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영화로 마스터하는 2차세계대전 - 유럽 전선 세계의 전쟁사 시리즈 8
이동훈 지음 / 가람기획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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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전쟁 영화로 2차 세계대전을 서술하고 있는 이 책은, 우선 2차 세계대전의 발발 배경을 간략히 소개한 뒤 그 서막부터 종전까지의 궤적을 각각의 영화를 통해 비교적 평이한 문체로 안내하고 있다. 그러면서 영화의 특성상 잘못된 내용이나 왜곡된 사실들을 바로 잡는 작업을 통해 실제 역사와 그것을 소재로 만든 영화 사이의 간극을 메워 나간다. 나 스스로 밀리터리 매니아라 자부하는데, 이 책의 필자 역시 보통은 넘는 지식과 박학함으로 무장하고서 조목조목 설명해준다. 책에 소개된 영화들은 대부분 이미 본 것들이고 또 대부분 DVD로 소장하고 있는 것들이라 언제든 꺼내 다시 보면서 책에서 읽은 내용들을 확인해보기에 좋다. 한 가지, 책의 집필 의도상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만들어진 영화들만을 싣고 있다보니 내가 어릴 때 보았던  버트 랑카스터 주연의 <고성을 사수하라: 원제는 Castle Keep, 1969>이나 <나바론의 요새: 원제는 The Guns of Navarone, 1961> 등은 빠져 있어 조금 아쉽다. 어릴 때 KBS <명화극장>에서 자주 방영해주었던 헐리우드 전쟁 영화들은 당시의 남자 아이가 가질 수 있는 거의 모든 환상들을 담고 있었다. 전쟁 자체를 낭만적으로 여긴다거나, 총 또는 전차 등에 매력을 느끼게 되는 따위의 효과가  그것인데, 내가 지금도 밀리터리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전쟁 영화를 볼 때도 고증에 신경을 쓰는 것도 그 때의 영향일 것이다. 다만 나이가 들어 가면서 더 이상 전쟁을 낭만적으로 여기지 않게 되었고,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사실들이 얼마나 왜곡된 것이며, 그로 인해 전쟁에서 죽어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목숨에 대해서 추념하게 되었다는 점이 다를 뿐. 전쟁을 기획하고 국민을 전쟁으로 내모는 지배자와 그로 인해 죽을 수 밖에 없었던 병사들, 민간인들.....전쟁이 끝나고 나면 이렇게 죽어간 이름모를 사람들은 기억되지 않고 장군과 지휘관만 훈장을 받으며 그들은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한다. 2차 세계대전에서 희생당한 사람들만 해도 5500만이라 한다. 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희생해서 과연 무엇을 얻었는가? 그 이후 세계는 더욱 살기 좋아졌는가? 여전히 정치적 불평등과 인종적 편견, 상대방에 대한 몰이해에 빠져 있지는 않은가? 전쟁은 아주 사소한 이유만으로도 벌어진다. 전쟁을 기획하는 소수는 어떻게 해서든 명분을 찾아내어 타국을 침공하고 그 과정에서 이익을 챙긴다. 그 와중에 희생당하는 소시민들만 가련할 따름이다. 앞으로도 여전히 전쟁은 벌어질 것이고 그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도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 참혹한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를 안락한 극장에 앉아 보면서 사람들은 정작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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