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만을 듣는 새벽에 - 김갑수의 음악과 사랑 이야기
김갑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김갑수라는 사내가 있다. 그는 오늘 이 시간에도 자신의 지하 작업실에서 음악을 듣고 있을 것이다. 그는 소년시절부터 아버지에게 심한 학대를 당했고, 그 때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음악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그 때부터 그에게 음악은 삶의 모든 조건을 저당 잡혀서라도 처절하게 추구해야 하는 절대 조건이 되었으며, 지금까지 음악을 듣지 않고 보낸 날이 단 하루도 없을 정도로 오직 음악 듣기에 자신을 바쳐 왔다. 그는 정식으로 등단한 시인임에도 방송출연과 글쓰기로 생계를 꾸리고 산다. 밥벌이를 제외한 하루의 모든 시간은 오직 음악 듣기로 채워진다. 지금 세상에 이렇게 사는 사내도 있다.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는 김갑수라는 사내가 왜 이토록 음악 듣기에 집착하는지 그 이유가 낱낱이 공개되어 있다. 이전 『삶이 괴로워서 음악을 듣는다』에서는 클래식, 록, 재즈, 월드뮤직 등, 다양한 장르를 전방위로 말하던 그가 이 책에서는 오직 클래식만 이야기 한다. 클래식을 제외한 다른 장르는 그의 허허로운 삶을 채워주질 못했나 보다. 아무튼 이 책에서 나는 김갑수의 한 쪽 눈이 의안(義眼)이고, 그 눈을 치료해준 여의사와 결혼했다는 극히 내밀한 사연까지 알게 되었다. 그 아내가 음악에는 절대 무지하다는 것도. 아무튼 아직 생존해 있는 한 사내의 삶이 이렇게까지 나의 관심을 끈 적은 일찍이 없었다. 처절할 정도의 자기 방어술로 무장한 한 사내가 음악에 빠져 그 음악을 통해 자신을 어루만지고 위무해온 사연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김갑수의 내면 지향적 행태에서 개인이 도달할 수 있는 최대치의 행복 추구와 예술의 사회적 기능 활용의 극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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