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 된 그림 - 우리를 매혹시키는 관능과 환상의 이야기 ART & ESSAY 1
이연식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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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카노 교코의 『무서운 그림』과는 달리 이 책에는 정말 괴물이 나온다, 아니 인간이 상상해온 온갖 기괴한 존재들이 캔버스 위의 그림으로 생명을 부여받고 자신의 존재를 살아 있는 인간에게 각인시킨다고 해야 할까. 세계의 신화나 종교는 괴물이 마음껏 노니는 공간이자 화가들에게는 무궁무진한 소재의 바다이기도 하다. 동서양의 용, 기독교의 악마(또는 사탄, 루시퍼), 지옥(문), 뱃사람들의 전설이나 구전설화에 등장하는 인어, 동화나 만화영화 또는 영화에 질리지도 않고 나오는 흡렬귀, 늑대인간, 유령, 귀신, 도플갱어 등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왜 이토록 괴물에 매혹되거나 친숙하게 느끼는 것일까? 이 책은 서양과 동양회화(특히 일본)에서 화가들을 사로 잡았던 괴물 그림을 골라 전후 맥락과 역사적 고찰, 또는 심리적 분석을 곁들여 차분하게 헤설하고 있다. 죽음 자체를 괴물로 여기고 형상화한 그림들이 특히 기억에 선연하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인간이 괴물에 부여해온 온갖 감정들은 아마도 인간 자신의 내면에 깃들여 있는 악덕, 욕망, 두려움, 비겁함, 사악함 등이 투영된 결과일 것이라고. 그러니까 괴물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그 괴물을 형상화하고 이미지를 부여하여 땅 위에서의 위계 질서를 꾀한 지배권력이 악하다는 뜻이다. 하나의 전략으로써 괴물이 상징하는 것은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확대이자 권력에 대한 의지이기도 한 것이다. 용을 퇴치하는 기사의 정신적 우월성, 세이렌의 노랫소리를 듣고자 했던 오딧세우스의 욕망의 부질없음, 누구에게나 반드시 찾아 올 죽음의 평등성. 괴물은 결국, 인간 내면의 규정할 수 없는 욕망과 거대 자연의 무서움이 결함되어 그 두 가지를 이해하고자 발버둥쳐 온 하나의 생존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앞으로도 괴물은 우리들 주변에서 그 생명을 이어나갈 것이고, 괴물은 물질적으로 소비되면서 끈질지게 인간의 정신에 들러 붙어 악귀처럼 확대되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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