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 - 개정판, 원문 영어 번역문 수록 현암사 동양고전
노자 지음, 오강남 풀어 엮음 / 현암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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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은 읽은지 꽤 된 것인데, 그 누가 老子의 道德經을 한 번 읽고 이해할 수 있을까? 지금도 수시로 꺼내 한 구절씩 읽으며 그 깊은 뜻을 새기는데, 읽으면 읽을 수록 정작 노자의 의도와는 자꾸 멀어지는 느낌이다. 읽을 때마다 다르게 다가오는 구절들과, 시대를 넘어 그 상황에 맞게 재해석되기를 반복하는 고전 중의 고전, 노자. 물론 나의 한자 실력이 노자만큼 된다면 그와 직접 대화하면서 질문하고 잘못 해석한 부분에 대해 교정을 받겠지만, 불행히도 노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따라서 번역자의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의 노자가 세상에 넘쳐난다. 오해와 오역이 가장 많은 책이 아마 노자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 일까, 나는 몇 권의 서로 다른 한글 번역본 노자를 갖고 있는데, 이 책도 그 중 한 권이다. 이 번역서의 장점이라면 존칭어를 써서 마치 친절한 교사가 노자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조곤조곤 속삭이듯 낮은 톤으로 노자의 사상을 가능한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편안함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다른 번역서도 마찬가지지만, 이 책도 우선 노자의 원문과 그에 대한 해설을 각 장 마다 싣고 있다. 이 해설 부분은 지금까지 노자에 대한 수많은 해석들과 사상사적 논쟁거리들을 담고 있으므로 참고삼아 읽어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사실 해설이 아니면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노자에는 허다하게 들어있다. 해설을 통해 노자의 사상에 발뒤꿈치라도 따라갈 수 있다면 원문보다 해설이 더 많은 노자의 다른 번역서를 언제든 구매할 의사가 있다. 노자를 알고 애호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하겠지만, 내게도 노자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그것은 바로 제 8장의 上善若水. 최상의 훌륭함이란 물과 같다는 것. '상,선,약,수' 단 네 글자에 서양의 그 어떤 철학이 설파하는 인생론보다 더 깊고 포괄적이며 근원적인 깊이와 폭넓은 사유가 담겨 있다. <大學>에 나오는 八條目 중 '格物'과 '致知'라 할까, 성리학자들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하나의 대상을 철저하게 궁구하고 난 뒤에 비로소 다른 物로 넘어가는 공부를 했듯이, 아마 노자는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지극한 선에 대해 궁구했으리라. 국가 간 다툼과 우열 관계, 승자만을 대접하고 패자에겐 동정의 눈길조차 주지 않는 잔인한 경쟁의 시대. 한정된 자원을 두고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지금, 정작 하나 뿐인 지구는 아이들의 만화영화에서나 지켜야 할 대상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과연 선하다는 것은 무엇이고, 분열된 사고를 통합하여 화합에 이르는데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 물처럼 흐르는데로만 살면 갈등도, 아귀다툼도 없어지고 진정한 평화가 저절로 찾아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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