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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미술관 - 그림, 한눈에 역사를 통찰하다 ㅣ 이주헌 미술관 시리즈
이주헌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평점 :
이주헌의 <역사의 미술관>은 서양사에서 굵직한 사건들을 기록한 명화들에 얽힌 사연을 쉽고도 압축적인 해설로 풀어가는 미술로 보는 서양사다. 물론 전체 서양사를 포괄하는 것은 아니고 알렉산더 대왕이나 나폴레옹 같은 권력자들부터 클레오파트라나 퐁파두르 부인 같은 여걸들, 전염병과 종교개혁 등, 서양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과 얽힌 시대적 사건들을 충실하게 그린 서양화 사상 명화에 속하는 그림들을 중심으로 글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각장 끝에 요약되어 있는 명화 관련 사건들에 대한 해설은 잘 몰랐던 서양사의 핵심에 접근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준다. 예를 들어 제 1차 세계대전 관련 그림들과 그에 대한 해설을 읽고 나면 뒤 이어 세계대전에 대한 두 페이지짜리 해설(p.266~7)이 나오는데, 그동안 읽었던 관련 역사서 어디에서도 정리되지 않던 핵심 사항들이 정말 빠르게 정리된다. 책의 거의 모든 부분이 흥미롭게 읽히지만, 이 책에서 특별히 나의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서양 남성화가들에 의해 왜곡된 시각으로 그려진 이슬람 지역 여성 관련 그림들이다. 에드워드 사이드가 탁월한 시각으로 분석한 오리엔탈리즘의 제국주의적·남성우월적 편향된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그림들을 보고 있자니, 이념이나 사상 따위의 거대 담론보다 문화를 가장한 예술이 우리들 속에 서서히 스며들어 더욱 음험한 지배 권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깊이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는 서양화를 보면서 그 속에 내포되어 있는 정치적 권력 지향성을 함께 읽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모든 서양화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특히 정치적 격변기에 생산된 그림들에 대해서 만이라도 제대로 된 시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세계 모든 역사는 자국 중심으로 흐를 수밖에 없고, 역사 해석 역시 마찬가지다. 반드시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