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 이외에, 대학 수업준비를 위해서도 많은 책들을 읽어 왔다. 영어 자체에 대한 수업은 차치하고라도, 그동안 강의해 온 과목 중에는 <북미사회와 문화>, <영연방사회와 문화>, 그리고 작년부터 강의를 시작한 <세계의 축제와 여가문화>라는 과목까지, 영어와 영어문화권에 관한 과목 등 몇 개가 있다. 특히 <세계의 축제와 여가문화>는 강의 의뢰 전까지 그렇게 흥미를 가지고 읽어본 책은 없었다. 그런데 강의를 위해 관련서들을 구매하고 한 권씩 읽어나가는 과정에서 축제가 지니는 여러가지 의미들은 물론, 축제를 보는 시각들, 예를 들면 문화적, 역사적, 인류학적, 종교적, 민속학적인 틀을 통해 하나씩 깨달아가는 과정에서 몹시 흥미가 생겨나 지금은 또 하나의 평생 관심분야로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내가 어떤 분야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은 그저 책읽기가 아니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축제와 가면>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위해 상징 사전 세 권, 융의 anima와 animus, 그리고 persona에 관한 논문, 고대 희랍극에서의 가면의 역할, Joseph Campbell의 <The hero with a thousand faces>, 또는 베니스 가면축제에서 주로 쓰이는 가면의 종류에 이르기까지, 가면에 관한 한 총체적인 시각을 가지고자 문턱 넘나들기를 한다는 뜻이다.
어느새 나도 일본의 다치바나 다카시처럼(立花 隆) 한 주제에 관해 집중적으로 읽는 습관이 몸에 밴 듯한 느낌이다. 인문과학은 인간 이해에 필수적인 분야이니만큼 읽어도 읽어도 늘 지적인 허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인가? 어쩌면 이 지적 허기야 말로 책 읽기의 본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