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이미지의 역사
볼프강 벤츠 지음, 윤용선 옮김 / 푸른역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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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거울을 통해 보이는 자신의 모습이 문득 낯설어 보일 때가 있는가? 분명 자신의 얼굴임에도 어딘가 왜곡되어 보인 적이 있다면 그것은 당신의 눈이 보는 실재의 像과 마음이 만들어낸 상이 일치하지 않아서 일 것이다. 인간은 내가 아닌 상대방에게 내가 부여하고 싶은 데로의 상을 만들어 그 상을 고정시키고는 상대방이 그 상에서 벗어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독특한 습성이 있다. 특히 자신의 잘못을 내부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외부에서 찾고자 하는 경우에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 논의를 확대해 보자. 일본제국주의자들이 식민지 조선을 통치할 때 조선인의 성격이나 습성을 철저히 파헤쳐 조선의 영구지배를 획책한 방법이 바로 이것이었다. 가능한 부정적이고 건설적이지 못한 것만 모아 끝없이 조선인들에게 주입한 결과 조선인들 스스로도 나태하고 발전 가능성이 없는 저열한 민족으로 격하했고, 결과적으로 일본의 의도대로 식민 통치가 계속 될 수 있었다. 영국이 인도를 200년간이나 식민 지배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끊임없이 주입시켰던 인도의 부정적 이미지 덕분이었다. 그래서 스스로 문명국(이라 주장하는)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로 몰아갔던 것이다. 마치 학습 능력이 조금 뒤떨어지는 아이에게 계속해서 "너는 머리가 나쁘니까 공부해봐야 소용없어."라고 끝없이 부정적인 말을 한다면 그나마 있던 관심마저 빼앗아 정말 공부와 담는 쌓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듯, 누구에게나 있는 부정적인 측면만을 지나치게 부각시켜 그것이 전부인것처럼 과장하고 부풀리는 행위는 이미 정치적 박해의 일종으로 볼 수밖에 없다. 특히 그 대상이 유대인 같은 민족 단위일 때는 겉잡을 수 없는 폭력을 조장하고 한 민족 전체의 절멸까지 거리낌 없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추진력으로 작용한다. 유대인야말로 왜곡된이미지로 인해 너무도 오랫동안 박해를 받아 온 민족이 아니던가. 고리대금업자, 수전노, 매부리코, 안짱다리 등, 유럽에서 만들어진 유대인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들은, 결국 이러한 이미지들을 만들어내는 사람들 자신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자신의 부정적 욕망과의 상충으로 인해 더욱 강화되고 겹쳐지며 확고한 위치를 잡아 나가는 것이다. 1차세계대전에서 패한 독일이 내부의 철저한 반성 보다는 유대인이나 공산주의자들의 획책 때문이었다고 외부로 화살을 돌렸을 때 이미 유대인 대학살은 독일인들의 마음 속에서 싹트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오랜 세월동안 쌓여 온 유대인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마치 전쟁상황에서 적의 이미지를 가능한 부정적으로 주입하여 적개심을 강화 하듯이, 정설처럼 수용되어 결코 바뀔 수 없는 효력을 발휘했던 것이다. <유대인 이미지의 역사>를 읽으면서 가장 섬뜩했던 부분은 소위 지식인이나 예술가들 처럼, 인간의 심성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하리라 여겨지는 사람들까지도 예외없이 유대인 비하나 박해에 앞장 서 그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에 더욱 더 권위를 부여하는 역할을 담당했다는 점이다. 결국 자신 속에 있는 부정적 이미지들을 상대방에게 투사하여 극단적인 과장을 함으로써 이익을 보고자 하는 인간의 사악한 심성이 제거되지 않는 한 유사한 일들은 계속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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