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철학으로 휴식하라 - 회복과 치유를 위한 33일간의 철학 세러피
안광복 지음 / 사계절 / 2020년 4월
평점 :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그 속도를 따라가다 보면 내가 어디 서 있는지조차 알기 어려울 때가 있다. 코로나로 인해 ‘잠시 멈춤’이 사치가 아닌 생활이 된 지금 이를 즐기기 위해 속도전이 아닌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철학으로 휴식하라』라는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내 삶을 충전할 수 있는 휴식을 주는 책이다. ‘회복과 치유를 위한 33일간의 철학 레시피’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철학자들의 33가지 지혜를 만나 생각의 깊이를 더하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멈춤을 즐기는 시간, 나로 깊어지는 시간, 나의 쉼에 이 책이 탄탄한 나로 거듭나게 할 수 있게 하는 마음으로 펼쳤지만, 철학으로 휴식을 해야 하는지 다수가 의문을 가졌으리라. 이에 답하기라도 하듯 처음 마주하는 문장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자주 철학으로 돌아가 휴식하라’라는 말을 마주하게 된다.
자주 철학으로 돌아가 휴식하라.
숨 가쁜 일과 가운데서
짬잠이 숨을 돌리고 자신의 감정을 되짚어 보며
필요한 중고를 스스로에게 들려주라.
스스로 들어야 할 충고를 들려주라 p19
치솟는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로 이성의 통제를 벗어나려는 감정의 고삐를 단단히 붙잡을 수 있게 끊임없이 영혼을 갈고 닦아야 한다고 말한다. 영혼을 갈고 닦는 법 그것은 자신을 들여다보는 철학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쩌면 이 책은 우리가 왜 철학을 해야 하는지, 우리 스스로 자꾸 들여다봐야 하는지를 처음부터 이야기하고 있다.
짧은 지혜지만 삶을 비추어 생각할 문장들을 만나보면 저절로 나를 보게 된다. 상처받은 영혼이 위로를 바랄 때, 욕망과 집착으로 괴로울 대, 매너리즘에 빠져 허덕일 때, 세상에 맞설 용기가 필요할 때, 미래를 여는 혜안이 필요할 때로 나누어 삶의 지혜를 만나보면 잊고 있던 진실에서 무엇을 가슴에 담아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어렵지 않은 문장들. 그리고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문장들이 삶을 안내하듯 새기게 된다.
그중 익숙함과 안정감을 추구하다 보니 자주 빠지게 되는 매너리즘. 이 부분을 읽으며 삶에 경계해야 할, 자주 허덕거리는 부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발터 베냐민의 ‘주입된 욕망에서 탈출하라’라는 말이 머리를 때리듯 정신을 바짝 차리게 했다.
진정 새로운 가능성를 찾고 싶다면 지금처럼 아무것도 생각할 것 없는
상태 자체에 대해 따져 묻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 그 다른 세계를 상상하고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믿는데서부터 출구가 열리기 때문이다.
진보란 "반복되는 새로움"일 뿐 p103
틀을 벗어나는 것에 지독히 불안함을 느끼는 내게 모든 삶에 다양성을 열어두라는 말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나는 자본주의니 정치적 진보주의니 하는 따위는 어렵고 나와 동떨어지게 생각되었다. 하지만 ‘진정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싶다면 지금처럼 아무것도 생각할 것 없는 상태 자체에 대해 따져 묻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라는 말을 새긴다. 기성세대로 틀에 박힌 안정감에 내가 보는 것만 본다면 사유 불가능한 일상적인 진부함만 가지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결국은 주입된 욕망에서 탈출함이 가능할 때 불편한 관계에서 오는 창의성도, 멈춰서는 용기도, 적을 존경할 힘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삶이 익숙해졌다고 어쭙잖은 거만을 피우는 누구든 매너리즘은 경계하며 이문장을 새겨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보고 싶은 것 말고 보아야 할 것을 보라
우리가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길은
끊임없이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공감을 이루며
단점을 없애 나가는 것뿐이다.
'니티'와'니야야' p163
또 하나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종종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을 경계하라며 세상에 맞설 용기를 가지고 보고 싶은 것 말고 보아야 할 것을 보라고 아마르티아 센의 말을 인용했던 부분인데 우리는 불편한 진실을 종종 회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 불편한 진실, 문제점을 드러내고 공감할 수 있어야 불편함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을 사회 여러 문제로 접하면서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삶에서는 회피하려고 한다. 불편함을 없애는 방법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공감하며 고쳐나가는 거라고 말하는 이 부분은 삶에도 똑같이 적용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회피하지 말고 맞서라고.
어떤 지혜는 삶과 동떨어진 거창한 게 아닐까 싶지만 먼 얘기 같은 때 나를 대입해서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속한 사회, 국가. 그러다 보면 생각은 깊어지고 사고 범위는 넓어지게 된다. 저자의 당부대로 이 책은 식후 30분 약을 먹듯 꼭꼭 씹어 천천히 즐겨야 철학으로의 휴식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저자가 아무래도 학생들을 자주 만나는 교사이다 보니 청소년들도 거뜬히 이해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철학자들의 짧은 지혜들을 예시로 하여 주제를 지루하지 않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 장점인 듯하다. 삶과 관련된 주제들은 생각의 물꼬를 터 사고의 깊이를 주는 철학을 선물할 테고 33일이라는 결코 짧지않는 기간동안 만남은 철학하는 습관을 우리 스스로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주리라 믿는다.
번민한 마음. 진부한 나의 마음에 짧게나마 나의 제대로 된 휴식을 선물하고 싶다면 철학으로 휴식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