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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 매드니스 - 책, 그 유혹에 빠진 사람들
니콜라스 A. 바스베인스 지음, 표정훈.김연수.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06년 1월
평점 :
『젠틀 매드니스』는 색인까지 합쳐 무려 1111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다. 하지만 읽는 동안 절대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재미있어서 더 두꺼웠더라면 하고 바랄 정도였다. 아마 이 책에 소개된 책 수집가들의 모습이 나의 모습과 겹치기도 하고 또 그들의 성격이나 책에 대해 지니고 있는 애정과 열정도 정확히 나와 일치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 책에 소개된 수많은 책 수집가와 그들에 얽힌 에피소드들은 단순한 사물에 불과할 수도 있는 ‘책’에 대해 인간이 부여해 온 물질적 가치 이상을 넘어서는,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써의 책에 대해 과도한 관심과 애정으로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온화한 광기'를 드러냈던 유명한 수집가부터 미국 전역의 대학도서관들을 돌며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책들을 훔쳤던 책 도둑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책에 대한 과도한 애정으로 넘쳤던 기인들에 대한 일화로 그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수집벽은 결국 후세의 사람들에게 가늠할 수없는 커다란 가치로 남아 학문의 발달에 기여하는 것으로 계속해서 제 역할을 이어나간다. 물론 나는 이 책에 소개된 영국이나 미국의 수집가들처럼 초판본이나 채식 필사본, 저자 서명본, 구텐베르크가 인쇄한 성서나 셰익스피어 작품집 초판 2절판 등의 어마어마한 책들을 단 한권도 갖고 있지 않다, 아니, 가질 수가 없다. 한 권에 원화로 5000만원이 넘는 책을 어떻게 내가 가질 수 있겠는가! 나는 오직 읽기 위해서, 내용이 궁금해서, 지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책을 사고 부지런히 읽을 뿐이다. 그러니까 내게는 고서 자체에 대한 물질적 가치보다 저자의 지식이 더욱 가치 있는 셈이다. 비록 내 책들은 대량생산품일 뿐 이지만, 그것들을 읽고 그 과정에서 내 지성에 조금이라도 자극이 되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그러므로 나는 어떤 책의 초판본의 물질적 가치보다 그 책이 널리 읽혀 물질성을 뛰어넘는 정신성을 지니게 되기를 바란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둘만한 책이다. 모두 책 수집가가 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