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탁상 위의 전략은 믿지 않는다 - 롬멜 리더십, 열정과 추진력 그리고 무한한 낙관주의 KODEF 안보총서 7
크리스터 요르젠센 지음, 오태경 옮김 / 플래닛미디어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일전에 읽었던 마우리체 필립 레미의 <Mythos 롬멜>에 이어 크리스터 요르젠센의 <나는 탁상 위의 전략은 믿지 않는다: 원제는 Rommel's Panzers>를 읽었다. 앞 책처럼 이 책도 롬멜의 삶을 그 초기부터 다루고 있는데 특히 아프리카 전선에서의 롬멜의 활약상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 1차 대전에서 보여준 눈부신 활약을 시작으로 1차 세계대전 후 교관으로서의 삶과 2차 대전 발발 후 북아프리카 전선에 배치되어 독일 아프리카 군단을 이끌며 보여주었던 지휘관으로써의 탁월한 능력에 이르기까지, 한 인간의 삶을 추적하며 그 삶에서 지금을 살고 있는 무기력한 많은 이들에게 정신적인 자극을 준다. 북아프리카에서 영국과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연합군과의 전투를 통해 롬멜은 매번 진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과감한 작전과 실행 능력, 때를 놓치지 않는 과단성, 기회를 포착하여 적을 궁지로 몰아 넣는 전략적 사고, 병사들과 늘 함께 하며 검소하고 금욕적인 자세로 일관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온화한 카리스마. 적군이건 아군이건 가릴 것 없이 존경과 찬탄의 대상이자 질투와 비아냥거림의 대상이기도 했던 롬멜. 특히 인상적인 것은 북아프리카 전선에서의 빛나는 몇 번의 승리가 고질적인 보급물자의 부족함을 딛고 이룩해 낸 전략적 승리라는 것이다. 영국군의 항공기, 전차, 병사 수에 비해 늘 모든 것이 턱없이 부족했던 아프리카 군단이었기에(당시 히틀러는 동부전선, 즉 소련과의 전쟁에 대부분의 병력과 군수물자를 쏟아 붓고 있었기에 아프리카 전선은 히틀러가 느끼기에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롬멜과 휘하 참모들, 그리고 일반 병사에 이르는 전 인원이 합심하여 거대한 적군의 물량 공세에도 의연히 버텨낼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전쟁이 길어질 수록 연합군의 압도적인 물량 앞에 결국 물러날 수 밖에 없었던 롬멜의 심경은 어땠을까? 만일 히틀러가 동부전선에 쏫아 붓는 병력과 장비의 1/3만이라도 지원해주었더라면 북아프리카의 판도는 바뀌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롬멜과 대적할 만한 지휘관이 거의 없었던 북아프리카에 전선에서 독일의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었을 것이다. 롬멜 한 사람의 지휘 능력이 연합군의 거의 모든 지휘관을 합쳐놓은 것보다 더 탁월했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독일은 롬멜 같은 인재를 그저 소모시켰을 뿐이다. 독일은 롬멜 같은 인재를 어떻게든 살려서 전후의 복구에도 활용했어야 했다. 따라서 독일 국민들이 그에게 보여준 존경심만으로도 롬멜을 단순히 나치의 충성스러운 일개 군인이라고 폄하할 수는 없다. 그에게는 조국과 총통, 가족과 휘하의 병사들 하나하나의 목숨이 소중했을 뿐이다. 그랬기에 죽음을 무릅쓰고 작전을 신속하게 성공시킬 수 있었으며 끝없는 추진력으로 연합군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것이다. 나는 히틀러와 나치의 제3제국을 긍정하는 것이 아니다. 왜곡된 시각을 갖고 있었던 독재자와 그 독재자를 신주단지 모시듯 받들었던 국민들의 무분별한 판단중지의 시기에, 하필이면 롬멜같은 장군이 독일인이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가 영국인이었거나 미국인이었다면? 아마 2차 세계대전이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지 않았을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이러한 생각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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