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것이 인간인가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기록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 돌베개 / 2007년 1월
평점 :
인간을 죽이는 것은 바로 인간이다. 부당한 행동을 하는 것도, 부당함을 당하는 것도 인간이다. 거리낌 없이 시체와 한 침대를 쓰는 사람은 인간이 아니다. 옆 사람이 가진 배급 빵 4분의 1쪽을 뺏기 위해 그 사람이 죽기를 기다렸던 사람은, 물론 그의 잘못은 아닐지라도, 미개한 피그미, 가장 잔인한 사디스트보다도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전형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이다. 우리 존재의 일부분은 우리 곁에 있는 사람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다. 인간이 다른 인간의 눈에 하나의 사물일 뿐인 시절을 보낸 사람의 경험이 비인간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것이 인간인가』(p.263)
『이것이 인간인가』를 쓴 프리모 레비(Primo Levi)는 유대계 이탈리아인으로 제2차 세계대전 시 파시즘에 저항하는 지하운동에 참여하다 스물넷이던 1943년 12월 13일 파시스트 민병대에게 체포되었고 이후 아우슈비츠로 이송되어 가까스로 생존한 사람이다. 나치의 강제 수용소에서의 생활은 영화나 소설, 다큐멘터리 등으로 수없이 확대·재생산 되어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실제로 그곳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의 내적 경험을 절대 넘어설 수 없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사실’들을 어떻게 알 수 있고 더구나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과연 나치 강제수용소 생존자들의 수기가 증언하고 있듯, 인간이 같은 인간에게 이토록 잔학하고 폭압적인 행동들을 했었단 말인가? 처음엔 믿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인간의 역사를 관통하는 폭력성과 권력지향성, 광기에 사로잡힌 독재자와 그에게 열광하는 대중들의 마음 아래에 웅크리고 있는 보상심리를 알고 난 후에는 이것이 인간 보편의 어두운 징후이며, 언제 어디서든 재발할 수 있는 전염병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라크의 아부 그라이브와 쿠바의 관타나모가 강제수용소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저자 프리모 레비는 1987년에 자살했다.