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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ㅣ 그르니에 선집 1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199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20대 대학시절에 읽었던 쟝 그르니에의 <섬>을 다시 펼쳐 보았다. 스무 살의 알베르 까뮈를 감동시켰던 가장 유명한 구절, "혼자서,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설은 도시에 도착하는 공상을 나는 몇 번씩이나 해보았었다. 그리하여 나는 겸허하게, 아니 남루하게 살아보았으면 싶었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되면 <비밀>을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를 소리 내어 읽어 보았다. 아득한 그리움이 밀려 왔다. 20대 때의 나도 막연히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도 했었는데. 이곳을 떠나 저 곳에 가면 참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하지만 결코 이 곳을 떠나지 못했고 아직도 이 곳에서 별다른 변화 없이 살고 있다. 결국 인간은 마음 속에 자기만의 섬을 하나씩 간직하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참, 외로운 존재인 것인지. 옆에 사람이 있어도, 한 집에서 함께 살고 있어도, 인간은 누구나 비상을 꿈꾼다. 현재는 늘 벗어나고 싶은 굴레이고, 지금 이 곳만 탈출하면 삶에 서광이 비출 것만 같다. 그런데 과연 그렇던가? 살면서 어긋나고 비껴가며 알지도 못한 채 흘러가 버린 관계들과 툭 끊어져 버린 과거의 시간들만이 허공 어딘가에서 나를 내려다 본다. 물끄러미 태양을 응시하다 눈이 부셔 시선을 돌려도 저 곳엔 어느 누구 하나 나를 향해 손짓하지 않는다. 그렇게 사는 것이다. 그렇게 살다가 죽는 것이다. 중년을 훌쩍 넘긴 지금, 아직도 내 마음 속에는 섬이 있다. 그 섬에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