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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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한 권도 읽지 않았지만(사실 일본 소설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雪國>을 읽어 본 것이 유일하다), 이번에 <잡문집>이라는 독특한 제목의 에세이집을 단숨에 읽고 나서 한 번쯤 그의 소설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에세이집에서 특히 내 마음과 통했던 부분은 하루키가 재즈와 LP를 사랑한다는 것이었다. 나도 재즈와 LP를 열광적으로 사랑하는데 그도 나와 같은 아날로그적 인간인 것이다. 진정으로 음악을 사랑하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에 관심이 많은 하루키의 일본인답지 않은 시원한 문체와 독특한 세계관, 그리고 폭넓은 관심사에 삶의 불가해성 따위는 어떻게든 내면에 녹아든다. 오랜만에 느껴본 유쾌한 책읽기였다. 이 참에 <상실의 시대>도 읽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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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딜레마 - 원자력 르네상스의 미래
김명자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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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명자 교수의 <원자력 딜레마>는 야마모토 요시타카의 책에 비해 좀 더 포괄적으로 원자력 논의의 핵심에 다가 갈 수 있게 해준다. 특히 한국의 상황에 대해 지금까지 어떤 책에서도 논의되지 않았던 사항들까지 매우 자세히 다루고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에서도 서술되고 있듯, 원자력은 에너지 이전에 종말 병기로 개발된 원자폭탄에서 근원한 것이므로 그 태생부터가 모순적이다. 전 세계에 400(한국도 현재 21기를 가동 중에 있고 7기가 건설 중이며 4기가 건설 준비 중에 있는 원자력 대국이다)기가 넘는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고 하는데, 후쿠시마에서 보듯, 한 기만 문제가 생겨도 어마어마한 피해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원자력 발전소 한기 한기가 잠재적 원자폭탄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럼 원자력 발전을 모두 없애면 되지 않을까? 이에 대해서는 당장 부족한 에너지 수급은 무엇으로 보충할 것이냐는 반론이 나올 것이다. 우선 석유나 석탄 등의 화석연료가 서서히 고갈되어가는 시점에서 원자력만이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세력에게 저항할 힘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일반인들도 원자력의 본질에 대한 이해 없이 당장 원자력 가동 중단으로 인한 에너지 부족의 불편함을 감내하고 함께 풀어갈 의지조차 없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많은 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답답한 요즈음이다. 책을 읽고 나서도 해결책은커녕 가슴이 답답한 경우도 이번이 처음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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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일본 핵발전의 진실 - 우리도 반드시 알아야 할
야마모토 요시타카 지음, 임경택 옮김 / 동아시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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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일본 핵발전의 진실>은 야마모토 요시타카라는 일본의 비판적 지식인이 쓴 책이다. 100 페이지가 조금 넘는 얇은 책이지만, 후쿠시마 원자력 사태에 대한 뼈아픈 자기 반성이자 세계의 원자력 발전에 대한 장미 빛 미래에 많은 시사점을 주는 책이다. 정부와 관련 기업, 그리고 군부가 달라붙어 각자의 이익을 챙기느라 정작 불완전한 기술인 원자력의 내재적인 결함은 감추고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그럴듯한 모토로 지금까지 사람들을 속여 온 원자력의 본 모습에 소름이 끼친다.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상당수의 원자력 발전소가 한계 수명을 연장하면서 운영중에 있고, 원자력 불감증도 정도를 넘었다. 일본의 원자력만이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원자력도 시한폭탄인 셈이다. 북한의 핵개발과 남한의 원자력 발전은 둘 다 한반도를 죽음의 재로 뒤덮이게 할 잠재적이고 실제적인 위협인데도 일반인들은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공론화되지도 않고 있으며 후쿠시마에서 날아오는 방사능 물질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본질은 외면한 채 제 목숨만 보존하면 된다는 심리다. 물론 당장 원자력발전을 중지하면 에너지 확보에 비상이 걸릴텐데, 개인 개인이 에너지를 절약하고 대체 에너지 개발에도 좀더 전력투구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아무래도 거리에 자동차의 물결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기름값이 올라도 자동차 이용은 줄지 않으니 에너지 절약은 공염불인 듯 싶기도 하다. 원자력은 아무리 조심하고 재난 상황에 대비한다 해도 고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는 불완전한 기술이다. 우선 원자력의 본질에 관심을 기울이고 제대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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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계 분쟁 - 국제 분쟁 전문가 김재명의 전선 리포트
