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체 게바라 선집 2
체 게바라 지음, 홍민표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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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군더더기 독후감이 필요할까? 한 인간의 정신이 일신의 안락함을 자발적으로 벗어 던지고 대지에 깊이 뿌리 밖고 있는 민중에게 애정을 느껴 시작된 행동의 변화가 세계를 움직이게 되기 전까지의 찬연함을 담고 있는 <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에 대한 독후감을 나는 무슨 목적으로 쓰고 있는 것일까? 더구나 40대 중반을 훨씬 넘긴 나이의 남자가? 나는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했고, 여전히 행동력 부재의 삶을 살고 있을 뿐인데. 아니, 그래서 더욱 23세의 에르네스토 게바라가 행했던 남미횡단 모터사이클 여행이 필요한 것인지도. 그가 일찍이 온몸으로 체험했던 과거 남미의 현실과 현재의 남미의 그것이 그다지 바뀌지 않았고, 당시나 지금이나 저개발과 정치적 불안정으로 늘 스산한 남미이지만, 여러가지 분야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는 현재의 분위기에 남미의 젊은이들에게 큰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체 게바라의 이 여행기가 끼친 영향은 실로 거대한 것이다. 그렇다면 자본주의의 끄트머리에서 저개발국의 자원을 사들여 가공한 뒤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의 물질적 풍요로움 뒤에서 여전히 소외받고 있는 도시빈민과 노점상들, 하루가 멀다하고 폐업하는 소규모 자영업자들과 수많은 형태로 노동을 착취당하거나 임금을 떼이고 있는 비정규직들에게 에르네스토 게바라가 보고 듣고 배우고 드디어 각성하게 된 남미의 현실과 현 한국의 그것이 겹치는 것은 어떤 이유인가? 정치적 불평등과 경제적 소외는 어느 곳이나 똑같이 민중에게만 강요된다는 증명인가? 남미를 착취했던 미국과 한반도를 유린했던 일본은 씻을 수없는 수많은 상처만을 남겼고, 식민의 기억을 떨쳐내고 자강자립하기가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그럼에도 미국과 일본은 여전히 오만하고 자신들의 피묻은 과거를 진심으로 사죄하지도 반성하지도 않는다. 여전히 세계의 패권을 놓으려 하지 않고 있는 미국과 아시아에서의 정치경제군사적 헤게모니를 되찾으려 하고 있는 일본의 행태는, 에르네스토 게바라가 남미를 돌며 보고 깨달았던 강대국의 일방적이고 편협한 논리에 대한 저항의지를 더욱 강하게 만들 뿐이다.

 

나는 이 책을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이 읽어주기를 바란다. 당장의 취업에 골몰하느라 영어책이나 자기계발서 이외에는 읽지 않고 소위 스펙쌓기에 열중하느라 정작 삶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에 두뇌를 예리하고 지성적으로  만들기는커녕 자본과 물질에만 기울도록 하는 현실에 기만당하지 말고 그럴수록 확고한 세계관과 정치의식, 그리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기본적인 교양을 쌓고 자신과 민족, 국가와 세계에 대한 인식을 튼튼하게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만약 내가 20대에 이 책을 만났더라면 내 삶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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