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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꾼 총 AK47
마쓰모토 진이치 지음, 이정환 옮김 / 민음인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군대를 다녀온 한국 남자라면 그 이름 정도는 알고 있을 총이 바로 소련의 미하일 칼라시니코프가 개발한 AK 47이라는 돌격소총이다. 한국의 주적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총이 바로 이것 이니까. 이 총은 본래 나치 독일로부터 조국 소련을 지키고자 개발한 것인데, 어찌된 일인지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민간인을 학살한 무기가 되고 말았다. 이 책은 저자가 그 원인을 추적한 것인데, AK 47 소총이 장점으로 내세우는 쉬운 조작성과 적은 부품으로 인한 고장의 배제 등,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바로 그 점이 악명을 떨치게 된 근본 이유임을 밝혀내고 있다. 한 때 베트남이나 쿠바, 앙골라, 모잠비크 등지에서 식민지 해방 투쟁의 주역으로 각광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각지의 내전 지역부터 소말리아의 해적에 이르기까지 이권 다툼의 현장에서 어김없이 그 모습을 볼 수 있는 흉기가 되어 버렸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무기라는 것도 결국 그것을 쓰는 사람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쟁시에 적국의 위협으로부터 조국과 국민을 지키던 무기가 평화시에 자국민을 죽이는 흉기로 전락한 경우를 우리는 많이 보아 왔다(한국의 현대사를 포함하여). 특히 현재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나 이집트, 이라크 등의 경우를 보더라도 무기를 쥐고 있는 측이 정치권력과 금전적 이익을 위해 서슴없이 그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볼 때, 결국 무기가 갖고 있는 무력이라는 상징적 위력을 넘어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결정하는 인간에게 궁극적 해결의 열쇠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특히 아프리카의 내전을 많이 다루고 있는데, 소년소녀 병사들의 손에 쥐여져 있는 AK 47 소총의 위협적인 총구에 배어 있는 진한 피 냄새에 흠칫했고 슬픔을 느꼈으며, 반면 소말리아의 북쪽에 위치한 소말릴란드의 자치화 과정을 다룬 부분에서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AK 47 소총을 반납하고 그 대신 학교에서 교육을 받거나 축구를 하면서 또는 총이 없는 거리를 활보하면서 자유를 만끽하고 생업에 종사하는 모습을 통해 아프리카가 걸어야 할 희망의 국가 건설을 향한 발걸음이 인상에 남는다. AK 47 소총으로 인해 집과 가족을 잃고 하루하루 목숨의 위협을 받으며 살던 사람들이 바로 그 총을 손에서 내려놓음으로써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기 까지 꽤 오랜 시간을 돌아 온 셈이다. 한반도에도 가공할 수와 양의 무기들과 핵, 그리고 무엇보다도 서로 적대시하는 권력집단과 증오하는 두개의 국민집단이 존재하고 있다. 지금은 정전이 아니라 휴전 중이며, 화해와 교류의 틈바구니에서 무력도발과 보복을 오가고 있다. 팽팽한 남북 대치상황에서 AK 47 소총이라는 하나의 무기를 통해 무기가 갖고 있는 이미지와 상징성, 그리고 무기를 사용하는 인간의 선택권 문제 등, 꽤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책읽기였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