그 사람을 위해 내 모든 터럭까지 다 바쳐 사랑이라는 이름을 담을 수 있는 열정. 베르테르의 진실된 사랑 앞에, 부족한 스물한 살의 그이가 추구해온 사랑이라는 이름을 과연 담아 볼 수나 있는 것일까? 베르테르의 애잔하고 숭고한 사랑 앞에 경건한 애도의 마음을 담아 부족한 이야기를 써내려 본다.
베르테르는 로테와 진정한 사랑을 만들기 위해, 내 안에 존재하는 모든 자아를 부정해 나갔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사랑하는 로테의 모든 것을 담아간 것이다. 베르테르는 로테와 하나 될 모든 것을 추구 하기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으며, 그녀의 마음이 내 모든 공백의 구석 된 곳까지 닿기를 바랬다. 나를 버리며 그녀를 담아가고, 하나로 거듭날 수 있는 모습. 이것이 베르테르가 추구했던 사랑이라는 이름이다. 하지만 로테는 베르테르의 비워진 마음속에 자신의 모든 것을 투영할 수 없었다. 그를 사랑하긴 했지만, 그의 모든 것에 자신을 동질화 시킬 순 없었다. 알베르트를 위한 사랑의 마음 역시 한 켠에 담아두었던 것이다.
결국 로테의 사랑은 항시 두 사람의 중간에 서 있었던 것이다. 베르테르를 향한 정신적으로 성숙된 진실된 사랑을 추구했을지라도, 그 마음만큼은 결코 베르테르 같은 열정적이고, 내 모든 것을 부정하고 새롭게 하나 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어쩌면 베르테르가 로테를 처음 봤던 그 순간부터 두 사람의 하나 될 수 없는 잘못된 만남은 시작되었던 것이다. 한편, 사랑이라는 이름조차 안정적으로 담아가는 로테의 남편, 알베르트는 베르테르의 사랑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 사랑 앞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불나방 같은 삶의 방향을 그는 결코 이해할 수 없다.
‘과연 어느 누가 옳은 사랑을 추구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필자는 스스로에게 내던지 이 질문에 대해 감히 대답할 수가 없다. 진실된 사랑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르테르의 열정적이고 순결한 그의 마음을 존경한다. 한사람을 위해 죽을 만큼 사랑할 수 있는 그의 격정을 사랑하고, 사랑이라는 위대한 이름을 승화시키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 그의 용기 앞에 찬란한 영광의 빛을 드리우고 싶다.
하지만 베르테르의 격정적인 사랑을 존경했지만, 사랑 앞에 나의 모든 가치가 부서져야 했던 그의 용기가 두려웠다. 어쩌면 필자 역시 사랑을 추구함에 있어 다른 가치적인 요소를 들이대는 어쩔 수 없는 범인(凡人)인가 보다. 알베르트가 중시했던 사랑에 대한 합리적인 이성을 감정만큼 중시했으며, 격정적인 사랑을 논함에 있어서도 언제나 상대가 떠나거나/ 떠나기를 바란다면 조심스레 사라졌을 뿐이다. 그리고 이별에 대한 가슴시린 며칠을 보낸 후 다시금의 바쁜 일상에 몸을 맡긴 뒤, 원래의 본질적인 내안의 나로 돌아오곤 하였다. 그것이 내가 행했던 사랑에 대한 기억이었다.
베르테르의 이룰 수 없는 사랑. 나아가 잊을 수 없기에 천국에서 이루고자한 그의 의지.
봄비의 향연이 가득한 종로 어느 카페의 테라스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숙연해 지고 죄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어떤 이는 베르테르의 무모하고 불같은 사랑을 비난하고 힐책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의 순수한 사랑에 대한 격정적인 열정만큼은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