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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책 - 죽기 전까지 손에서 놓지 않은 책들에 대한 기록 ㅣ 지식여행자 2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언숙 옮김 / 마음산책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서평집을 읽다 감탄하고 공감하다가 눈가에 눈물이 맺혀보기는 처음이다. <대단한 책>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일본의 러시아어 통역사인 요네하라 마리가 쓴 책에 관한 책이다. 그녀는 56세이던 2006년에 난소암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그 직전까지 읽었던 책들에 대해 애정어린 글들을 남겨 놓았다. 꽤 폭넓은 분야의 책들을 읽으며 저자의 사상에 공감하고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전개해 나가는 그녀의 글 솜씨는, 암 진단을 받은 뒤 자신의 몸을 대상으로 암치료법들을 하나씩 실험해 나가는 대목에서 절정에 달한다. 지식과 앎에 대한 평생의 호기심이 자신의 병마저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힘을 준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시원했던 부분은 저자가 평균적인 일본인을 뛰어 넘는 폭넓은 사고와 정확한 역사인식으로 기왕의 편협하고 아전인수격인 일본이라는 국가와 그 정치가들에 대해 쓴 소리를 날리는 대목이다. 그녀는 일본에 대해 서슴지 않고 미국의 속국이라거나, 고이즈미를 일컬어 부시의 충견이라는 식으로 순종적이고 무비판적인 일본의 행태를 비판한다. 이외에도 읽다보면 대단히 신랄하고 눈이 번쩍 뜨이는 대목들이 수시로 등장해서 지루할 틈이 없다. 소개된 책들은 대개 일본인 저자들이 쓴 것들이고 다소 전문적이라 한국에서 출판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이 서평집을 통해서 대략적이나마 그 책들이 담고 있는 내용들을 접할 수 있어서 새로운 세상을 보고 온 듯 한 느낌이다. 같은 저자의 다른 책들이 여러 권 나와 있던데 가능한 모두 구해서 읽어 볼 것이다. 저자가 자신의 몸을 대상으로 암 치료법을 하나씩 시험하는 부분에서는 암으로 세상을 떠난 많은 친인척들의 모습과 겹쳐져서 도저히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도 암으로 고통 받고 있을 수많은 사람들과 그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힘내라고 말하고 싶다. 요네하라 마리의 명복을 빈다. 아마 요네하라 마리는 저 세상에서도 책을 읽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