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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
마쓰오카 세이고 지음, 김경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에서 강의하는 것을 생업으로 하고 있다보니 학기 초에는 늘 독서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것은 요즘 대학생들의 책읽기에 대한 무관심과 관심이 있어도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 지에 대해 자신만의 기준은커녕 도서구매 자체의 저하에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만다. 물론 현세대가 나의 세대와는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독서는 정신적 생존의 기본으로써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의 속도가 절대로 주지 못하는 총합적인 사고의 폭을 무한히 증가시켜 주는 적극적 활동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강의 첫 날은 늘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오리엔테이션이 되어버리고 마는데, 그나마도 추천도서 몇 권을 대학 졸업시까지 읽어 주기를 강조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고 만다. 대학 4년 동안 단 몇 권의 책만 읽고 끝이라니! 수 백, 수 천권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도 자신의 전공서적을 제외한 분야에서의 책들만으로 채워져야 하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는 학생들에게 한국과 동서양의 고전명저 몇 권을 읽어 보았느냐고 질문하는데, 그 때마다 늘 절망하기도 수 십 번. 읽기는커녕 제목조차 모르는 학생들이 태반이고, 그나마 읽었다는 학생들의 대다수는 예를 들어 <그리스로마신화>의 경우 어린이용 만화책을 통한 내용 파악이 전부였다. 통탄할 일이다. 한국 대학생들의 지적 수준이 바닥을 헤메이고, 대학생활의 대부분은 학점과 소위 스펙 쌓기에 소모되고 있는 시대에, 당연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어쩌면 시대착오적인 발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독서는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 대해 스스로 탐구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간단히 인테넷을 검색해보거나 요약본을 서둘러 읽고는 만족하고 마는 현대성의 가벼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요컨데 지적인 호기심은커녕 관심분야의 협소함 또한 독서 자체의 가벼움에 한몫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독서를 강조하는 나의 모습이 얼마나 구태의연해 보일 것인가?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다. 아무리 한국인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 해도, 그나마 베스트셀러만 읽는다 해도, 책은 꾸준히 출판되고 있고 여전히 팔리고 있다. 이 때 꼭 필요한 것이 바로 독서법이다. 스스로 읽어 낼 능력이 부족할 때 먼저 읽은 사람의 독서 노하우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시아에서는 특히 일본에 탁월한 독서가들이 많은데, <창조적 책일기, 다독술이 답이다>의 저자 마쓰오카 세이고도 마찬가지다. 다치바나 다카시만큼의 폭넓은 분야를 아우르지는 않아도, 특히 저자가 주장하는 편집 공학이라는 방법은 가히 혁신적인 독서법이라 할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편집 공학이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정보 편집의 모든 것을 다루는 연구개발 분야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미디어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따라서 편집 공학의 연구 대상은 뇌, 미디어, 컴퓨터, 말, 몸짓, 이미지, 음악 등 모든 것이 포한됩니다....(중략)....'형식적인 정보 처리'가 아니라 '의미적인 정보 편집 과정'을 연구하고, 더 나아가 사람들의 세계관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되어 가는 지를 전망하는 것이 목적입니다."(p.138) 간단히 말해 방대한 양의 독서를 통해 그 내용에 통일성을 부여하고 종합적인 흐름 속에서 인간 정신의 전 영역을 다루고자 하는 노력이 바로 편집 공학이라는 거창한 용어의 핵심인 셈이다. 말하자면 지금까지 인간 정신이 이룩해낸 전 영역에 걸친 연대기라고 할까, 마치 백과사전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되어 나가는 지식의 무한 확장! 나는 대학생들의 지식 수준이 곧 한 사회의 지적 발달 단계의 정점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대학 강의가 있는 한 언제나 학기 초에는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이다. 덧붙여 여러가지 독서법도 제시할 것이다. 나 자신의 독서법도 포함하여.
기술의 발달이 곧 지식의 확장은 아니다. 기술은 인간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 단지 커다란 욕망을 잘게 쪼개어 부분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 뿐이다. 독서는 그렇지 않다. 독서는 스스로 지식의 주체가 될 수 있는 힘을 길러 주며, 어떠한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지주로써 기능한다. 독서는 곧 삶이다. 관심 분야가 많고 넓을수록 삶은 그만큼 덜 외롭다. 자신만의 독서법을 터득하여 행복한 삶을 영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