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안동림 역주, 장자색인 수록 현암사 동양고전
장자 원전, 안동림 역주 / 현암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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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개인적으로 큰 비극을 겪고 나서 슬픔을 달래고자 식음을 전폐하고 읽고 또 읽었던 책, 장주의 <莊子>. 단순히 글을 묶은 책이 아니라, 글자 하나 하나가 살아서 꿈틀거리며 나의 정신에 커다란 울림을 주었던 장주의 現存이었다. 한 동안 허공을 향해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겨야 하느냐며 고함도 쳤었고, 세상에 나의 불행을 이해하고 참으로 위로해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기도 했다. 그 때 서재에서 서성이다 책꽂이에 오래동안 그대로 꽂혀 있던 장자를 재발견했고, 內篇의 逍遙遊부터 다시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정말 느리게, 호흡도 느리게, 행동 역시 겨우 살아 있다는 기미만, 밥 한 숟가락 겨우 삼키고, 세상 모든 것이 정지한 듯, 그렇게 읽었다. 그렇게 내편을 다 읽고 나서 外篇을 읽어 나갔다. 그러다가 至樂에 이르러 장주도 나와 같은 비극을 겪었다는 알게 되었고, 세상에 태어나 누구나 겪을 수 밖에 없는 일이 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 받아 들이기 나름이고, 모든 것은 해석의 문제였던 것이다. 하나의 대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질서와 무질서, 삶과 죽음, 밝음과 어둠. 세상 만물은 對局과 조화를 통해 합일된다. 인간의 육체는 시공간을 초월할 수 없다 해도, 정신은 가능하지 않은가? 내 몸은 우주에서 사라져도 내 정신은 우주의 어딘가에 기록되고 있지 않을까? 인간의 탄생 이래, 셀 수 없이 많은 육체의 소멸이 있어 왔지만 그것은 단지 물질의 소멸이었을 뿐,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정신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 우연히 부모의 몸을 빌어 이 세상에 태어나 한가로히 노닐다가 또 그렇게 태어나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 뿐이다. 내 의지로 태어난 것이 아니듯 죽음도 내 의지로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조화일 뿐이다. 그렇지 않은가?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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