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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뢰겔 - 이상한 천국의 풍경을 꿈꾸는 화가 ㅣ 내 손안의 미술관 3
닐스 요켈 지음, 노성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닐스 요켈의 『브뢰겔-이상한 천국의 풍경을 꿈꾸는 화가』를 읽었다. 대학 강의 준비의 일환으로 읽은 책이지만, 전부터 브뢰겔의 독특한 풍속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였다. 16세기 스페인 지배 하의 네덜란드 역사상 가장 어두운 시대를 살았던 화가 피에터 브뢰겔은 그래서 오히려 농민들의 생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시대의 아픔을 표현하려 했던 예술가였다. 그의 그림 소재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부들의 생활상은 당대 민중의 삶이 곧 대다수 인간의 삶이며, 그 어떤 왕족이나 귀족 따위 계급적 질서가 만들어내는 온갖 모순과 불평등을 넘어설 수 있는 원동력임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농부의 결혼식을 그린 장면에서 볼 수 있는 흥겨움과 공동체의 나눔, 그리고 나날의 노동에서 해방되어 먹고 마시며 즐기는 그 시공간의 자유가 진정한 인간의 평등임을 브뢰겔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브뢰겔은 그림은 등장인물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자세히 보고 몸동작이나 손 짓 등에 주목해야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만큼 민속학이나 인류학 또는 역사학의 보고라 할 수 있다. 인간의 희노애락오욕칠정이 수없이 얽혀 있는 인물과 인물 사이를 거니노라면, 역사와 인종을 뛰어 넘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보편적 감정에 친숙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브뢰겔의 그림을 보는 것은 인간을 이해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