김재명 지음 / 미지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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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예전에 읽었던 <지도로 보는 세계분쟁>이나 <세계의 분쟁 바로보기>와는 달리 저자가 직접 분쟁의 현장을 답사하면서 만난 전쟁 피해자, 난민, 정치 지도자, 병사 등과의 인터뷰가 담겨 있어, 각각의 분쟁에 대한 객관적 서술만으로는 부족할 수 밖에 없는 그 지역 민중의 처절한 육성이 마음을 울린다. 머리말에서 저자가 "현실적으로 영구 평화가 불가능하다면, 나는 평화를 기원하기보다 절망 속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소수자와 약자, 못 가진자들의 정의가 승리하기를 바라는 쪽을 택하겠다. 이 책은 그들이 탐욕스러운 강자들과 벌이는 힘겨운 싸움에서 승리하기를 바라는 나의 지지의 표시이자 연대의 기록이다."(p.8)라고 말하고 있듯, 세계의 어딘가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는 분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한반도도 대표적인 분쟁지역이 아니던가? 게다가 사랑하는 이를 잃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절대로 세계의 후미진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에서 눈을 돌릴 수 없는 법이다. 우리가 잘 안다고 여기지만 실상은 전혀 모르고 있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부터 아프가니스탄, 이란, 보스니아, 시에라리온, 캄보디아, 동티모르, 볼리비아에 이르기까지 중동과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를 아우르며 정치적 권력과 국가간의 이기심에 희생당하고 고통받는 민중들의 편에서 그들의 눈물에 함께 눈물을 흘리며 육체적, 정신적 공감을 느껴보길 바란다.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사고와 행동에 변화가 없다면 분쟁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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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사회 - 폭력은 인간과 사회를 어떻게 움직이는가?
볼프강 조프스키 지음, 이한우 옮김 / 푸른숲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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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아직까지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폭력은 인류의 역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속속들이 지배했다. 폭력은 혼돈을 만들고, (혼돈을 어렵사리 극복하고 만들어낸) 질서는 폭력을 만든다. 이런 딜레마는 풀어낼 길이 없다. 질서는 폭력에 대한 불안에 기초하여 스스로 새로운 불안과 폭력을 만든다." 이 인용문은 어제 읽었던 독일의 사회문명비평가 Wolfgang Sofsky의 <폭력사회>라는 저서에 나오는 구절이다. 말하자면 인간이 구축한 사회가 사실은 같은 인간으로부터 나에게 가해질 수 있는 신체상의 폭력을 방지하고자 계약에 의해 질서를 성립시켰으나, 오히려 그 질서가 더 큰 폭력을 일부러 유발하는 계기로 작용한다는 뜻이리라. 신체적 안전을 위해 개인적 자유의 폭을 제한하고서 사회와 국가라는 더 큰 폭력 속에 몸을 내맡기고 있는 셈이다. 이 논의를 깊이 성찰해 보면 일견 평화로워 보이는 대도시 한 복판에서 느닷없이 벌어지는 테러사건과 무차별 총격사건, 연쇄살인 사건 등의 극한의 폭력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가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도 폭력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언젠가는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내가 아는 사람들까지 폭력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과 공포. 이 불안과 공포가 폭력의 뿌리라는 것이 아이러니다. 이 책은 이러한 폭력의 본질에 뿌리까지 파고 들어 거기에서 인간성의 심연을 들추어 내고 누구라 할 것없이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건조한 문체로 설파하고 있다. 참 독특한 사유체계를 가진 저자에다 어려운 독일어 원문을 한국어로 번역한 번역자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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