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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명 수업 - 자연의 벗들에게 배우는 소박하고 진실한 삶의 진리
김성호 글.사진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자연과 더불어 산다는 것은 자연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동식물·곤충들과 함께 산다는 의미가 되어야 한다. 인간도 동물의 한 종일 뿐이고 인간만이 지구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아니니 인간의 편의에 따라 동식물을 이익과 불이익으로 분류하는 자체도 자연에 반하는 잔혹한 행위임을 절실히 깨달아야 한다. 마치 트렌드가 되어버린 듯, 자연으로의 회귀 또는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 따위로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본래의 의미는 이미 퇴색된 지 오래다. 그저 도시의 시끄러움을 피해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을 찾아 살고 싶다는 욕망 아닌 욕망이 전부라면 결코 자연이라는 두 글자의 의미조차 제대로 알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힘들게 가꾼 밭을 하룻밤 만에 멧돼지가 온통 헤집어놓았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당연히 멧돼지를 찾아서 몽땅 죽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멧돼지의 서식지와 가까운 곳에 살고 있고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멧돼지의 삶을 파괴하는데 일조하고 있음을 깨닫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자연과 더불어 산다는 것은 인간이 파고 들어간 그 자연 속에서 인간보다 먼저 새끼를 낳고 기르며 살고 있던 동식물·곤충들의 삶을 인간의 삶과 동등한 것으로 인식할 때에만 비로소 성립되는 관계인 것이다. 지금까지 인간은 자연을 얼마나 착취하고 인간의 이익에만 맞추어 재단하거나 인간 아닌 다른 종들을 얼마나 쉽게 멸종시키면서 마치 자연의 주인인 냥 행세해왔는가? 그 결과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간 동식물·곤충이 몇 종이며 지금 이 시간에도 사라져 가고 있는가? 안타깝고도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가능한 개미 한 마리, 지렁이 하나 밟지 않으려 조심하고, 아파트에 가끔 출몰하는 거미마저도 자유롭게 살도록 허락하다 보니 곳곳에 크고 작은 거미줄들이 널려 있음에도 아무렇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는 내게, 마치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라고 잔잔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해주는 책을 읽었다. 서남대 생명과학과 김성호 선생의 『나의 생명 수업』이 바로 그것. 식물생리학을 전공한 과학자가 매우 시적인 문체로 제시하는 자연과의 진정한 합일. 책 전체에 걸쳐 동식물과 곤충들에 대한 깊은 애정이 넘쳐흐른다. 그의 눈에는 자연 속의 모든 동식물과 곤충들이 인간보다 오히려 더욱 융숭 깊고 과도하게 욕심 부리지 않으며 제가 속한 곳에서 섭리를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극히 선한 존재들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피라미도 할 줄 아는 양보」라는 글이었다. 한국의 민물고기 중 피라미와 갈겨니라는 두 종이 유사한 모습과 습성을 가지고 있는데, 보통 갈겨니는 계곡이나 하천의 상류 지역에 주로 살고 피라미는 하천의 중류 지역에 산다고 한다. 그런데 이 두 종이 어쩌다 서식지를 공유할 때가 있다고 하는데, 보통 수서곤충이나 유기물 또는 식물성 플랑크톤을 모두 먹는 피라미가 갈겨니의 유일한 먹이인 수서곤충은 먹지 않고 유기물과 식물성 플랑크톤만 먹는다는 놀라운 사실! 피라미도 할 줄 아는 양보? 우리들 인간은 어떤가? 부끄럽기 짝이 없다. 인간의 욕망 행태에 대해 더 이야기 해보아야 무엇 하겠는가? 우리는 서로 양보하며 살고 있는가? 내 욕망의 무한 충족만을 위해 타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도 오직 자신의 쾌락만이 전부인 비도덕적인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 김성호 선생은 말한다, ‘펴진 무릎 먼저 접고 고개마저 숙여 조금만 더 가까이서 보’라고. 우리는 서로를 진정 사랑으로 대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