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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2년 10월
평점 :
종로 소재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발견'하고 "반값"에 사서 그 날 밤 10시 18분에 다 읽은 앤 패디먼의 <서재 결혼시키기>라는 책에 관한 책이다. 나도 나름 활자 중독증 환자라 자부하면서 사는데, 저자는 한술 더 떠서 교정 중독증이란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메뉴판을 보다가도 틀린 글자가 나오면 식당주인에게 알려주지 않고는 못 배기는 그런 집요한 성격 말이다. 이러한 성향은 분명 저자의 아버지가 <뉴요커> 편집자였다거나 어머니가 <타임>지 특파원이었다거나 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집 안 곳곳에 책이 널려 있었던 어린 시절과 가장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많은 책들을 읽으면서 자라난 저자가 성인이 되어 작가가 된 것은 필연일 것이다. 한 때 인터넷과 전자매체의 눈부신(?) 발달에 종이책의 죽음을 얘기하던 성급한 사람들이 있었다. 과연 그러한가? 또 지금은 소위 스마트 시대다. 스마트 폰 하나로 인터넷과 전자책, 기타 편리한 생활을 얼마든지 영위할 수 있는 지금, 왜 종이책과 활자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시대의 변화에 정서가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전자책은 책이 아니다. 나는 모니터에서 반짝이는 폰트에는 감동받지 못한다. 고해상도로 재현되는 픽셀은 내 마음을 뿌리째 흔들지 못한다. 그러나 종이책은 다르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과정부터 책을 만지고 냄새 맡고 밑줄을 긋거나 여백에 내 생각을 적어 나가는 과정은 한 권의 책에 내 마음을 담아 나가는 과정이다. 진정한 의미의 정신적 교류라 할 이 과정을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 책을 사랑하고 독서에서 마음의 위안을 찾는 사람들이 한 번쯤 읽어두면 삶이 풍요로워질 것이다. <서재 결혼시키기>를 다 읽고 난 뒤 책에 관한 책 중에서 최대의 두께(한국어판으로 무려 1100 페이지가 넘는다!)를 자랑하는 <젠틀 매드니스>를 바로 읽기 시작했다. 뒷 표지에 "책을 수집하고, 또 즐기는 것에 관련된 다양한 일화와 통찰이 가득한 뛰어난 저술이다."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다 읽으려면 꽤 시간이 걸릴 듯하다. 마음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