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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위의 작업실
김갑수 지음, 김상민 그림, 김선규 사진 / 푸른숲 / 2009년 6월
평점 :
『지구 위의 작업실』, 참,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 김 갑수씨의 평생에 걸친 작업실에 대한 욕망과 그것을 지구 위에 소유하고자 했던 처절한 내면의 몸부림이 지금도 내 가슴을 저릿하게 만든다. 하나 염두에 둘 것은, 여기서 김 갑수씨가 말하는 작업실은 실제로 목공일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따위의 흔한 작업실이 아니라는 것. 그냥 세상의 온갖 시끄러움과 부조리를 피해 지하로 들어가 숨어서 커피를 볶고 음악을 듣는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라는 것. 이런 의미에서라면 나도 이미 나의 작업실을 지구 위에 가지고 있다. 작은 아파트의 문 칸 방엔 서재를, 안방엔 A/V 룸을. 서재에선 정신의 허기를 채우고, 안방에선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킨다. 이 두 작업실은 내 삶에서 나날의 욕망을 잠재우고 도덕적 인간으로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곳이다. 이곳에 숨어 있으면 삶의 유한함에 대한 상념도 아득한 저 너머로 잠시 잣아 들고, 살아 있는 이 순간만이 시분초로 쪼개져서 내 뇌 속과 혈관 구석구석으로 호흡의 기쁨을 전달해 준다. 살아가는 동안 타인으로 인해 상처받고, 성취하지 못한 목표와 사랑의 상실 때문에 좌절당한 내 마음 속 응어리가 독서와 음악, 영화로 인해 치유되는 지구 위 내 작업실. 이 지극히 사적인 시공간에서 오늘도 나는 정신의 비익을 경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