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서양음악 순례
서경식 지음, 한승동 옮김 / 창비 / 2011년 11월
평점 :
재일 조선인 2세인 서경식 선생이 몸과 정신으로 겪을 수밖에 없었을 그 스산함과 고뇌, 그리고 간혹 찾아 들었던 '그래도 살아 있다'는 기쁨 등의 온갖 감정들이 서양 고전음악을 매개로 하여 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속살을 드러낸다. 그가 재일 조선인이라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그토록 아름답고 마음을 울리는 음악의 정치적 측면을 간파해내고 어떤 음악이 담고 있는 메시지도 시대의 요구에 따라 정치적 편의에 의해 왜곡, 변형되어 권력과 국가체제를 유지하는데 동원될 수 있음을 논하는 부분에서 확인된다. 나치의 제 3제국이나 현재의 북한을 생각해보면 무슨 뜻인지 잘 알것이다. 즉, 서경식 선생은 서양 고전음악 듣기를, 단순히 정서의 순화나 심미감의 확대를 위한 극히 개인적 시공간을 넘어 남북분단이라는 조국의 현실과 식민모국인 일본에 태어나 살면서 끝없이 분열되어 온 자아의 통합을 향한 실존적 몸부림으로 '기록'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치열한 음악 듣기에서 삶의 본질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